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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3회)

by 허슬똑띠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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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전동차 5

 

경찰 특별수사대에서는 책임자와 수사관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른 방도를 찾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다수의 범인들이 외부에서 폭발물을 터트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고 한 사람 정도는 지하철에 타고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좀 전에 발생한 폭발로 추정하건데 다른 폭발물을 설치한 곳도 지하철 구간 주변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범인들이 그곳에서 혹은 떨어져서 원격으로 조정할지 모르지만 여하튼 그것을 찾아내야만 전동차를 멈추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발물 수색팀은 그 때까지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워낙 광범위했기 때문에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특수수사대장은 관할 지역의 전 경찰력을 동원하여 지하철 구간 주변의 주요건물들을 모두 수색해보도록 했다. 거의 모든 경찰력이 동원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수사관이 혹시 범인들이 전혀 다른 범행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런 상황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밝혔다. 그것도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기동경찰 병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공공건물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이나 주요 건물들의 경비를 맡도록 조치하였다.

 

탈취당한 전동차의 기관사는 당초 그 지하철역에서 교대하기로 되어있었으나 교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방불명되었음이 밝혀졌다. 그의 휴대폰도 꺼져 있어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일이 터지기 직전 그 역에 투입되었던 경찰관들로부터 교대하기 위해 기다리던 기관사를 확인했었다는 말을 듣고 당혹스러웠다. 기다리던 자는 당해 기관사가 아니고 그로 위장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면 그가 사전에 납치되었을 것이라 보고 내부를 전부 수색하여 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시시티브이를 확인해본 결과 승강장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개찰구가 있는 층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이 누군가 함께 외부로 나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쩌면 외부로 나갔다가 일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보아 수색지역을 확대하여 역 주변까지 뒤져보던 경찰은 인근 건물 지하실 후미진 곳에서 기둥에 묶여있던 당해 기관사를 찾아냈다.

 

그에 따르면 범인이 아는 척 하면서 말을 걸다가 갑자기 그를 위협하여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근무복을 벗긴 후 결박하고 입을 봉한 채 가두어 놓았다고 했다. 그의 인상착의를 듣고 몽타주를 작성한 다음 서경위에게 지하철 내의 사람들을 촬영하여 전송하도록 지시했다. 사고 전동차의 기관사 말로서는 범인이 전동차에서 내렸는지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이를 확인해볼 겸 다른 공범의 존재여부도 조사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가온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경우 범인이 눈치를 챌 가능성이 많고 또한 위험하니 자기에게 맡기라고 했다. 그는 초소형 카메라를 단추 구멍에 장착한 다음 다리를 절룩거리며 전 객차 내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오가며 모든 사람들을 찍은 그는 잠시 쉬는 척하며 앉았다가 똑같은 행동을 하며 서경위가 있는 위치로 되돌아 왔다. 그는 연결기기를 꺼내어 카메라와 서경위 휴대폰을 연결하고 나서 사진을 모두 이동시켰다. 곧바로 서경위는 이것을 수사본부에 전송시켰다.

 

경찰특공대에서는 서경위가 보내온 지하철 승객들의 사진을 몽타주와 비교해서 범인을 확인하게 되면 전철이 지나가는 지상 구간의 요소요소에 저격수들을 배치하여 범인을 저격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경찰본부에서는 헬기를 동원하여 계속 전동차를 추적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별수사대에서 서경위가 보내온 사진으로 한 사람씩 신원을 확인해보았지만 특별한 용의자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 메트로에서 근무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몽타주와 흡사한 사람을 찾아보다가 거의 매치가 되는 인물을 발견해 내었다. 그는 1년 전 중대한 사고를 일으키고 해고된 사람이었다. 그 정도의 일로 이런 일을 저지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기는 했으나 일단 서경위에게 그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는 내용을 보냈다. 서경위가 그의 사진을 보여주자 이미지를 새겨둔 가온이 다시 절룩거리며 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전동차 맨 앞 칸의 구석에 앉아있는, 범인으로 지목된 사진의 인물이 보였다. 그는 막 휴대폰을 꺼내드는 참이었다. 가온이 재빨리 음성증폭기의 스위치를 누르고 무선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전화 통화내역이 그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요구조건을 보내고 있는 참이었다. 1시간 내에 오백억 원을 오만원권으로 오억 원씩 가방에 담아 준비해둘 것과 완료되는 대로 자기에게 연락을 하면 그것을 가져다 놓아 둘 장소를 알려줄 것이라는 말이 흘러들어왔다. 만약 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형건물에 연속적으로 대폭발을 일으키고 그래도 계속 지연시키면 5분마다 탑승자 한 명씩을 사살하겠다고 했다. 이 통보를 받은 지하철공사는 경찰 및 정부기관등과 협의하였다. 경찰은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면 안 된다는 완강한 입장이었지만 무고한 시민의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라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서고 말았다. 결국 범인이 요구한 형태의 가방을 긴급히 구하고 주요 기관의 협조를 얻어 오만원권으로 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준비가 되었다고 하자 법인이 방법을 통보했다. OO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탑차에 돈 가방을 실어놓되 가방, 돈 그리고 차량에 추적 장치가 있는 것이 발견되면 다 날려버릴 것이며 그 외에 폭탄이 설치된 장소가 다시 폭발할 것이라는 협박도 덧붙였다. 가온은 이 내용을 제이슨에게 즉시 전화로 알렸다.

 

범인의 통보를 받은 경찰은 어떤 방식으로 추적할 것인지 고민했다. 추적기를 달았다가는 범인의 말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다. 결국 대 규모 인력을 동원하고 시내 곳곳에 설치된 모든 감시카메라를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범인이 이야기한 장소를 확인해보니 그가 통보한 것과 같은 탑차가 세워져 있었다. 차량번호로 차주를 확인해보니 하루 전 도난신고 된 차량이었다. 그 장소를 중심으로 해서 그 차가 이동할 만한 길 요소요소에 수사관들이 차에 타고 대기하고 있으면서 탑차 운전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릴레이식으로 추적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다수의 범인들이 탑차가 세워져 있는 주변 건물들에 숨어있으면서 상황을 살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건물에서 사람들을 소개(疏開)시켰다. 만일 그들 중에 범인들이 섞여있다면 다시 협박하는 연락이 오겠지만 그것은 그 때가서 대처하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에 대비하여 주변 건물에 저격수들이 배치되었다.

 

마침내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돈 가방을 실은 차량이 범인이 지정한 곳으로 향했다. 사전에 차를 조사해 보았지만 사람은 없었다. 폭발물 전문가들이 폭발물 설치여부를 살펴보았으나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차량 내부 및 주위를 샅샅이 수색해보았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고 운전석의 시동장치에 키도 꽂혀있지 않았으며 뒤편의 박스 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일단 돈을 실어 놓고 어떤 식으로 이 차를 운전할 범인이 나타날 것인지 지켜보기로 했다. 돈을 실은 차량이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돈 가방을 탑차에 옮겨 실은 다음 모두 철수했다. 차량 주변은 개미새끼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들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날이 서서히 저물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 있던 쓰레기통과 화단에서 작은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다. 경찰이 긴장하여 그리로 몰려드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연막탄이 주변에서 터지기 시작하더니 탑차를 포함한 그 주변이 흰색 연막으로 뒤덮였다. 경찰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연막을 뚫고 탑차가 달려 나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에 기겁을 한 경찰이 다급하게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연락을 취함과 동시에 주변에서 승용차에 타고서 대기하고 있던 수사관들이 이를 쫒기 시작했다. 일정 지역을 지나치면 대기하고 있던 다른 차가 교대하여 탑차를 뒤쫓았다. 한 동안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빌딩과 거리의 가로등 그리고 차량들의 불빛이 밤거리를 밝혔다. 어두워졌으나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달리던 탑차가 대로에서 벗어나 차량통행이 뜸한 왕복이차선 길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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