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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6회)

by 허슬똑띠 2022.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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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의 이데누보(idée nouveau)의 실체 2

 

이 책장은 그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이미 책으로 꽉 차있어서 라온은 손조차 대지 않았다. 더구나 그것은 잠겨있었다. 폴라가 유리문에 손을 저으니 책장이 벽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출입 공간이 나타났다. 폴라가 황당해 하는 라온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서자 엘리베이터 문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것을 타고 내려갔다. 몇 층정도 내려가는 것 같더니 멈추어 섰고 문이 열렸다.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연구실 같은 꽤 넓은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폴라가 설명한 작업들이 수행될 각종 기기들이 설치되어있었다. 폴라는 몇 가지 전자기기들을 간단히 설명하고 나서 틈나는 대로 그에게 운용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보고 난 라온은 폴라의 말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폴라는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심한 듯했다. 그동안 혼자서 많은 것을 준비하면서도 라온의 완전한 동의를 얻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폴라는 그녀의 계획을 알리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웬만큼 준비가 된 이제는 그녀의 적극성을 강력히 피력하는 한편 라온의 마음을 완전히 긍정적으로 돌리기 위해 이것을 공개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후 한동안은 두 사람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되었다. 폴라는 그저 전형적인 가정주부로서의 일에 열중하며 라온과 아이들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다. 라온도 언제나 웃음이 흘러넘치는 폴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기들 방안을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며 흥겹게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며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라온이 도리어 폴라가 생각하고 있는 다음단계의 생각이 무얼까 궁금해졌다. 폴라가 완전 새로운 레시피로 음식을 준비해서 두 사람은 아이들과 아주 멋진 만찬을 즐겼다. 폴라가 잘 마셨던 포도주를 곁들여서.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 침실로 돌아오자 폴라가 그동안 뜸했던 홀로그램을 열었다. 버섯구름이 솟아오르는 핵폭발 실험 장면과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장면이 차례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일차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독가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나오다가 최신 생화학무기를 연구하는 실험실의 모습, 이를 실제 실험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저렇게 위험한 물질들이 버젓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항상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고 있지요. 종종 저런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우리에게 직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사회구조가 이것들을 의식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죠.”

폴라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나 소행성충돌로 인한 대재앙 등에 대해서는 수시로 얘기를 꺼내면서도 저런 위험요소들에 대한 언급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니 그런 것 같아요.”

“서로가 그 위험을 알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저런 무기들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지요.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만도 없잖아요? 저것들을 어떤 식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라온이 그녀의 계획이 궁금해서 물었다.

 

“핵무기는 핵의 본질을 제거하는 그러한 방법이 필요해요. 즉 핵융합으로 인한 연쇄폭발과 방사능 방출을 거의 완벽하게 제어하는 거예요.”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라온이 갸우뚱하며 물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핵의 기본적인 성질을 죽이는 거죠. 제 생각에는 폭발을 시키면서 동시에 그 기능이 작동되도록 하여 핵무기를 처리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일 것 같아요. 폭발하되 통상 뒤따르는 핵폭발시의 위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동시에 방사능의 누출도 없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완벽한 제어로 환경파괴를 막아야 되요.”

“그렇다면 정말 완벽하게 핵무기를 제거할 수 있겠는데....“

라온은 의구심이 들어 말끝을 흐렸다.

“아마 그런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그걸 이용하려들겠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저는 해낼 수 있어요. 기본 설계단계에 있어요.”

라온이 그 말 진짜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빙긋 웃으면서 다른 화제로 이어갔다.

 

“그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게 남아있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는 생화학물질들입니다. 세균무기에는 이의번식을 원천 차단하는 반대요소물질을 함께 묶어두어 무용지물이 되게 만들 거고요, 화학무기는 이게 공기 중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반대 요소물질과 혼합되게 하여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거예요. 물질과 반대되는 반물질의 존재에 대해 말을 많이 하잖아요? 실제 그것을 개발했는지 모르지만 말이죠. 그와 같은 이치로 보시면 되지요.”

“폴라님의 능력이라면 뭔들 만들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요. 그 반물질을 만들어낸다 해도 그 많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에 어떻게 장착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라온은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 여겼다.

“당연한 의문이에요. 하지만 이도 아주 간단하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으로요. 이는 텔레파시로 상대방의 정신을 조정하는 것인데요, 각종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에게 우리 대신 반대물질을 장착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들에게 미리 그 물질의 제조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제조하여 장착하도록 하고 디데이를 기점으로 차례차례 파괴시키도록 할 거랍니다.”

라온은 너무도 간단히 방법을 제시란 폴라가 놀라웠다. 문득 다른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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