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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9회)

by 허슬똑띠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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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의지에 대하여

 

라온은 어릴 적에 어머니 때문에 성당에 다녔으나 신심은 그리 깊지 못했다. 부정적 심리가 신앙에 귀의하는 것에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하필 그 시기가 반항심이 절정에 다다른 사춘기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성경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저하며 고민하던 중 문득 언젠가 읽었던 자유의지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이도 반항끼의 일부였다. 더구나 폴라가 성경이 재미있다고 한 적이 있음이 떠올랐기도 했다. 폴라는 자유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궁금해 했다.

“지금부터는 자유의지를 신이 부여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는 아담과 이브가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고 나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교인이 아닌 사람이나 여타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자주 문제를 삼는 주제이지요.”

"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서 들려주세요."

폴라가 재촉하자 라온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창조론에서는 신께서 아담과 이브를 만드셨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최초의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추방시킨 일에 대한 논란이 전부터 많이 있었다. 아담과 이브를 만드신, 신이 전능하시다면 아담의 추락을 예측하셨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논쟁의 중점이다. 사실 이것뿐만 아니라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쟁이 있어왔다. 아담이 실수하리라는 것을 신이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면 신은 전능하시지 못한 것이 되는 셈 아니겠는가? 이러한 모순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수많은 논란 끝에 아쉽지만 그런대로 내린 결론은 뭔지 아세요?"

라온은 여기서 폴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혹시 신이 간과한 실수로 인한 때문은 아닐까요?"

"신이 간과한 실수요? 제기할 수 있는 발상이기는 한데... 신이 전능하심에 대한 불경죄에 해당하는 말씀일걸요, 아마도?"

"어머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 생각이라고 아무렇게나 말하면 안 되겠네요."

"꼭 그런 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주제에 대해 토의할 적에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중요한 거지요. 이 문제는 사실 간단치가 않아서 신학자들도 골치 아파했다더군요. 결국, 신은 아담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다는 데에 방점을 콕 찍고 이견을 봉합했답니다. 자유의지를 부여했는데 선악과나무 주위에 이곳은 절대 출입금지와 같은 팻말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었다는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비록 뱀의 유혹이 있기는 했지만 아담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에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라는 형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즉 신은 아담에게 무턱대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주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폴라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순진함이 묻어났다. 궁금증은 계속 이어졌다.

 

진화론은 완벽하게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창조론자들이 이를 물고 늘어질 텐데 진화론자들이 이를 대응하는 논리는 무엇인지 등이었다. 그녀는 흥미로워 하면서 이를 즐기는 것 같았다. 라온은 그녀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설혹 바다 속 아무리 깊은 곳이라도 그녀가 원하는 것이 그곳에 있다면 마다않고 나설 것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충만해 있는 터에 그녀의 요청은 엔도르핀을 솟구치게 만들었기에 기억의 회로를 분주하게 재생시켰다. 그가 듣고 배웠던 범위 내에서이기는 하지만.

"창조론과 진화론이 만만치 않게 대립되어 있는 상황은 잘 아시죠? 이들은 각자 성경에 기반을 두거나 인류화석을 근거로 해서 논리적 주장을 펴고 있지요.

나름 모두 다 합리적이라 여겨지는데 진화론이 인류화석 때문에 곤경에 처해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화석이 조작되었나요?"

"조작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구요, 그것보다 진화의 단계를 깔끔하게 연계시켜줄 중요한 연결고리라 할 화석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 엉터리라고 공격을 당하더라도 할 말 없는 거지요. 그도 그럴 것이 느닷없이 놀랍게 진화된 종, 이는 바로 현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를 말하는 건데 이게 진화단계를 무시하고 간격도 확 축소되어 툭 튀어나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현 인류의 출현직전에 살았던 인간종이 있을 거라 판단했는데 아직 관련된 화석을 발견해내지 못한 것이죠."

“그게 없다면 진화이론이 어긋나는 셈이로군요.

그렇다면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거구요.”

"네~~ 바로 그겁니다. 역시 폴라님 이시네요. 그래서 말이죠... 아주 색다른 이론이 제시되었답니다."

"색다른?"

"혹시 오쏘제네스 우리말로는 계획출산이란 말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네요.”

폴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궁하면 통한다는 식으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네안데르탈인에서 갑자기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 건너 뛴 데에 대한... 말하자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일종의 가설이죠.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로 ‘올바른 또는 격에 맞는’이라는 뜻의 오쏘와 ‘출산’이라는 뜻의 제네시스 이 두 가지를 합성해서 만든 용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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