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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2회)

by 허슬똑띠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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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전동차 4

 

책임자들이 분주하게 달려와 지하철사장실에서 회의가 시작은 되었는데 사령실에서 기관사와 그리고 범인과 통화한 내용을 듣고 나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승객들을 구출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당장 전동차를 세워야 마땅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터트리겠다는 폭탄이 전동차에도 설치되어있는 것인지 모두가 자신이 서질 않았다. 다만 과연 그들이 협박한 대로 폭탄을 터트리겠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의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실제로 그들이 폭탄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전동차의 경우에는 출발 전에 점검을 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확인되어 운행을 시작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전동차를 세운다 해서 그들이 협박하는 대로의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도 지하철 어느 곳에서 폭탄이 터질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섣불리 처신을 했다가 불행한 사태가 나는 경우의 책임론으로부터는 모두가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경찰의 의견을 들은 다음 전동차의 전력공급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경찰청장실에도 책임자들이 속속 도착하자 곧바로 청장 주재의 책임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미증유의 지하철 전동차 탈취사건에 대해 신속하고도 발 빠른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전담파트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기로 하고 경찰특공대에도 승객들의 안전을 헤치지 않으면서 전동차를 제압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폭탄전문가에게는 범인이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이 있기 전에 미지의 인물로부터 사전에 통보를 받았었던 예상지점에 대한 신속한 수색을 통하여 이를 제거하도록 했다. 특공대에게는 특히 지상구간에서 범인을 저격하기 위한 위치 선정 등에 대한 준비도 병행하도록 했다. 지하철의 전 정류장에 정사복 경찰관들과 특공대원들을 투입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고 지상 구간의 상공에 헬기를 띄워 감시하면서 그곳을 통과할 때 당해 전동차에 진입 가능성 여부도 타진해보도록 했다. 곧바로 특별수사본부 요원들이 지정이 되자 임시본부사무실을 지하철 사령실 내에 두기로 하고 본부장과 팀장들을 필두로 하여 사령실로 출발했다. 얼마 후 사장 및 임원들이 동석한 가운데 당해 전동차의 정지를 위해 전력공급을 중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였다. 동시에 범인과 통하여 그의 요구조건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요노선의 전철 운행이 갑자기 중단되자 각 정류장에는 전철을 기다리는 승객은 물론 전철을 타려고 왔던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모든 직원들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방송에서도 긴급뉴스로 이를 보도하면서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기들이 타고 있는 전동차의 상황을 전하면서 두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부는 전동차 내부를 찍은 영상을 방송국으로 보내면서 지하철관리의 허술함을 성토하는 한편 신속히 복구조치를 해서 승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TV 방송에서는 실시간으로 이를 보도하면서 지하철 관계자와 연계하여 이번 사고의 원인과 수습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보냈다. 그 때까지 전동차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탈취 당했다는 보도는 통제되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을 계속 숨길 수는 없었다.

 

전동차 맨 앞 칸에서 범인이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객차 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전혀 알지 모른다는 것에 긴장감보다는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듯 보였다. 휴대폰의 진동을 느낀 한이 전화를 받자 지하철 사령실에서 책임자가 대체 요구가 무엇인가를 물어왔다. 그는 자그마한 소리로 30분 후에 요구사항을 애기할 것이라고 간단히 답변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민하는 척 하면서 서성이다가 다른 칸으로 가서 그곳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가온과 서경위가 타고 있는 칸을 범인 한이 지나가고 있을 때 가온이 천정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느라 그의 행동거지에 눈길을 주지 못했다. 그는 외부 어느 곳인가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것은 이를 빌미로 전동차에 전원을 차단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전동차 내부에 전동차가 정지할 경우 자동으로 폭파되도록 폭탄을 장치했을 수도 있었다. 이 경우 범인은 외부에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백퍼센트 단정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범인이 기관사의 몸에 폭탄을 설치하고 운전실에 있지 않다는 것은 그가 원격으로 그 폭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자신은 자유롭게 전동차 내부를 다니면서 승객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전동차가 터널을 벗어나 지상 구간으로 나왔다. 주변 상공에는 여러 대의 헬기가 전동차를 쫓아 비행하면서 경찰특공대의 저격수가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헬기들을 보더니 반가워하며 창가에 몰려들어 구해달라는 몸짓을 해대었다. 범인 한이 그 모양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가온은 경찰들이 정확한 상황파악도 하지 않은 채 무모한 작전을 피는 것 같아 얼굴이 굳어졌다. 전동차의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하철 최고 책임자가 내린 지시에 따라 전원공급을 중단하였기 때문이었다. 30분 전 지하철 본부 사장실에서 공사임직원과 경찰 수사관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하다가 범인들이 공연한 협박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쉽게 폭탄을 터트리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전원을 차단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단 전동차가 지상구간에 왔을 때 시행하도록 하였다. 가온이 과연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까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이 급하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며 그를 지나쳐 가고 있었다. 그러나 가온은 밖의 상황만 주시하느라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앞 칸으로 옮겨간 한은 그 칸의 구석에서 사령실에 ‘당신들 우리를 아주 우습게 봤어. 10초 내에 여기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이 폭발할거야. 모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어.’라고 말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 숫자판의 1을 눌렀다.

 

전철 고가 밑 좌우로 경찰차와 특공대트럭들이 도착하여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특공대원들이 앞쪽의 정류장으로 새까맣게 몰려 올라가고 있었다. 어느 틈에 알고 달려온 방송차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출동한 차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고 차에서 내린 리포터는 물론 카메라맨들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전동차의 속도가 상당히 줄었을 무렵 그곳에서 80여 미터 정도 떨어진 5층짜리 건물 5층에서 갑자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파편들이 사방에 퍼졌고 모두를 놀래 다른 건물 안으로 대피하느라 난리 법석을 떨었다. 사장실에서 바로 전 범인의 협박을 받았던 책임자들이 긴가민가하면서 상황을 주시하다가 이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바로 그때 범인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그는 상황을 직시했으면 즉각 전원을 다시 공급하고 앞으로는 같은 짓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지하철 본부에서 긴급히 다시 전력 공급 지시를 내리자 전동차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전동차 내에서 이를 지켜보던 가온은 전동차 내부에는 폭발물이 설치되어있지 않다는 것과 범인이 전동차 내에 있음을 확인한 셈이라고 여겼다. 그는 서경위를 통해서 범인이 폭탄이 터지기 직전에 이미 그런 통보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좀 전의 폭발은 범인이 원격으로 조정해서 일어났거나 외부에서 범인의 통보를 받은 공범이 그랬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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