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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청춘의 덫 -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제2회)

by 허슬똑띠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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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은근한 희망으로 차를 마시며 가끔 주위를 둘러보곤 했다.

마치 기다리는 사람이 오는지를 살피듯이.

커피를 반잔 쯤 마셨을 즈음 그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그는 리모컨으로 녹음기를 작동시켰다.

한 구석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 두 명이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들의 대화내용이 잡힌 것이다.

한 청년이 꺼낸 얘기는 자기 부친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들을

곧 개최될 미술품 전시에 내놓는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아주 비싼 그림이 있는데 그것은 2년 전에 세무조사를

무마시켜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았던 뇌물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 되게 다급했던 모양이라고 하자

다른 청년이 지들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인데

당연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웃어댔다.

그러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제 그년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없지?”

“그년 오빠가 징그럽게도 나를 조사하고 다니더라고.

그래서 ‘니 맘대로 하쇼’ 라고 했지.

뭐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지년이 색을 써대며 좋아라하고

약을 통 채로 들이키는 걸 내가 어쩌란 말이야.”

먼저 청년이 별 거 아닌 듯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그는 기기를 끄고

그들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았다.

전시할 그림의 소유자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 귀엽고 늘씬한 외모의 20대 초반 여자

두 명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이 상당히 야하게 차려입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델들이 아닌가 하며 바라보았다.

추가로 커피를 시키고 잠시 웃으며 떠들어 대던 그들은

일어서서 커피숍을 나섰다.

가온도 그들을 따라 일어서서 쫓아갔다.

네 명이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자

두 명의 중년남자가 들어가고 가온도 그들을 따라 탔다.

지하주차장에 내려 한 외제승용차로 향하자 그도

별다른 표정 없이 간격을 두고 그들을 따라갔다.

네 명의 남녀는 가면서도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여자 애들은 중간 중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고는 했다.

그러는 바람에 그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들이 차에 오르자 가온은 지나치면서 무언가를

차 뒤 범퍼 아래에 붙였다.

차가 빠른 속도로 지하주차장을 떠나자

그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전혀 서두르는 구석은 없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그들이 당장 갈 곳은 뻔했기 때문이다.

밤이 되자 가온은 네 명이 탄 차가 머물러있는 곳으로 향했다.

차에 설치된 모니터의 지도상에는 한 지점에서

깜짝이고 있는 불빛이 나타나 있었다.

그 부근에 정차한 그는 끈질기게 기다렸다.

11시가 넘어서 흠뻑 취한 네 명이 나왔다.

 

다들 그 자리에서 헤어지고 차의 주인만이

대리운전자가 준비하고 있는 차에 올랐다.

가온은 간격을 두고 슬슬 그 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고급 주택가로 들어 선 차가 어느 저택 부근에 이르자

담벼락에 차를 세웠다. 청

년이 집으로 들어가자 가온이 내려서 문패를 확인해보았다.

누구나 알만한 실력자였다.

혀를 차며 차로 돌아오는 데 골목에서 웬 사내가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나타났다.

가온은 후다닥 차에 올라 사내의 동태를 살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나는 척 하다가 그 차에 다가가더니

키를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었다.

아마 키를 복제해 두었으리라.

차에 들어간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짙은 선팅 때문에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차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차 문을 잠그고 아무렇지 않게 그곳을 떠났다.

가온은 그가 골목을 돌아가자 청년의 차로 가서

앞 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으나

특별히 의심 가는 것은 없었다.

갸우뚱하다가 급히 차로 돌아와 그 사내를 쫓기 시작했다.

모퉁이를 돌아가자 그가 인근에 세워둔

차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온은 어느 정도도 가까워지자 창문을 조금 열고 뒤

범퍼에 추적기를 발사했다.

그런 다음 빠른 속도로 그 차를 지나쳤다.

 

의문의 자동차 사고

다음날 아침, 많은 차들로 꽉 차있는 어느 고속도로.

어제의 그 청년이 앞서가는 차들을 교묘하게 추월하면서

조급하게 차를 몰고 있었다.

그는 잠자고 있다가 이른 아침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을 나서서 그 사람이 지정한 곳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전화를 한 남자는 청년에게 환각제를 판 사람을 알아냈다고 하면서

이를 무마하려면 OO시로 오라는 말을 하고 덜컥 전화를 끊었다.

‘제기 그럴 리 없는데?’ 중얼거리면서도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일단 전화를 건 게 누구이고 과연 그게 사실인지 여부도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리나케 집을 나섰던 것이다.

점차 길이 트이자 스피드광인 그는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선 지 1시간가량 지났을 무렵

갑자기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달리던 차들이 겁을 먹고 속도를 늦추었고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던 차들도 다급하게 내달려 지나갔다.

계속 비틀거리던 차는 결국 중앙분리대를 튀어 넘어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대충돌을 일으킨 다음

반대편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차량들이 급하게 밟아대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비명처럼 주변에 울려 퍼졌다.

벼랑에 추락한 차는 잠시 후 불길에 휩싸였다.

 

자신의 거처에서 아침에 일어난 가온은

간단히 식사를 한 다음 모니터를 켰다.

그런데 이상했다.

차에 부착한 추적기 중 하나의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젊은 친구의 차였다.

이는 그의 차가 추적할 수 있는 반경을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녀석이 이른 아침부터 웬일로 서울을 벗어난 거지?’

중얼거리다 갸웃거렸다.

30대 중반의 사내 차가 젊은 친구의 집

부근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 친구는 무슨 일로 아침부터 저 집을 왔다 가는 걸까?’

뇌까려 보지만 의문 만 증폭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목적지가 어디인가 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어느 빌딩에 도착한 사내의 차가 꼼짝도 하지 않자

부근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5층의 사무실에서 그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직장인이었다.

궁금증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자신이

그에 대해 더 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여 주저하다가

일단 방문자를 가장하여 그의 신원은 확인해 두었다.

 

쩝쩝거리며 나온 가온은 미술품이 전시될 예정인 곳을

살펴본 다음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밤에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던 가온은 청년이 몰던 차가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내고 사망한 것을 알았다.

가온은 청년의 차에 들어갔었던 사내가 어떤 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추리해보았다.

폭발물에 의한 사고가 아니었으므로

시한폭탄을 장착한 것은 아닐 터였다.

그러면 수면 가스일까?

사고 난 지점이 서울에서 1시간이 넘는 정도의

거리인 것으로 본다면 시간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러면 과연 그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후

사고를 유발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컴퓨터를 검색하던 그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바로 이거다 하며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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