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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사람의 생각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요.(별의 눈물(제43회))

by 허슬똑띠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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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114. 숲 속 길

 

제리와 해조가 숲 속을 걸으며 상공을 바라본다. 그들의 시점으로 보이는.. 나무 사이의 헬기들. 대피소 주변 위를 맴돌 뿐 착륙하려 하지 않는다. 제리가 '왜들 저러고 있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헬기들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그렇게 서두르지 않는 해조. 헬기들이 대피소 상공에서 흩어진다.

 

제리 해조님 별사람 능력으로 봐서는 우리를 손쉽게 잡을 수 있을 텐데.. 왜 계속 경찰들이 우리를 쫓게 만들까?

해조 우리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지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런 다음 우리 스스로 자신들 앞에 나서서 항복하기를 기다리는 거죠. 그런 작전에 넘어가면 안 되니 조금 더 참고 기다리세요. 그게 제리님과 저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랍니다. 우리는 저들이 무리해도 안 되는 걸 보여주어서 오히려 저들이 지쳐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되요!

제리 무슨 뜻인지 알겠어!

 

#115. 환영(幻影)

 

갑자기 숲이 썰물처럼 그들 주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화면이 마구 출렁대고 두 사람의 모습, 그 속에서 급속히 줌 아웃 되며 까마득히 멀어진다. 이번에는 화면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가운데 높게 솟아오른 뾰족한 바위기둥들이 수없이 펼쳐진다. 다시 급속히 줌 인 되고 나면.. 하나의 바위기둥 꼭대기에 올라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딛고 있는 곳은 두 사람이 간신히 자리할 정도로 매우 옹색하게 좁다. 기겁해 하는 제리. 오들오들 떨기 시작한다. 그의 시점으로 수직으로 보이는, 바닥을 알 수 없는 허공. 그런데 중간 부분에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며 바위조각들이 떨어지고 있다. 아찔해하면서 제리가 해조의 손을 꼭 잡는다.

 

제리 (매우 떨리는 음성) 아니? 갑자기 이게 웬일이람?

해조 (긴장하여) 이건 우리 별 사람들이 홀로그래피를 이용해서 만든 환영일 뿐이어요. 조금 전에 제가 헬기 사람들한테 썼던 거보다 훨씬 강력한 거긴 해요.

제리 (떨며 겁먹은 목소리) 그랬었구나.. 근데 이건 실제 상황인 것 같은데?

해조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세요. 이것은 제리님에게 겁을 주어서 항복하도록 만들려는 술수에 불과해요. 이를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실제 제리님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요. 그것 역시 저들이 바라는 것이니 그대로 넘어가면 안되요!

 

해조의 눈을 마주보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는 제리. 그러나 그의 시점으로 보이는.. 중간에서부터 허물어져 오는 바위기둥, 화면이 좌우로 흔들리면.., 마구 흔들거리는 제리의 몸. 다시 혼비백산하는 제리.

 

해조 저를 믿으세요. 밑은 바라보지 마세요. 눈을 질끈 감고 저를 안으세요.

 

눈을 감은 채 떨고 있는 제리를 안고 허공으로 향하는 해조. 한두 발씩 걷자 화면 전체가 다시 아지랑이처럼 빠르게 너울거린다. 바위기둥을 비롯한 주위의 모습과 허공에 떠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 역시 함께 너울거리더니 사라진다. 장면 전화되면., 본래의 숲길에 나타나는 두 사람. 해조가 포옹을 풀고 제리에게 눈을 떠서 확인하도록 한다. 주위를 살펴보더니 휴~ 안도의 한숨 쉬며 미안해한다.

 

해조 사람의 생각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 예를 들어볼 게요. 실수로 배 안의 냉동 창고에 갇힌 사람이 있었어요. 며칠 후 배가 항구에 도착하고 창고를 열어보니 그 사람이 얼어 죽어있는 거예요. 이상한 것은 냉동창고가 고장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안은 따뜻했거든요.

제리 불가사의한 일이었네?

해조 처음엔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했죠. 그러나 조사결과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답니다. 영상의 온도인데도 단지 냉동 창고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자신은 얼어 죽을 거란 생각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정말 그대로 얼어 죽은 거죠.

제리 그럴 만도 했겠네, 방금 나도 그와 똑 같은 상황에 있었으니 이해할 수 있어. (깜짝 놀라며) 아니 그러면? 해조님 별사람들이 우리 부근에 와 있다는 그런 얘기?

 

그 말이 끝나자마자 팍 암전 된다.

 

#116. 암흑과 환영 속

 

계속 되는 암전 상태. 갑자기 해조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해조를 찾는 제리의 고함소리가 이어지는데.. 이 때 남자의 말소리가 울린다. 마치 천상의 소리 같은 분위기다.

 

남자 (보이스 오버) 너는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구나. 이제 깨우쳐 주마. 너는 우리 별 사람을 지구에 잡아놓고 영혼을 사라지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

제리 (보이스 오버) 무슨 소리야? 당신들은 사랑이 뭔지도 모르나?

남자 (보이스 오버) 너희 지구인들의 사랑이란 한갓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동물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주제에 함부로 떠들지 마라!

제리 (보이스 오버) 별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하는 방식은 다 틀리는 걸 가지고 시비 거는 것은 잘못 된 거 같은데?

남자 (보이스 오버) 꽤나 말이 많은 녀석이로군. 그래,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남의 별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그런 짓은 하면 안 되겠지?

제리 ..

남자 (보이스 오버) 그건 너도 인정하는구나.

제리 (보이스 오버) (고함) 어쨌거나 해조님은 어디로 숨긴 거야?

 

순간 한 구석에서 빛이 터진다. 순식간에 암흑이 걷히면서 해조가 제리 곁에 나동그라진다. 깜짝 놀란 제리가 그녀를 부축하여 머리를 다리에 걸치고 나서 이상이 없는지 살펴본다.

 

해조 (지친 목소리) 홀로그래피에 신경 쓰다 보니 함정에 그대로 걸려들었어요. 그러나 절대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제리 해조님 영혼이 사라진다는 게 무슨 소리야?

해조 제리님과 함께라면 아무 상관없어요.

제리 그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거잖아?

해조 제리님만 있으면 난 괜찮아요.

제리 (눈물 흘리며) 해조님한테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아요. 저들을 그냥 따라가는 게 어때?

해조 (엉엉 울면서) 저를 사랑한다는 거, 거짓말이군요?

제리 (얼굴을 그녀 얼굴에 비벼대며) 절대 그런 건 아니라고! 해조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말이야.. 해조님 얘기대로 다음 생에서라도 해조님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거잖아?

해조 제리님 맘만 변치 않는다면 그런 것은 관계없어요. 나중에 제리님의 사랑으로 제 영혼의 빛을 되살려 주시면 되요. 어떻게든 우리 별 사람들을 설득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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