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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4회)

by 허슬똑띠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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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트럭의 미스테리

 

길가에 낮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비교적 한적한 길이었다. 추격하던 수사관이 급하게 다른 곳에 대기하고 있던 수사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탑차가 갑자기 가속하자 따라서 속도를 높이기는 했다. 그러나 마침 오가는 차량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고 쫓아가는데 멀리 삼거리가 보였다. 탑차는 약간 속도를 줄이며 우회전했다. 뒤따르던 차는 그 방향 쪽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조에게 연락을 하고 속도를 줄여 삼거리에서 천천히 우회전했다. 멀리 달려가는 탑차가 보였다. 앞쪽 골목에서 대기하고 있던 잠복조가 탑차가 지나가자 서서히 나와서 그 차를 추격했다. 탑차는 경찰의 추격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계속 전진하다가 인적이 거의 없는 작은 공원 앞에 정지했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흐르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있는 게 아닌가. 그 사이 추격하던 각 조원들이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대기하고 있고 특공대원들이 먼발치에 있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이차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차량의 박스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지붕이 날아가고 이내 차량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시커먼 연기가 검은 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이와 함께 시뻘건 불길이 날름대었다. 감시하고 있던 모든 경찰들이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당황했다. 급하게 소방차를 불렀지만 손도 쓰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 뿐이었다. 워낙 불길이 거세 근처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간간히 작은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멀리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거의 타버렸을 즈음 도착한 소방차가 진화해보았지만 앙상한 잔해만 남았고 소방차의 물세례를 받아 잔해의 상당부분이 유실되었다. 뼈대만 남아있는 차에서는 아직도 강력한 인화물질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재만 남다시피 사람의 시신 일부가 발견되었는데 나중에 신원을 파악해보았지만 밝혀내지 못했다. 불타버리다 남은 가방 쪼가리를 조사한 결과 돈을 담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남아 있는 재의 성분도 지폐의 재질로 확인되었는데 경찰은 왜 범인이 돈을 태워버리고 자신도 자살했는지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뒤 전동차 내의 범인이 사망함으로써 그로부터 연계지원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지 못하게 된 탑차의 범인이 도저히 돈을 챙길 수 없다고 판단되자 자폭한 것으로 결론을 짓기는 했지만 찜찜하기만 했다. 이들 두 사람 외에 범행에 가담한 일당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 후로도 계속 추적을 벌여나갔지만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듯 했다.

 

탑차가 폭발하여 타오르기 30분 전, 전동차에 있던 가온은 나름대로 범인들의 행태를 분석해보느라 골똘하고 있었다. 범인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적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전동차 노선 주변 여기저기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해도 그곳에 일일이 공범들이 배치되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목표는 바로 돈인데 이를 챙기는데 지장을 줄 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폭탄은 딱 한 사람에게 맡겼을 것이고 이는 바로 전동차의 범인일 것이다. 그러면 아까 보았던 대로 그가 원격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폭탄을 터트릴까? 전동차의 속력이 줄어들자 급박하게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가던 사내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그가 바로 범인이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폭발 바로 전에 그가 휴대폰을 사용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거리에서도 그리고 지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휴대폰으로 가능할 것인가? 계속 추리해 보다가 조직에서 전자기기 전문가들을 수소문했다는 제이슨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휴대폰에 사용되는 기판을 이용하여 폭탄의 기폭장치에 연결한다면 원격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여러 곳에 설치한 폭탄에 각기 다른 휴대폰의 기판을 기폭장치에 연결하고 범인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해당 폭탄의 휴대폰 번호를 누르면 터지게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휴대폰들은 순번대로 단축번호를 사용하면 간단히 신호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경위에게 자신의 추리를 설명하면서 잠시라도 지하철 내와 인근의 모든 휴대폰 중계기의 작동을 일시적으로 정지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서경위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든 다 동원해야할 판이었으므로 가온의 아이디어를 즉각 받아드렸다. 지체 없이 본부에 연락하여 이를 설명하고 곧장 시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과연 그게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를 떠나 가온이란 인물이 여러모로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간다는 점에 미치자 그를 만만하게 보다가 큰 코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곁에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역설적인 마음이 들기조차 했다.

 

승객들로부터 여기저기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자 가온의 요청이 실행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서경위도 자신의 휴대폰으로 확인해보았더니 마찬가지였다. 범인 한을 주시하고 있던 가온은 무엇보다도 그가 제일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자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은 일차적으로는 돈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데에다 자기가 전동차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포착하기 어렵고 만약 돈이 확보가 되지 않았을 경우 폭탄을 터트려 재차 재촉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할 터였다. 그러나 문제는 범인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과연 승객들을 가만히 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었다. 휴대폰 통화가 안 되자 한은 급하게 운전실로 달려가더니 문을 열라고 성화를 부렸다. 기관사가 자신의 몸에 설치한 폭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한은 곧바로 들어가서 기관사에게 휴대폰 통화가 재개되도록 하지 않으면 승객을 차례로 사살하겠다고 사령실로 통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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