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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4회)

by 허슬똑띠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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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누보(idée nouveau)

 

폴라가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마음속에 품어왔을지 궁금했다. 그녀가 라온을 만난 뒤로 어떠한 영감을 얻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짧은 만남과 긴 헤어짐 그리고 재상봉과 아이들의 출생뿐만 아니라 저택매입 등이 우연하게 순차적으로 발생했던 것 같지 않았다. 그 중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역시 아이들의 출생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다보면 남의 애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지곤 했다. 믿기지 않는 것은 폴라가 라온과 함께한 3일이란 기간이 애들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일반 통념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지만 폴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그녀의 이러한 생각에 동조하게 만들곤 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와 함께 하는 폴라라는 존재 그 자체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의아함을 잠재우기 일쑤였다. 생각이 다시 폴라의 신세계에 대한 주제로 돌아왔다. 그녀의 결심이 무척이나 확고하다는 것이 강열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과는 별개의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 본격적인 사안이 일어나기 전 미리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게 우선순위라 여겨 머리를 굴렸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잘 모르지만 왜 그런지 벅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현 가능성 여부는 제쳐두고 서라도 말이죠. 더구나 이 놀라운 계획이 과연 우리 두 사람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폴라님의 그 신기한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 말이죠, 무지하게 행복하답니다.“

“라온님 맞아요. 저도 지금 말할 수 없는 행복 속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하지만 라온님, 어떠한 이유로 해서 지구가 파멸에 이른다면 과연 이 행복이 계속 지켜질 수 있을까요? 그게 안타까워요. 저는 여기 이 지구에서 라온님과 더불어 이 행복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아직 현실감 있는 공포와는 거리가 있을 지라도 지구 파멸이라는 주제가 현 사회에서 공공연히 들먹거려지는 현실을 보면서 라온 역시 파멸에 대한 불안감을 희미하게 느끼곤 했다. 뭐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폴라는 부정적인 관점이 매우 강했고 이에 대한 논리도 아주 매서웠다.

“제가 각종 자료를 보고 판단해보니 현재 지구에 사는 우리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들은 여러 가지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더라고요. 최악의 경우,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요, 알게 모르게 지구를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어요.”

“흠~~ 어떤 면에서 그런 추측을 하시게 된 건가요?”

이 질문에 답하듯 그녀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들이 벌이고 있는 오류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 난폭하고 잔인하며 자주 광기를 부리는 살인광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아마 카인의 핏줄을 이어받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간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팬옵티콘에 서로를 가두어두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간맹수들에 잔인하게 살해당하도록 하며 이를 즐기기 조차하는 너무나도 멍청한 만행을 일삼고 있다. 여기에는 시도 때도 없이 난무하는 시기와 질투가 한몫 하고 있다.

둘째, 이기주의적이며 낭비적이다. 이러한 예는 수없이 많지만 기후온난화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개선책의 시행은 나 몰라라 혹은 못 본 채하는 행태를 대표적으로 손꼽을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을 병들게 만드는 다른 사례를 든다면 GMO라는 유전자조작 식품이다. 나만 돈 벌면 된다는 이기주의의 극치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잘못된 의학 상식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아주 광범위하게 퍼트려 이를 통해 약을 팔아먹는 행위이다. 이 모든 사례는 엄청난 자원의 낭비와 직결되어있어 지구를 멍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정치적 행태의 기구라는 괴물들은 개개 국가에서도 그러하고 세계질서를 위해 조직된 국제기구들 역시 도리어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진정으로 그 조직이 설립된 목적달성을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움직이도록 되어있는 속성 때문에 이들의 노력을 간단히 그리고 무참하게 무산시킨다.

넷째, 심지어는 종교 자체도 광기를 발하는 정신 나간 폭군들을 제어하는데 역부족이다. 도리어 이들에게 휘둘리는 경향이 많았다. 심지어는 스스로에게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이상한 굴레를 씌워놓는 자가당착적인 묘한 짓까지 하고 있어 이들이 인간을 구원받도록 하기에는 가뭄에 콩 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도 더 요원할 지경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는 엄청난 자원의 낭비에 따른 환경파괴가 지구와 인류에게 가져오게 될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이를 억제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마치 브레이크 없는 폭주 열차처럼 돌이킬 수 없는 지구파멸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AI보다 더 지능적인 존재의 등장이 인류 그 자체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제이다.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위태롭게 느껴졌으면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들이 인류 생존을 위해 다른 행성을 개발하여 떠나라고까지 말하겠는가.

 

“따라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이들의 후손들이 그러한 신세계를 만들어 준 존재에 대한 믿음을 충만 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라온님도 이와 같은 사실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당연히 동의하시리라 전 믿어요.”

라온은 그녀가 주장하는 바의 논리성에는 상당히 공감이 갔으나 그것보다도 그녀가 사용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는 말에 저절로 미소가 흘렀다. 하지만 폴라의 주장을 뒤집고 생각을 바꾸도록 할 만한 적절한 사유를 찾지 못했을 뿐더러 설혹 반론을 제기할만한 것을 찾아냈다고 해도 이를 조리 있게 설득할 요령이 부족했다. 뭐 백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녀가 말한 대로는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일이십 퍼센트의 사람들은 상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인데 무슨 걱정인가라고 반론할 수 있겠지만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이들 소수집단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이 조정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 거의 확실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외의 사람들이 아무리 난 그러하지 않다고 난리법석을 쳐댄들 변할 것은 없고 결국 100%화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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