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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로즈파피(Rosepoppy) (제 16회)

by 허슬똑띠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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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장의 일기

 

 

남회장이 오랫동안 기록해 두었던 일기장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인터뷰 직후까지 인생기록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녀가 죽음을 예상한 듯 마지막에 자신의 신체적 비밀을 적어놓았다.

나에게는 아주 독특한 체취가 있다. 향수라는 영화를 보면 향수에 미친 아주 특이한 후각을 지닌 청년이 기상천외한 향수를 만들어낸다. 살아있는 처녀들의 체취로서 사람들의 정신까지 마비시키는 향수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나의 체취는 그런 향수에 비견될 수 없는 아주 강력한 것이다. 내 몸속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순간 그 체취를 발산하여 내가 주무르고 싶은 남자들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절대적 무기이다. 그런데 내 인생에 있어 나의 체향으로 굴복시키지 못한 사람이 딱 한 사람 아니 대상이 오늘로 둘이 되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나는 두 번째 남자가 굴복당하지 않는 것을 보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비록 너무도 그리운 사람의 복제품이기는 하였으나 그 분을 다시 만난 기분으로 매우 충만했었기 때문이다.

마고도는 이 부분에서 다시 가람이 독순술로 알아낸 그녀가 웅얼거렸다는 말을 떠올렸다. ‘어쩜 그 분의 모습을 그렇게 똑 닮았을까?‘ 가장 최근의 일기를 확인하고 나서 처음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날로 돌아간다. 그날로부터 그녀가 기록해두었던 사건들을 삼인칭으로 정리해본다.

남민희는 고등학교를 갓 입학하고부터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계속 시달리면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하기 전에 그룹 보험사에 합격하여 경리부서에 배치 받아 일을 시작했다. 얼굴도 예쁘장한데다 일도 잘해서 무척이나 귀염을 받았다. 그런데 의붓아버지는 집요하게도 계속 그녀를 노리개 감으로 이용하려했다. 짜증은 복수심으로 변하여 그 악마의 손길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하다가 화재사고를 가장하기로 했다. 술꾼이라는 점을 이용해서였다. 거사날짜에 미리 술에다 전혜린이 사망할 당시 먹었다는 세코날이라는 강력한 수면제를 타 넣어두고 풍부한 안주도 준비해두었다. 그런 다음 자신을 죽자 사자 따라다니던 청년에게 범행을 하도록 사주했다. 그녀는 미리 그를 꼬드겨 놓았었다. 의붓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수면제에 취해 세상모르고 잠든 사이 난로를 쓰러트리고 담배에 불을 붙여 그의 손에 쥐어놓도록 했다. 그래서 집안에 불이 났고 의붓아버지는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며칠 후 그에게 약속했던 키스를 해준다면서 그 청년을 한적한 해변으로 데리고 가서 벼랑으로 밀쳐 죽게 했다.

보험금의 수령자는 자기로 해두었었다. 의붓아버지 명의의 생명보험과 화재보험금을 받아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선배언니로부터 수시로 들었던 성공담이 그녀를 그길로 인도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척 철두철미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투자공부를 했다. 이런 준비성과 함께 때마침 불어 닥친 주식투자열기에 편승하여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그 후 대부분의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한 덕에 나이에 걸맞지 않은 커다란 부를 움켜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앞날을 위해 야간대학을 다니며 학력을 높였다. 그녀는 한 발 앞선 사고로 회계학을 전공했다. 미래를 위한 또 다른 계획에 들어갔다.

보험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선배로부터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부자들의 신상을 파악했다. 그 정보를 통해 한 갑부를 찍어 그의 신상명세를 확인한 다음 그의 아들인 선계윤을 타겟으로 삼았다.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고혹적인 체향으로 그를 손쉽게 유혹하였고 아주 깊은 관계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미모에 반해서 즐기는데 이용하였을 뿐이었다. 그녀가 임신하자 아이를 떼어내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그녀를 멀리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글거리는 증오의 불길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혼자 아이를 떼어내고 무서운 결심을 한다. 그녀는 휴가를 내고 아무도 모르게 그를 집안으로 초대한 후 살해한 다음 쥐도 새도 모르게 그의 시신을 처리한다.

마고도는 이 부문에서 가람이 추리했던 것을 생각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일기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으나 가람의 추리로 그 윤곽은 웬만큼 그릴 수 있었다. 선계윤 살종사건은 한 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으나 끝내 미제로 남겨진 채 종결된다. 최대의 용의자인 남민희의 알리바이가 명확한데다 물적 증거도 전혀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후 30대 중반의 의사를 알게 되어 그와 사귀게 되었으나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 거리를 두었다. 그래서 일까? 갑자기 그는 친구인 정영길과 제갈명을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남민희는 제갈사장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녀가 진심이 충만한 애정으로 가득 찬 느낌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잘 생긴 얼굴에 풍부한 유머감각을 지닌 그가 그녀에게 베푸는 작은 호의도 그녀를 설레게 했다. 다소간의 거리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한데 정영길이 그녀의 미모에 반해 몸이 달았다. 이렇게 그녀와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그녀에게 완전히 빠진 정영길은 그녀를 자신의 회사에 들어오도록 설득한다.

그녀가 함께 만났었던 정영길의 친구인 제갈명과 공동경영하고 있는 신명자원이라는 회사였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입사하게 된다. 시실 정영길은 안중에 없었고 오로지 제갈명에 대한 일편단심 때문이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그녀가 경리부서의 초급책임자인 대리급으로 입사하자 회사에서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대부분 직원들의 뒷담화를 잠재울 정도로 업무능력을 발휘하였으므로 드러내놓고 그녀를 험담하지 못하였다. 자신의 능력을 한껏 과시하고 나서 그녀의 능력을 칭찬하며 잘 대해주는 제갈명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는 첫 인상 그대로 상당한 미남이면서도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그녀에게 던져 언제나 자신만만한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하지만 고혹적인 체향을 뿜어대며 그를 유혹하려고 했으나 그는 결코 넘어오지 않았다. 그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에 대한 분별이 뚜렷했음은 물론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아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법인 남자를 넘어가게 하는 체향이 통하지 않게 되자 실망하였다. 이는 곧 체념으로 바뀌었고 연모의 정은 역으로 증오심으로 변해갔다. 하는 수 없이 자신에게 끝없는 추파를 던지며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정영길에게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요구하는 대로 응해가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더욱 키워갔고 조금 씩 조금 씩 그를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갔다. 정영길은 그녀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실패를 거듭하게 되자 회사 돈을 빼돌려 돈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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