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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0회)

by 허슬똑띠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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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전동차2

 

승강장 맨 앞쪽의 운전실이 멈추는 곳에는 기관사 복장을 한 30대 중반의 남자가 가방을 들고 서있었는데 들이닥친 경찰들을 보고 다소 당황한 빛을 띠었다. 그러나 경찰에게 곧 들어올 전동차 기관사와 교대를 한다고 설명하고 그대로 서있었다. 전동차가 도착하기 전 승강장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도착하는 전동차 내부에 숨어있을 지 모르는 범죄자를 수색할 때까지 탑승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을 뒤로 물러서게 한 다음 경찰들이 도착한 전동차에서 아무도 내리지 못하게 했다. 전동차 내부에서도 같은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전동차가 도착하자 해당 기관사가 교대하기 위해 운전실에서 나오는 순간 교대자가 그를 밀고 운전실로 들어갔다. 당초 교대하기로 한 기관사가 아님을 알고 깜짝 놀라 그를 밀쳐내며 빨리 내리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가 권총을 들이댔다. 구석으로 피하는 기관사에게 사내는 가방에서 꺼내든 재킷을 입으라고 명령했다. 그것은 폭탄을 설치한 재킷이었다. 그런 다음 기관사에게 재킷 안의 기폭장치와 휴대폰을 번갈아 가리키며 만약 운전실에서 벗어나면 폭탄이 그대로 터지게 하는 장치를 해놓았다면서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혐의자를 찾지 못한 경찰은 사람들을 내리고 타게 하였다. 가온과 서경위 두 사람은 동시에 중간쯤의 전동차에 올랐고 곧바로 전동차는 출발했다.

폭탄 재킷을 입은 기관사는 전동차를 조정하면서도 벌벌 떨기만 했다. 그 사이 사내는 제복을 벗어던졌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자 사내는 두려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기관사에게 명령했다.

“사령실과 연결해!”

연결되자 범인은 마이크를 잡고 음산한 목소리로 통보했다.

“정신 똑 바로 차리고 내 말을 잘 들어! 이 전동차는 내가 접수했거든. 앞으로 쉬지 않고 달리도록 해야 할 거야.”

“도대체 어떤 놈이냐?”

“나? 전동차 저승사자야!”

“농담하지 말고, 기관사는 어디 갔어?”

“기관사는 여기 폭탄을 걸치고 얌전히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이제부터는 되지 않는 소릴랑 걷어치우고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무슨 짓이라니? 당신들이 내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쉴 새 없이 이 전동차를 뺑뺑이 돌리라고.”

“장난이 좀 심한 거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알기나 하자고.”

“장난? 웃기고 있네. 이유는 나중에 알거니 너무 다급하게 굴지 마! 그리고 경고하건데 만약에 열차를 세우기 위해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면 어디에선가에서 대폭발이 날 것이니 알아서 기라고.”

범인은 이 말을 끝으로 마이크를 기관사에게 넘겼다.

“이봐! 이봐!”

마이크에서는 어처구니없어 외쳐대는 사령실의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았다. 마이크를 넘겨주고 나서 기관사에게 기폭장치를 가리키고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다시 위협했다.

“절대 장난 아니니 너도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그는 운전실 밖으로 나가며 한 마디 더 던졌다.

“난 지금 내릴 테니 10초 후에 출발해!”

그가 나가자 기관사는 재킷 폭탄을 만지며 다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범인이 운전실에서 나가자 계속 외침이 들려오는 마이크에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설명했다. 범인이 자신의 몸에 폭탄을 설치하고 운전실에서 꼼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그러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사이 그 사내는 맨 앞 칸의 전동차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간 쯤 칸에 자리를 잡고 앉은 가온은 바로 전 정류장에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 했다고 해서 일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단지 전초전일 뿐일 것이므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이다.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추리해보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러나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답답했다. 그 사이에 다음 정류장에서 정상적으로 정차한 전동차는 서서히 그 다음 정류장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데 정류장에 거의 도착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대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전동차의 고장으로 정차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칠 수밖에 없으니 고객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가온은 그 방송을 듣는 순간 번쩍 눈이 뜨였다. 기관사의 목소리에 억제하고 있는 떨림이 느껴졌다. 이제 그들이 꾸미고 있는 범행계획에 대한 감이 왔다. 그렇다면 아까 경찰들이 수색했던 정류장에서 기관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이 분명했다. 마치 범인이 그곳에 타있는 것 마냥 전동차 안을 둘러보았다. 끝 쪽 부분의 유리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건너편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편의점에서부터 자신을 쫒는 것으로 보였던 예의 그 여인이었다. 그녀가 어느새 자신을 따라와 이 전동차에 탄 것이다. 전혀 우연일 수가 없었다. 난처한 이 두 가지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이 빠졌다.

전동차 탈취범으로부터 협박통화를 받은 사령실에서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본부의 지시를 기다렸다. 전동차의 운행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일단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로에 있는 모든 전동차에게 지령을 내렸다. 신속하게 안내방송을 하여 전원공급 장치의 이상으로 2호선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키도록 했다. 또한 전동차의 운행을 중지하고 지하철기지로 이동하거나 대피선로로 들어가도록 조치했다. 모든 정류장에서는 사람들이 도대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이게 무슨 일이냐며 거칠게 항의하는 바람에 난리도 아니었다. 간부급들을 포함한 임원들이 서울 메트로 사장실에 속속 도착하여 긴급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찰은 미리 대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고 당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당혹감에 쌓일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 본부에서 통지한 내용으로 보아서는 범인이 어느 새 전동차 운전실에 침입했던 것이다. 경찰은 긴급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관외의 전원에게 소집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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