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죽음
범인은 확인되었으나 그가 운전실에서 휴대폰 중계기를 다시 가동시키도록 협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가온은 빨리 그를 제압하여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서경위에게 손짓하여 운전실 앞에 대기하도록 했다. 범인이 운전실에서 나오는 순간 서경위가 권총을 들이대고 꼼짝하지 말라고 하자 그는 전혀 당황하기는커녕 도리어 권총을 맞겨누며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가온이 그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에게 급히 다른 칸으로 이동하도록 외쳐대면서 손잡이가 달린 긴 줄을 한에게 내어던졌다. 채찍처럼 끝에 달린 뭉툭한 것이 권총을 든 그의 팔에 휘감겼다. 한은 재빨리 권총을 다른 손에 옮겨 쥐고 계속 서경위를 겨냥하면서 그 줄을 잡아당겼다. 가온은 부러 그에게 끌려가는 척하다가 한 순간 그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나 권총을 든 그의 팔을 낚아채려는 찰라 한이 무차별적으로 가온과 서경위에게 총을 쏘아댔고 이에 놀란 서경위도 한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가온은 쓰러지면서도 권총을 든 한의 손을 잡은 채로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서경위도 다리에 총상을 입었으나 개의치 않고 한의 권총을 잡아 뺀 다음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가온의 상처를 지혈했다. 그는 여러 곳에 총을 맞았다. 그러다가 그의 목에 걸린 매화꽃 펜던트를 발견했다. 놀라기는 하였지만 심장의 고동이 멈추어가는 가온의 모습이 더 다급했다. 가온은 마지막 힘을 내어 슬며시 눈을 뜨고 주머니에서 로켓을 꺼내 건네주며 ‘미안해.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서.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해.’라고 힘겹게 말을 끝내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가온은 그녀로부터 느낀 깊은 애수와 슬쩍 비친 그녀의 목에 걸린 어릴 적 목걸이를 보고 서린임을 짐작했었던 것이다. 다음 날은 서린이 25살 되는 생일날이었다.
제이슨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일을 꾸민다는 것까지는 입수하였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온으로부터 전동차의 범인 한이 거액의 돈을 요구했고 그 돈을 OO에 둔 탑차에 실어놓으라 했다는 전화를 받고나서 즉시 탑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역시 경찰을 따라 추적해보았으나 탑차의 폭발과 함께 돈이 사라지는 장면만 목격했을 뿐이었다. 그 후 가온에게 전화를 해보았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걱정하면서도 전동차의 일을 마무리 짓고 거기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으리라 보고 과연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겠는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온이 범인의 총에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슬픔에 잠겼다가 이번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하는 것이 그의 죽음에 복수하는 길이라 여기고 사건 전반에 대해 재확인에 들어갔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돈이 실린 탑차를 운전하던 범인이 자폭함으로서 돈이 다 불타 사라졌다는 것이다. 범인이 설치했던 폭탄도 다 찾아내었는데 폭탄을 터트린 방법에 대해서는 가온이 추정했던 바로 그대로인 것으로 밝혀졌다. 탑차의 운전자와 전동차 범인 이 두 사람 외에 다른 일당들이 있는 지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범행이 아주 철저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낼 그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나름 추리해보았다. 절대로 돈을 태웠을 리 만무하며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다른 공범이 안전하게 가지고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탑차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차량이 바뀌었다면 그 차량 안에서 불타버린 가방에는 지폐와 유사한 재질로 만든 가짜 돈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돈이 완전히 불타버린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경찰의 오판을 유도하는 한편 완전범행을 기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 돈을 담았던 것과 똑 같은 재질의 가방을 어디에선가에서 샀을 것이고 이를 대량으로 산 곳을 파악해보는 것이 우선적이라 생각했다.
마경감 역시 그렇게 거창한 일을 벌일 정도면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전동차에서 조정하던 범인이 죽었다고 그렇게 쉽사리 포기하고 다짜고짜 돈을 불태워 버린다는 것은 경찰을 우롱하는 짓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는지, 그 방범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는 확실히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황소 뒷걸음에 쥐를 밟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탑차의 행로를 추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주요 포인트의 시시티브이를 조사하여 이상한 점이 있는 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마경감이 이 일에 착수하려는 바로 그 시각에 제이슨은 자신의 추리에 따라 최근 어떤 종류의 가방이든 대량으로 주문받은 곳을 탐문해보았지만 찾아낼 수 없었다. 실망하고 돌아서는데 마침 가게로 들어온 다른 점포의 청년이 가방공장을 하는 장사장이라는 사람이 불과 며칠 사이에 떼돈을 벌었다면서 흥분했다. 제이슨은 나와서 기다리다가 형사를 가장하여 그로부터 그 가방을 대량으로 만든 공장을 알아냈다. 그들은 가방수출업체를 가장하여 돈을 집어넣은 당초의 가방과 유사한 짝퉁을 그곳에서 만들었던 것이다. 첫 번째 추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경찰에서 입수한 차량추적 경로를 되짚어 보기로 했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쫓아가는 기분이었지만 우선 그 차가 통과했던 길 주 변의 주요 포인트를 점검해보았다. 차를 바꿔치기할 만한 곳으로 판단되는 몇 군데를 체크한 다음 차례차례 정밀 조사를 해나갔다. 그 중에서 가장 집히는 장소가 있었는데 대로변에서 벗어난 이면도로의 삼거리 주위였다. 다른 교차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차들의 왕래가 많거나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가로등이 있음에도 다소 어두침침했고 밤에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뜸해지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탑차를 바꿔치기 할 수 있었을까? 5층짜리 건물을 끼고 돌아가면 그 건물과 다음 4층짜리 건물 사이에 앞뒤로 각각 두 대 정도 차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는데 셔터가 내려져있었다. 이 주차장은 4층짜리 건물에 달린 것 같았다. 제이슨은 차가 삼거리를 돌아 나타나자마자 주차장 바로 앞에 서있던 동일한 모습의 다른 차가 출발하고 진짜 돈을 실은 차가 재빨리 문 앞으로 들어서는 순간 대기하고 일당들이 신속하게 셔터를 내렸을 것으로 추리했다. 그런 줄 꿈에도 모르는 추적차량은 앞에 똑같은 차가 달리고 있으므로 당연히 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적 차량이 지나간 후 돈을 실은 차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공원 부근에서 가짜 차가 폭발하고 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거나 아니면 주차장에 설치한 지하시설에 그대로 숨겨두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제이슨의 생각으로는 경찰이 의문을 품고 전 시내에 검문검색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면 현금 수송차를 즉각 이동시키는 것보다 사전에 주차장내에 설치한 지하시설에 숨겼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싶었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느낌이 강열하게 그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왔을 때 대부분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 건물의 일층은 이 주차장과 건물의 출입구로 되어 있고 2층에서부터 4층 까지는 사무실처럼 보였다. 그런데 상당히 낡아빠진 간판에는 심부름센터나 철거 및 토건전문 이라는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이런 것으로 추측컨대 조직에서 사무실로 쓰는 것 같았다. 자신의 느낌을 믿고 이곳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대각선 건너의 건물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그 주차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몇 몇 행동대원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건물을 들락날락 거렸으나 오가는 차량은 없어 셔터는 계속 내려져 있었다. 그는 그들 모두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들고 가방공장에 가서 사라진 수출물건을 조사한다는 핑계로 가방 공급계약을 맡았던 직원으로부터 그 중에 한 명과 가방제조계약을 했음을 확인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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