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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 꽃 살(殺)(제1회)

by 허슬똑띠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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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1.프롤로그

 

서산 꼭대기에 해가 걸려있다. 곧게 뻗은 양평지역 산간 2차선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스피디하게 달려오는 고급 오토바이들.

하나, 둘, 셋... 천천히 클로즈업 되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는 헬멧을 쓴 남자들.

그들 뒤에는 역시 헬멧을 쓴 여자들이 타고 있다.

휘날리는 빨간, 파란 그리고 노란 색의 머플러.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며 팔을 휘둘러 댄다.

 

곧은길이 끝나고 지그재그 형태의 언덕진 길이 나타나자,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중형 승용차 한 대가 보인다.  

가장 앞서 가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가속하더니

위협적으로 승용차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순간 좌우로 약간 흔들리며 속도를 낮추는 승용차.

뒤이어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두 대의 오토바이.

좌우로 심하게 뒤뚱거리다가 급기야 벼랑으로 곤두박질친다.

아랑곳없이 계속 괴성과 웃음소리를 남기며 사라져가는 오토바이들.

 

벼랑 아래로 추락한 자동차로 장면 전환되면,

심하게 부서진 차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차에 끼인 듯 빠져나오지 못하는 처녀가 안간 힘을 쓰고 있는데,

돌연 연기와 함께 화염이 치솟기 시작한다.

 

커지는 불길에 휩싸인 채 몸부림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 앞에

부러진 나무에 걸려 있는 청년이 보인다. 심한 부상을 입은 것 같다.

울부짖으며 차를 향해 다가가고자 애를 써보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화면 전체를 덮어온다. 

 

자막 : 5년 전 (페이드아웃)

 

(페이드인) 부산 도심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높고 낮은 빌딩들이 보이다가,

팬 다운되면서 주변보다 다소 낮은 빌딩이 다가 온다.

외벽 곳곳에 붙어 있는 간판들.

 

이 중 빨간 네온 불빛이 클로즈업 된다.

'OO병원'이라는 글씨가 확연히 보이는 순간,  

돌연 그 층의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이내 검붉은 화염과 함께 창을 뚫고 날름대는 새빨간 불길.

빠르게 번지는 거대한 불꽃이 화면 전체를 덮는다.

 

(소리) 소방차의 요란한 사이렌.

불구경 하느라 몰려드는 많은 사람들로 어수선해지는 건물주변.

속속 도착한 소방차들이 건물 주변에 진을 치면서,

화재진압에 들어간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간 경과)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시커먼 병원 내부.

부서진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음산한 소리를 내고 있다.

소방관들의 플래시 불빛이 비치는 곳마다 드러나는 불탄 잔해들.

거의 모든 집기비품이나 각종 설비들이 재로 변한 모습.

 

소방관1     

후휴, 모두 녹아 없어진 것 같은데.

 

소방관2

    완전 연소 바로 그 자체야. 이런 건 또 처음보네.

(벽채 너머로)

거기는 어때?

 

소방관3(소리만)

여기도 마찬가지야.

 

출입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새까맣게 그을린 입구.

화재감식반원들이 나타난다.

 

자막 : 6개월 전 (페이드아웃)

 

2.호텔 커피숍 (내부) (저녁)

 

(페이드인) 안온한 불빛아래 은은히 퍼지는 클래식 음악.

창가자리에 양복 입은 남자와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보인다.

여자 옆에는 중년 부인이 앉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얘기한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오자 일어서서 만족스런 웃음과 함께 나간다.

 

자막 : 현재 (페이드아웃)

 

3.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가 (저녁)

 

(페이드인) (소리) 요란하게 들려오는 사이렌. 아주 커지면서,

한 저택의 대문 앞에 들이 닥치는 경찰차들과 119구급차.

 

4.저택 식당 (내부)

 

유관석, 70 중반, 비싸게 보이는 스포티한 옷차림.

중앙의 커다란 식탁 중간 자리에 얼굴을 박고 엎어져 있다.

  

식탁 위엔 음식물이 남아있는 화려한 식기들, 포도주 병 두 개,

포도주가 약간 남아 있는 유리잔 하나가 보이고,

식탁 밑에는 갖가지 무늬가 새겨진 카펫이 깔려있다.

 

노인자리 아래 카펫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유리잔 조각들.

포도주로 보이는 붉은 액체가 핏물처럼 뿌려져 있고.

노인이 쓰던 것으로 보이는 수저와 젓가락도 나뒹굴고 있다.

 

한운서, 유관석의 부인, 40대 중반. 꽤 미모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왔다 갔다 한다. 얼굴은 사색이 완연하다.

 

강반장이 폴리스 라인을 들추고 들어온다.

뒤따라 들어오는 제갈형사와 김형사.

강반장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식당 내부 모습.

고급스러운 장식장, 안에 들어있는 장식물과 고급 식기들.

 

망사형태의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이 살짝 열린 채 있고,

유관석 뒤 쪽 벽에 있는, 무늬가 그려진 갓을 씌운 벽전구가 껴져 있다.  

천정으로 향하면, 유관석을 바라보는 위치에 설치된,

둥그런 검은 유리 캡이 보이고, 중앙엔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다.

 

김형사는 부인 한운서로부터 당시의 정황을 듣고 있고  

제갈형사는 정복 경찰관으로부터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검시관과 과학수사반 요원들이 들어온다.  

검시관은 곧장 유관석에게로 가서 상태를 점검하고,

수사반원들은 일단 두 형사로부터 정황설명을 듣는다.

 

설명을 들은 수사반원들이 식당내부를 조사하며 사진을 찍고 나서,

차례차례 증거물 보관박스에 담는다. 식탁위의 음식물,

사용하던 수저 및 식기, 포도주병과 잔, 바닥에 흩어진 유리잔 파편. 

이어서 시신이 들것에 실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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