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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는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던 중 움찔했다.(염빙 바이러스 (제1회))

by 허슬똑띠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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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1. 프롤로그

 

멀지 않은 미래. 동중국해의 북단에서 남중국해에 맞닿은 지점까지 걸쳐 있는 거대한 섬.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동서로 최대 700여 킬로미터, 남북으로 최대 1,000여 킬로미터에 달하고 있었고 남북으로 다소 길쭉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전체 면적은 56만 평방킬로미터였다. 한, 중, 일 삼국이 1/3씩 균등분할 점유하고 있는데 각국의 면적은 19만여 평방킬로미터였다. 이는 한반도면적에 조금 못 미치고 남한면적의 거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섬의 북단으로부터 남쪽 방향으로 4/7지점에 이르는 북부는 한국에 그리고 나머지 지역은 동서로 반반씩 중국과 일본에 속해있었다. 신세계는 드문드문 20~30여 미터의 낮은 구릉들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한없이 이어지는 평원 끝자락에 아마득하게 지평선이 보였다. 육지의 높이가 해수면에서 3~4미터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항구의 바로 앞 바다에는 방파제가 설치되었고 육지 안쪽으로 높은 축대를 쌓아 그 뒤편으로 도시를 형성하여 만약에 있을 거대한 파도의 엄습에 대비했다. 또한 농장이나 경작지에 면한 해안가에도 높게 축대를 설치했다.

 

해안가 여러 곳에는 엄청난 규모의 담수화 공장이 들어서 있는데 이곳으로부터 각 지역에 연결된 리비아의 대수로와 같은 지하관로를 통해 전 지역에 담수가 공급되었다. 여기에서 송수관 지선이 마을로 연결되어 공급되는 물은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되었으며 농지와 목장 등지에도 연계되어 농사용 용수와 초지경작 및 가축들의 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경 남단 부근에는 곳곳에 바위투성이 구릉들이 산재해 있는데 검은 빛을 띠고 있는 대규모 암석군 사이에는 치열한 해전을 치룬 것 마냥 온갖 상처를 입은 거대한 선박 한 척이 우뚝 솟아 있었다. 암석들과 선박은 신세계의 기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움과 동시에 관광자원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신세계의 많은 지역에 조성된 제주도 면적정도의 깊은 숲속에는 많은 인공호수가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폭 30여 미터의 수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각종 어류들이 노니는 맑은 호수에는 관로를 통해 담수가 계속 공급되었고 해변 가까운 호수로부터는 폭 100여 미터의 강을 만들어 물줄기가 바다로 이어지게 했다. 호숫가에 조성된 휴양지에는 아기자기한 자태를 뽐내는 다양한 스타일의 펜션들과 접안시설은 물론이고 각종 보트들이 사시사철 신세계 주민들뿐만 아니라 본토 사람들을 반겼으며 누구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벼농사는 물론 갖가지 농작물의 경작지는 최소한 10여 평방킬로미터에 달하였고 모두 최신식 농기계들로 농사를 지었는데 이모작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삼모작까지 가능하였으며 이외의 작물들도 본토보다 2배 이상의 수확량을 자랑했다. 이외에 신세계 곳곳에는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들이 즐비하였고 이곳에 방목되어 사육되는 소나 말 그리고 양떼들이 동화속의 풍경과도 같이 유유히 노닐고 있었다. 가축에서 나오는 각종 오물은 오염물 재생처리장에서 무공해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진 후 농작물이나 목초지 재배에 쓰였다.

 

모든 농작물은 항구에 설치된 냉장, 냉동시설에 집하된 후 자동화 시설로 세척과 규격별 분리가 이루어진 다음 일부는 천연상태로, 일부는 가공되어 신세계를 포함한 전국의 시장으로 보내졌다. 일정기준 이상 성장한 비육우는 주요 항구에 세워진 도축가공공장으로, 젖소에서 채유한 우유는 유제품 가공공장으로 운송되어져 모두 완전자동설비로 위생 처리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본토로 공급되거나 직접 전 세계로 수출되었고 양모는 본토의 가공공장으로 보내져 내수용이나 수출용 제품으로 재탄생하였다. 이외의 공해를 유발하는 시설들은 일절 허가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승용차를 포함한 모든 도로운송장비는 물론 기차 역시 전기로 작동하는 것 외에는 운행자체가 불가능하였다. 신세계 전체 해변 주위를 잇는 환상선에는 고속열차가 하루에 두 세 차례 운행되었고 환상선의 곳곳에 있는 분기점에는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지선이 가설되어 있어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원하는 목적지에 쉽게 갈 수 있었다.

 

무공해 공장이나 전철의 가동과 일반 생활전기용 전력의 생산은 해변 주위에 곳곳이 설치되어 있는 조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 및 풍력발전소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를 위하여 성능이 몇 배나 향상된 설비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충족되었다. 또한 농장이나 가정에도 고성능 축전지판과 풍력 전기발전장치를 설치하여 자가로 운영하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국경은 간단한 경계표시만 되어 있고 주요 포인트 몇 곳을 제외하고는 국경경비대조차 없었다. 그리고 신세계에 거주하는 주민뿐만 아니고 이곳으로 들어오는 본토인들 역시 이웃 국가에 무비자로 왕래할 수 있었다.

 

4계절 훈풍이 부는 온화한 날씨에 적당한 강우량은 물론 태평양으로부터 발생하여 북상하는 태풍도 동중국해에 신세계가 자리 잡고부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 그로인한 인한 피해는 없다시피 했다. 이와 같은 기후조건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이름 그대로 신세계다운 풍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어느 곳보다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자하는 모든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철저한 관리 덕분이었다.

 

영토 중앙에는 이병곤이라는 인물을 기념하기 위하여 바닥 면적 64,000평방미터 높이 5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구축물이 세워져 있는데 맨 위는 10,000평방미터의 공간에 한국에서 가장 큰 천문대가 설치되었다. 일찌감치 이곳으로 이주한 이병곤의 형인 이창곤은 자신이 설립한 기업의 경영권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신세계의 한 대학에서 바이오분야를 연구하며 강의를 하고 있는데 가끔 동생생각이 나면 이곳 천문대를 찾고는 했다.

 

푸른 하늘이 새파란 바다와 어울리게도 높게만 보이는 맑은 날이 이어지자 창곤은 여가시간을 즐길 겸 아내와 함께 천문대를 찾았다. 두 사람의 머리에는 어느덧 세월이 흐르면서 남기고 간 흰 머리카락이 드문드문 수놓아져 있었다. 그는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움찔했다. 마침 제법 지구 근거리에 지나고 있는 혜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별들이 흐트러지게 수놓다 못해 은하수처럼 흐르는 우주공간을 여유만만하게 여행하고 있던 혜성의 꼬리부분에서 갑자기 밝은 별이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내에게 이를 말해주려다가 이내 자신이 잘못 보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악몽 같았던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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