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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1회)

by 허슬똑띠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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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전동차3

 

가온의 생각으로는 그들이 전동차를 탈취하여 이를 미끼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려 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는 다급하게 제이슨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그를 추적하는 수사관도 함께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설마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 벌어졌으니 이제부터 그 경찰과 협조해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범인을 제압하는 일에 최대한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그들이 이번 일을 위해 여러 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경찰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자신은 그들이 언제 어떻게 폭탄을 터트릴 것인 가에 대해 추리해보는 한편 이들의 행동을 주시하여 최종목표인 돈의 행방을 추적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 저 수사관과 타협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하차하려고 출입문에 서 있던 몇 몇 사람이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치자 짜증을 내거나 안달하다가 도로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디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에서 휴대폰으로 위급 상황을 알리는 말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

 

전동차가 각 정류장에 정지하지 않고 계속 내달리는 것에 대해 슬슬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던 서경위가 휴대폰 진동 소리를 듣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있는 겁니까?”

윤경사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커다랗게 그녀의 귓전을 때렸다. 그러고 보니 전동차에 타면서 이를 같은 팀원에게 연락하지 않은데다가 가온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어 휴대폰의 진동이 울리는 것을 잘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연락이 없자 미행하는 도중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까봐 그런 것 같았다. 그러다 아차 싶었다. 분명 이 전동차의 일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느라 대답이 없자 다시 우람찬 목소리가 휴대폰을 때렸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 전동차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누군가가 전동차의 기관사에게 폭탄재킷을 입히고 계속 전동차를 움직이게 하고 있으며 전동차의 전원공급이 중단되면 어딘가에 심어놓은 폭탄이 터진다는 협박이 왔었다는 것이다. 말미에 다시 이상이 없는지 물었다. 그녀는 마침 가온을 쫒다보니 그 전동차에 함께 타게 되었다면서 힘껏 대처하면서 수시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가온이 여수사관과 이 사태를 공동으로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자 그녀를 힐끗 보았다. 자신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만큼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설득해보기로 했다. 휴대폰을 받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아주 난감하게 변하자 그녀도 전동차의 상황에 대해 통보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보다 쉽게 일이 풀릴 듯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자 부리나케 통화를 끝낸 서경위는 움찔했지만 그대로 앉아 그를 지켜봤다. 그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의 범인이기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권총을 잡을 수 있도록 손을 그 방향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가온의 태도는 생각 외로 차분해 보였다.

“내가 보기엔 수사관이신 것 같은데.. 정말 기막히게 이 지하철에 타셨군요. 무슨 근거로 나를 쫓는 건지는 몰라도 일이 단단히 꼬인 것 같습니다. 일단 나를 쫓는 이유는 나중에 따질 일이고.. 전화 받는 표정을 보니 이놈의 전동차가 단순히 고장이 나서 이러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가온의 이 말은 서경위에게 어떤 확신을 갖게 했다. 그녀는 즉시 권총을 꺼내 그의 옆구리에 들이댔다.

“이제 보니 제대로 집었나 보네. 당신은 김중훈 골동품 도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야. 그런데 지금 또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걸 보니 아주 확실하군.”

서경위의 그런 태도에 갑갑한지 가온은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댔다.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전화통화를 하고 잘 아실 텐데. 우리 휴전하고 이 사태를 먼저 수습합시다.”

“휴전은 무슨 휴전? 그리고 당신이 이 일을 벌이면서 뻔뻔스럽게 사태가 심각하다고? 빨리 공범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기나 하시지?”

 

가온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핀잔조로 말했다.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가 본데, 그래 사람 보는 눈이 없습니까? 그리고 그렇게도 상황 판단이 안 됩니까? 내가 지금 일을 벌이고 있는 범인이라면 당신과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겠냐구요, 한 칼에 보내버렸지.”

이 말에 분위기가 다소 썰렁해졌다. 서경위의 표정에서 가는 흔들림이 나타나자 가온이 이번에는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다고 무안해 하지는 마시고 일단 저를 믿어보는 게 어때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는 짓은 아니 할 테니. 그리고 이 일이 끝나면 그 때 다시 저를 쫓아도 좋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그건 그때 가서의 일이고 지금은 긴급히 대처할 때니 우리 전동차에 있는 동안만큼은 서로 괜한 행동은 하지 맙시다.”

 

그러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터이고 그의 태도나 말투로 보아서 보석함사건의 피의자이기는 하나 그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또한 그의 말대로 당장 이일을 수습하려면 한 사람이라도 능력 있는 동지가 필요하기도 했으므로 그녀도 고개를 끄덕여 이에 동의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권총을 도로 집어넣었다.

“전동 객차 어느 곳인가에 범인이나 다른 공범이 있을지도 모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겁니다.”

가온의 이 말에 서경위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끝낸 가온은 진정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대화 도중에도 그랬지만 묵묵히 앉아있는 가운데서도 경찰신분과 달리 아찔할 정도의 산뜻한 내음이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깊은 심연으로부터 가물가물 거리며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애수의 감정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내음은 여자들의 통상적인 화장품에서 풍겨오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또한 그러한 감정은 귀엽고 사랑스런 여인을 보았을 때 그저 젊은 혈기로 느낄 수 있는 단순한 치기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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