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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7회)

by 허슬똑띠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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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도의 비밀수사

그런 다음 지하실 내부를 휘 들러보았다. 그다지 값나가지 않는 물건들이 쌓여있는 것 외에는 특이한 점은 없었다. 다만 금고 바로 옆쪽에 표시가 잘 나지 않는 흔적들을 발견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지레 김에게 이를 말했다가 물고 늘어지면 세밀히 조사하기도 전에 귀찮게 물고 늘어질게 뻔했다. 다른 것부터 조사하고 난 뒤 그가 추리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름이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얘기해도 될 일이었다. 처음 마경감은 김과 통화를 하면서는 늙수레하고 음침한 목소리를 듣고 괜한 것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었었다. 그러나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 것 같기도 해서 잠시 생각해보다 고위층을 통하여 비공식적으로 내려온 만큼 이면에 깔려있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김이 그에게 특별히 이상한 점이 있는지 물어보려다 마고도가 별다른 표정 없이 지나치자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김에게 금고에 대해 물어보다가 협박장을 받고나서 금고를 재정비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지하실입구의 비밀이 이 때문에 새어나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차적으로는 금고기술자들이 용의자였다. 무사히 지하실로 들어온다면 금고를 여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다만 그들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들어올 수 있느냐는 것은 차치하고서. 그는 사설경호요원들에게 그동안 경비 중 조금이라도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본 다음에 기술자들을 만나보는 것으로 조사순서를 정하면서 김과 함께 지하실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김에게 금고보완장치를 한 기술자들의 신원에 대해 묻고 그 내용을 수첩에 적었다. 그는 나름 생각했던 것을 조사해본 다음 내일 그 내용을 보고하고 추가적인 증거를 찾아보겠다고 하면서 집을 나갔다. 그렇지만 김은 마고도가 나갈 때 까지 금고에 들었던 종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거기에 쓰인 글 때문이었다.

 

그 날 오후 가온은 창밖을 보면서 지나간 일들을 되새김질 하다가 문득 김이 보석함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해지자 이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차를 타고 김의 집근처에 다가가는데 웬 승용차가 그의 집 대문 앞에 정차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거리를 두고 차를 세운 다음 그 차를 주시했다. 차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내려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자 즉시 쪽문이 열리고 안으로 사라졌다. 일상적인 방문자가 아님을 직감했기 때문에 그의 차에 추적기를 붙이고 담에다가 감시카메라를 장착했다. 급히 그의 집이 보이지 않는 골목에 차를 세우고 나서 모니터를 작동시켰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온 대화의 내용으로 그는 김이 행동을 개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고도? 많이 듣던 이름인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최고의 수사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통칭 ‘슈퍼 캅 고도 엠(M)'이라 불렸다.

 

가온은 김이 정말로 경찰에 수사의뢰한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천하의 명수사관인 마경감이 아닌가. 어떤 경로로 해서 그가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람에게 사건이 맡겨졌다면 내막이 웬만큼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했다. 단단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면서 계속 그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모니터에서 그의 차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차를 쫒아가 보니 사설경호회사에 멈추어 있었다. 그들을 만나보았자 별 소득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뒤가 문제였다. 그는 분명 금고회사를 찾아 갈 것이고 그곳에서 그들이 빌렸던 집도 알아낼 것이다. 다만 자신들이 변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상착의를 알아냈다 해도 신원파악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집을 아무리 뒤져보았자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보석함을 빼내 온 후 그 집에는 얼씬거리지 않았었는데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그곳을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 집은 비어있던가 아니면 그 새 다른 사람이 들어왔을 수도 있었다. 가온은 즉시 그 집으로 향했다. 그 집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눌러보았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어 포기하고 철수하면서 제이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제이슨은 웃으면서 아무리 명수사관이라도 절대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니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는 천하태평이었다.

 

그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는 것이, 그들이 빌렸던 집으로 기술자들을 부른 것은 금고에 대해 자세한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였으나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눈가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제이슨은 용의주도했다. 그들이 작업을 한 것은 그 집에서가 아니었다. 골동품을 빼내는 데 외견적으로는 이 지하실을 이용한 것으로 보일수도 있었으나 사실은 친구의 명의로 빌린 그 위편의 작은 집에서였다. 그 집의 마당에다 천막을 쳐놓고 파 들어갔던 것이다. 제이슨은 이미 김중훈 집 인근에 방공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해두고 있었다. 그것은 김중훈의 집을 지으면서 메워졌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를 찾아 간 뒤 거기에서부터 금고지하실로 파들어 가는 방법을 썼었다.

 

경호요원들을 만나본 마경감은 예상했던 대로 특별한 사항을 잡아내지 못했다. 그는 시간이 늦었으므로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 날 일찌감치 전화를 하여 금고기술자와 약속을 잡았다. 그들을 만난 마경감은 이들을 슬슬 구슬려 최근 김중훈 집 부근의 저택에서 그의 집에 설치한 금고와 같은 형태의 금고를 주문하려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의 개략적인 인상착의를 들었으나 딱히 감이 잡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래 금고는 설치했나요?‘

“웬걸요. 이것저것 주요 기능에 대해서 잔뜩 물어 보면서 금방 주문해서 설치할 것처럼 굴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외국으로 출장가게 되었다고 하면서 한 달 뒤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지 뭡니까.”

상급자로 보이는 기술자가 심통이 났는지 다소 빈정대는 투로 답했다. 마경감은 금고를 설치하겠다던 그들의 의도가 짐작되었다. 그는 집주소를 확인하고 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그들이 알려준 집은 김의 집 바로 부근이었다. 그는 확신감이 들었다. 김의 집 지하실 벽에서 발견한 흔적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초인종을 누르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게 낯익은 목소리였다.

“이거야 원.”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안에서 인터폰으로 그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더 이상의 질문 없이 쪽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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