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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0회)

by 허슬똑띠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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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출산

 

"누가 이런 오묘한 말을 만들었나요?"

"영국의 앨런 알포드란 사람이 제안했다더군요. 그 사람은, 어떠한 종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로서 이 용어를 사용했어요.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요. 방금 얘기한 대로, 인류의 기원을 진화설에 기반을 두는 학자들은 오래된 인류나 또는 거의 사람에 가까운 화석들을 찾아내어 그 진화의 고리들을 연결해 왔는데 현재 우리 인간속인 호모사피엔스와 호모하빌리스 연결고리를 찾아내지 못한 데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알포드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는 자연스러운 피조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우게 되었던 거죠. 예를 들자면 네안데르탈인이나 그와 비슷한 재료... 껄끄럽게 사람보고 재료라고 하는 것이 이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요, 이것을 가지고 지금부터 일이만 년 전에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나타났다는 거랍니다. 이 계획을 주도한 주범은... 우리보다 몇 천배나 더 발달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일 거라는 거지요. 이건 제 생각인데요, 만약 연결고리를 영원히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 가설은정말 탄탄한 힘을 받을 겁니다."

계획출산 이야기가 나오자 폴라의 눈에서는 여태 볼 수 없었던 광채가 찰나적으로 빛났다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고무된 표정도 나타났다가 지워졌다. 그러면서 얼핏 라온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물론 이는 그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폴라가 무언가 원대하고도 아주 이상적인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은 적절히 받아들여 소화하는 것이라 이해하고 보다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폴라는 마치 이를 해명이라 하는 듯이 말하는 바람에 이 또한 망각의 저편으로 넘어갔다.

“그런 발칙하다 싶을 정도의, 아님 무모하달 정도의 사고를 내세우는 건 보통의 용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저 공상으로 그치는 게 아닌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소재를 바탕으로 상상해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닐까요?”

이 말에 다시 기억회로를 분주히 돌리다가 주춤했다. 완전히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말을 해도 좋을지 망설여졌다. 폴라는 그런 그를 재촉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려는 건 계획출산이란 개념과 다르기는 한데 새로운 인간세계를 만들고자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라온은 슬쩍 운을 띄웠다.

"그건 아마도 라온님의 창조적 발상일 것 같은데, 어떤 식인가요?"

"하하하~~ 꼭 그런 건 아니라서 그 말씀이 저를 좀 찔리게 만드네요. 그래도 제 생각을 곁들여 얘기해 보겠습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사고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요 노아의 방주 변형이라고나 할까요?"

"변형된 노아의 방주요?"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지요. 하지만 노아의 방주나 소돔과 고모라에서와 같이 신이 내리는 벌이라도 섬뜩한데 하물며 같은 인간이 자행한다면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만행이지 않을까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계획출산 “오쏘제네스(Orthogenese)”는 고대 그리스어로 ‘올바른 또는 격에 맞는 이라는 뜻의 <Ortho>’와 ‘출산이라는 뜻의 <Genesis>’ 이 두 가지를 합성한 조어로서 인류기원에 대한 가설을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폴라의 눈이 다시 오묘하게 빛나는 것을 느끼면서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도리어 라온이 그가 하려는 말에 흥미가 기중되었다.

“모든 인류를 지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망상에 사로잡힌 별종인간들이 지구상에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상상의 소산일 뿐이지만요.”

“그런 망상에 사로잡힌 별종인간들은 어쨌든 그럴싸한 이유를 내세우지 않을까요?”

“근본적으로 내세우는 주장은 현 인류가 희망이 없다는 것이지요.”

“왜요?"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폭력적이고 또 잔인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좀 우습기는 하지만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우선은 현재 인간들이 계속 발전시켜가는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다를 바 없게 되는 날이 올 것이며 나아가 스스로 사고를 할 수 있는 그런 안드로이드의 출현을 가지고 올 것이다. 둘째, 종국에는 이들에 의해 인류가 파멸에 이르게 될 거라는 겁니다.“

이 말에 폴라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난감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순식간에 제 위치로 돌아왔다.

“라온님 말씀을 듣고 보니 로봇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런 계획을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영화 터미네이터 보신적 있나요? 이건 한낱 공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아니! 오히려 높다고 볼 수 있죠."

라온은 잠시 뜸을 드린 다음 물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지구상에서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들겠습니까?”

“거야,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시에 싹쓸이 하듯 하는 게 아니겠어요?‘

폴라는 주저 없이 답변했다.

“단 인간 외에 지구상에 생존하는 다른 생물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그러려면 중성자탄 이상 가는, 인간만 골라서 살상하는 무기가 개발되어야 하겠지요? 또한 원폭이나 수폭과 같은 각종 가공할 무기들과 생화학 무기 등을 자폭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거예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각종 문명의 이기들은 그대로 나두어도 관계는 없을 것 같네요.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 사람들이 그런데 까지 깊이 생각할런 지는 의문이네요.”

라온은 폴라의 거침없는 설명에 놀랐다. 언제부터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더구나 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술에 대한 발상자체도 의외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인간만 골라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냥 해 본 말이랍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면 그때 말씀드릴 게요”

폴라는 웃으며 답했다.

그래서 라온은 그 의문점은 제쳐두고 다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만일 이와 같은 변형된 노아의 방주 계획이 잘못되어서 실패로 돌아간다면 지구는 졸지에 무주공산이 되어버리지 않겠어요? 신이 이를 아시고 사전에 적절한 조취를 취해주시지 않는 이상에 말이죠. 이런 극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찌해야할까요?"

"참 난해한 문제네요."

"인류의 핏줄을 이어가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흥미진진하네요. 어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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