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회장의 과거를 추적하는 기자와 수사관의 숨바꼭질
그러자 그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가람을 사무실로 안내해 갔다. 그의 방에 앉자마자 그 당시 교통사고는 경찰에서 간단히 운전미숙에 따른 것으로 결론지었으나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외의 말을 듣고 상세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 왔음을 밝혔다.
“그게 살인사건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거죠?”
그가 되물었다.
“그 교통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최근에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 사람은 모 회사에서 자재를 운반하는 트럭을 몰았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밤에 험한 산길에서 그저 장난으로 그런 일을 했다고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아마도 누구의 사주를 받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야기 시키기 위한 짓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 비밀을 알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취재하면서 추적한 것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과 공동대표였던 사람이 꾸민 음모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여자 회장이라는데 그 사람과 무슨 연관이 있죠?”
“네 숨진 회장이 그 사람 부인이었거든요.”
“왜 회장자리를 부인에게 넘겨주었나요? 그 사람도 사망해서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 남자도 살해되었습니까?”
“간접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부인까지 노린 거군요.”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주 철저한 복수극인 거죠. 그런데 아직 모든 게 추측에 불과합니다. 다행히 한 가지 단서가 남아있었죠. 사장님께서 현장에 도착하셨을 때 급하게 그 자리에서 떠나간 승용차 말입니다. 그 승용차를 밝혀내면 누가 그 차에 타고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주한 인물을 추적해 볼 수 있거든요.”
“어떻게요?”
“네 지금까지 취재로 당일 차를 빌려주었던 사람과 그 차를 타고 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추적해냈거든요.”
가람의 말을 들은 그는 수긍한다면서 당시를 회상하듯 골몰히 생각하더니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 차는 기아에서 나온 프라이드였어요. 그 뒤로 온 차들이 몇 대 있어서 헷갈렸는데 확실합니다.”
가람이 말을 끝내자 마고도가 물었다.
“그 차가 공봉춘이 그 날 남회장에게 빌려주었다는 차종이 맞습니까?”
“네 확인했습니다.”
“그렇지만 프라이드는 당시 상당히 많이 운행되고 있던 것으로 아는데 꼭 같은 차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 점이 약점일 수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단 사고현장에서 사라졌다는 아이가 동일한 차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봅니다. 이건 그냥 제 뇌피셜이 아닙니다. 상당한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 점은 나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기자는 아주 묘한 간접 기법을 잘 사용하는군요.?”
“아직 정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남회장이 연루되었다고 거론하기는 껄끄럽더라고요. 단지 그것 때문입니다.”
마고도는 제가람을 돌려보내고 나서 이 경위와 오 경사와 그 동안의 수사상황을 종합하여 최종 결론을 내리고자 했다. 오 경사가 제가람을 방임하는 것이 불안한 듯 이견을 제시했다.
“모든 정황이 제가람이 범인일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저렇게 놔두어도 될 런지요?”
“그의 행동은 그가 범인일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는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아직까지는 용의자로 추정될 뿐입니다. 본인도 자기에게 화살이 집중되고 있음을 모르지 않아요. 또한 우리가 당장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음도 역시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멍청하게 섣불리 사라지는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우리에게 확신을 안겨주지는 않아요. 단 만일을 위해 이 경위가 다른 수사관들에게 제가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도록 조치하세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제가람의 집을 수색해보았으면 합니다.”
이 경위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자 오 경사도 거들었다.
“제가람의 당일 알리바이도 다시 조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알았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더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마지막 희망인데...
남민희회장의 유품을 조사하다보면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단서를 잡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내가 남사장에게 회장님저격사건의 수사단서를 위한 것이라고 협조를 부탁할 터이니 두 사람은 조사할 수사관들과 함께 대기하도록 하세요.”
남정균사장은 마고도의 제안에 선뜻 응했다. 수사관 몇 사람이 남회장의 집으로 출동했다. 개인 주택이기는 했으나 남회장의 사무실에서처럼 예상했던 것만큼 그다지 대저택은 아니었다. 그리고 집 내무도 호사스럽지 않았다. 매우 깔끔할 뿐이었다. 남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그녀의 개인 소지품들은 생전 때와 같이 그대로 정돈되어 있었다. 장례를 치른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사장이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남사장과 여집사의 안내로 집안 곳곳을 살펴보았으나 단서가 될 만한 물품이나 문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곳만 남았다. 바로 개인 금고였다. 남사장은 자신도 비밀번호는 모른다고 했다. 난감했다. 귀금속류나 현금 등이 보관되어 있으리라 보고 손을 떼려고 했다. 마고도가 잠시 생각하다가 남사장의 양해를 다시 구했다. 금고 업자에게 부탁하여 금고를 열어 내부를 확인해보자는 마고도의 제안에 상당히 망설였다. 자신도 한 번도 그 금고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듯했다. 그러다가 마고도의 설득에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금고 속에는 기대만큼 화려한 재물은 없었다. 현금 일부와 집문서와 같은 증서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남사장에 따르면 남회장은 대부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골드바와 같은 실물은 은행의 대여금고에 보관해두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금고 맨 아래에 있는 서랍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남회장의 개인 소지품을 보관하는 곳을 찾아보았다. 한 곳에서 키가 나왔다. 그곳을 열어 안을 조사하던 이 경위가 마고도에게 다급히 보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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