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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8회)

by 허슬똑띠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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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도 남매

그가 현관문에 도달하자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마중을 나왔다. 마경감은 기가 찼다.

“목소리를 듣고 넌 줄 알았지만..”

“오빠가 이곳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셔요.”

그가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자 여인이 냉큼 차를 가져와 탁자에 놓고 옆에 앉았다.

“호텔에 묵고 있지 않았냐? 그냥 국내에 눌러 살려고 작정한건 아닌 것 같고.”

“이서방 비즈니스 때문에 거래처 사람들을 대접할 일이 있었어요, 그래 잠간 집을 빌린 거예요. 그런데 이곳에 무슨 일이 있어요?”

마경감은 동생의 이 말에 잠시 망설여졌다.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수사 중이다.”

“그런 건 오빠가 직접 나서서 할 군번은 아니잖아요?”

질문하는 여동생의 표정으로 보아서는 김중훈의 건을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동생은 그렇게 뻔뻔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순한 도난 사건이 아니라 귀중한 골동품이 사라져서 그런 것이라고 사실대로 얘기를 해주고 말았다. 그러면서 집을 한번 둘러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녀는 전혀 거리낌 없이 앞장서서 집안 내부를 다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하실 입구는 단단히 잠겨있었다.

“여기는 왜 이렇게 잠겨있냐?”

“글쎄요? 집 주인이 귀중한 것을 지하실에 보관해 두었나 봐요. 집을 빌릴 때 부동산에서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키도 집주인이 가지고 있다고요.”

여인은 미소 지으며 사유를 설명했다. 순간 마경감은 혼란스러워졌다. 금고기술자들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곳에서 금고를 설치하겠다고 해서 몇 번 방문했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지하실을 보았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직접 확인해본 바로도 이 지하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집하고 또 저 지하실하고 도난 사건하고 뭔 관계가 있어요?”

동생이 의아스러운 듯 물었다. 마경감은 그 질문에 괜스레 무안해져서 아무 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리고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마고도는 동생의 태도 외에 지하실의 상황으로 보아 이 집에서부터 김의 집까지 지하터널로 연결되지 않았으리라 판단하면서도 이곳에서 수사방향이 꽉 막히자 황당했다. 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그 집을 나와 마지막으로 부동산사무실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동생의 말대로 그 집을 빌린 사람은 매제였다. 그 사무실을 나서면서 다시 곰곰 생각해보았다.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지하실은 출입이 불가능 상태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부동산사무실에서도 이를 확인해주었다. 동생보다 10여일 먼저 입국했던 매제가 그 기간이면 충분히 그런 일을 벌일 수도 있겠으나 역으로 그 집에서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이를 부정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때문에 금고기술자들의 말만으로 추리한 것이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만났다는 사람의 모습도 전혀 다른 사람의 이미지였지 않은가? 그렇다고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거꾸로 김의 집 지하실부터 시작해 보기도 찜찜했다. 확신도 없이 흔적만으로 무조건 파내보자고 했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자신의 입장만 난처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는 수사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김이 자기 베개머리에 지하실 문을 여는 리모컨을 두고 잔다고 했지만 범인이 미리 그를 마취시켰다면 알아차릴 도리가 없을 것이다. 또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아주 특별한 금고털이 기술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다만 사설경호원들이 건물 외부에서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데다가 여러 곳에 설치된 시시티브이가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침투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처음 얼핏 생각했듯이 집안사람과 내통하여 미리 잠복해 있다가 일을 감행하였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다만 다른 귀중품은 그대로 두고 그것만 가지고 간 것에 대한 의문은 따로 남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시시티브이를 다시 조사하면서 그 사이 집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조사하던 중 다른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수사를 잠정 중단했고 나중에는 아예 수사를 포기했다. 어차피 공식적인 것도 아니었고 김이라는 사람의 과거나 행실 등을 보아 더 이상 관여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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