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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8회)

by 허슬똑띠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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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의 비밀

 

한 중년과학자가 다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저분은 제 아빠예요. 지금은 안계시지 만요.”

라온은 아빠란 말이 나왔을 때 그녀가 침울했던 이유를 깨딜았다.

“우리아빠가 저를 만들어주셨죠.”

이 말을 하고나서는 무언가를 잘못한 아이처럼 라온의 눈치를 살폈다.

“그럼 아직도 어떻게 태어난 지 자초지종을 잘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도 폴라님처럼 아주 영리하게 만들어졌을 것 같네요.”

폴라가 멈칫한 이유가 아마 아이를 만든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거북하게 느껴져서 그럴 거라 지레짐작하고는 농담조로 말했다. 그녀는 아주 가느다랗게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더니 대답했다.

“라온님 부모님처럼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까 저도 모르게 설움이 복받쳤나 봐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한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라온은 살그머니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미소를 되찾은 폴라는 말을 이었다.

“아빠는 굉장한 분이셨어요. 모든 것을 다 아셨어요. 또 사람을 다루는 기술도 뛰어났고요. 그걸 제가 다 물려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세상에 나타날 때부터 지금의 능력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다가 사람의 정신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죠. 이건 천부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아빠로부터 추가 훈련을 받기도 했어요.”

폴라가 그녀의 아주 구체적인 능력에 대해 설명하자 라온온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와우! 영화에서나 볼법한 초능력자가 현실에도 있을 줄은 꿈에라도 생각 못했는데요. 난 정말 행운아이네요. 이런 대단한 분을 만나고 또 천생연분으로 맞이했으니 말이지요!”

폴라는 부끄럽다는 듯 라온을 바라보다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묘한 말을 꺼냈다. 그녀가 습득한 고도의 기술로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그 일이 과연 무얼까 나름 알아내보자 하는데 그녀가 더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의 아빠가 생존해 계실 때 남미의 한 지역에서 난파한 외계우주선을 발견했고 이를 폴라에게만 말해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빠로부터 자새한 위치 설명을 들었고 이와 함께 그 우주선의 각종 기기들을 작동하는 법까지 습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라온에게 적절한 시기에 그곳에 함께 가보자고 했다. 그곳엔 분명 전혀 새로운 기술이 존재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하면서.

 

폴라의 이야기가 점차 현실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닫자 라온은 놀라움을 넘어서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라온의 표정을 눈치 챘는지 그녀는 방향을 바꾸어 홀로그램 작동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홀로그램에 영상을 기록하는 법, 내용을 삭제하는 법, 재생하는 법 등이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나 만든 것도 업로드가 가능하며 집에 설치되어 있는 CCTV에 녹화된 것들도 자동 업로드 된다는 것이다. 용량에 제한은 없으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꼭 필요한 것만 빼고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설명을 끝내면서 자기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이란 존재는 라온이라는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고 하면서 그를 안심시켰다. 오경사가 잠시 말을 끊었다.

“홀로그램이라는 것이 전에 유라온씨 집에서 보았던 부인의 홀로그램 영상과 같은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것은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에 비하면 장난감 같은 것이죠.”

“그런데 어째 갈수록 현실과는 상당히 동 떨어진 얘기 같습니다. 당시 그런 느낌 갖지 않았었나요?”

“왜 안 그랬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당시 폴라에게 흠뻑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폴라가 말하는 것은 뭐든지 제 보잘 것 없는 능력이라도 모두 받쳐서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도 잠시였을 뿐입니다.”

“그런 심정은 이해할 만합니다만 그래도 자세히 파악을 해보고자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요?”

이경위가 라온의 말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도 폴라가 하는 행동이나 얘기에 대해 그때그때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아 답답한 때가 많았죠.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어요. 폴라의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고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이죠. 시간이 흐르면 그 간의 의문들은

자연스럽게 밝혀지게 되리라고요.“

“유라온씨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도 어떻게 그리 쉽게 넘어갈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일단 진술은 여기에서 중단하고 라온씨가 얘기했던

그 홀로그램을 확인하러 가보도록 합시다.”

이 말과 함께 이경위가 일어서자 두 사람도 따라 일어섰다.

 

라온의 집에 도착한 세 사람은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온은 침실 머리맡에 있는 탁자로 갔다. 그 위의 침실등의 스위치 세개 중 오른 쪽 것을 누르자 라온이 진술한대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침실 내부를 가득히 채운 것은 장엄한 우주의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실제 우주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경위는 그 광경을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오경사는 수첩에다 메모했다. 폴라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중년과학자의 모습을 끝으로 홀로그램의 시연은 끝났다. 라온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한 후 그들은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진술 중 홀로그램에 관한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으니 이어서 진술을 계속하십시오.”

이경위의 말에 라온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특이한 일들을 겪기는 했지만 폴라와 아이들과 함께하는 충만한 행복감은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폴라가 가져다준 행운에 감사하며 그동안 소홀히 했던 자신의 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서재에서 관련된 서적을 찾다가 미쳐 예전 집에서 챙겨오지 못한 물건들이 생각났다. 득달같이 달려가 가지고 돌아와 서재에 정리하고 있을 때 폴라가 옆에서 거들어 주었다. 그러다가 책 한권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다름 아닌 성경책이었다. 폴라가 주어 들더니 예전에 라온의 집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지 빙그레 웃었다. 정리가 끝나고 나서 주방으로 왔다. 폴라가 차를 준비하여 탁자로 가져오면서 성경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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