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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22회)

by 허슬똑띠 202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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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스텔라의 비밀 1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나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라온은 미친 듯이 방안을 돌아다니며 허공을 헤쳐 보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망하기 이를 데 없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말을 할 때 라온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말을 끝낸 그는 급기야 손에 얼굴을 묻고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당황스러웠지만 그가 울음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서럽게 울고 나서 눈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을 들었다. 이 경위가 건네준 휴지로 눈물을 덖고 난 그는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폴라와 아이들이 어이없게도 그렇게 사라지리라 꿈에서라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실종신고를 하면서 어찌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할 수 있겠냐구요.”

“그 심정은 이해하나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기 무척 어렵습니다. 가십처럼 떠도는 인체자연 발화라는 현상과도 전혀 다르고요. 사실 인체발화 현상이라는 것이 실제 확인된 바는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추측하건데 부인이 외국에 다녀온 뒤로 몸이 안 좋았다고 하니 그게 급작스런 사망을 야기한 것이기는 할 것 같습니다. 풍토병에 걸렸었을 가능성도 있겠구요. 하지만 이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 원인은 아닐 겁니다. 라온씨가 바로 곁에서 직접 눈으로 보았다고 하니 감이 잡히는 점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아니면 부인이 사망하기 전 라온씨에게 계속 말을 건넸다고 하니 그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것도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이경위가 묻자 라온은 고개를 저으며 강한 어조로 답했다.

“저는 이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폴라를 모욕하는 일입니다.”

“참나~~ 그렇게 이상하게 사라졌다는 말만 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면 어찌합니까? 생각해봐요! 부인과 아이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말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냐고요? 그건 라온씨가 살해했다는 말뿐이 안 됩니다.“

오경사가 다소 톤을 높여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라온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막바지에 난관에 부딪힌 꼴이었다.

 

이경위는 아예 눈을 감고 입을 꽉 닫은 라온을 재촉하지 않고 그의 마음 상태를 파악해보고자 했다. 오경사는 벌떡 일어서더니 취조실을 나갔다.

“이러면 라온씨가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도 상관없겠어요?”

구슬리듯 말을 건넸지만 라온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실 저는 폴라가 없는 세상을 더 이상 살 의미가 없어요.”

“부인을 위한다면 확실한 증거자료를 제시하는 게 나은 방법입니다. 그래야 라온씨도 협의를 벗을 뿐만 아니라 부인을 위하는 길이 될 겁니다.”

이경위는 부드럽게 설득해보았다. 하지만 라온은 요지부동이었다.

“저번에 보았던 홀로그램에 부인과 애들이 사라지는 장면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걸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이런 제안에도 리온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이경위는 직접 가서 그것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마침 오경사가 들어오자 다른 수사관을 불러 라온을 데리고 가도록 한 다음 그와 함께 라온의 집으로 급히 내달렸다.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침실등의 스위치를 눌렀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니? 이 친구~~ 저번에 왔다 가면서 홀로그램이 작동 안 되도록 했나 보네요?”

오경사가 기가 차서 스위치를 연신 꾹꾹 눌러댔다.

“그 친구를 직접 데려와 작동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던 이경위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강제적으로 시킨다고 해서 그 친구가 쉽게 응할 것 같지 않아. 마고도 박사를 찾아가 상의하기로 하지.”

두 사람은 마박사와 시간 약속을 잡고 경찰청으로 향했다. 그는 범죄심리학박사이자 정신의학박사이며 프로 파일러이기도 했다. 그를 마주하자마자 이경위가 라온 사건에 대해 요약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라온을 직접 만나 그의 정신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두 분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유리온이 말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찍었다는 홀로그램영상과 TV화면을 보도록 합시다.”

마박사가 말하자마자 이경위와 오경사가 휴대폰을 꺼내들고 해당 장면을 찾았다. 여러번을 검색해보더니 두 사람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떤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 자료가 휴대폰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지운 것도 아닌데요. 경찰서에 백업해 놓은 것이 있으니 그것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다급하게 말을 마친 이경위가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 자료를 가지고 오도록 요청했다. 통화를 끝낸 이경위가 멋쩍게 웃으면서 변명하듯 말했다.

“조금 전에 라온의 집에 가서 홀로그램을 확인했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휴대폰 영상이 사라진 게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 부인이 황당하게 여겨지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 친구 진술대로 부인이 아주 특출난 기술이나 능력이 있었던 건 빈말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사후를 대비하여 알게 모르게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조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유라온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현실 같지 않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꾸며댄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실제 눈으로 확인까지 했으니까요.”

이경위가 마박사와 의견을 나누는 사이 수사관이 자료를 가지고 도착했다. 오경사가 그것을 받아들고 작동을 시도했으나 화면에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황당해 하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박사는 그만 두라고 손짓하며 말을 꺼냈다.

“이런 상태로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여부는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상당히 주도면밀한 조치를 해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향방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경위가 말한 대로 먼저 그 친구 정신상태를 점검해보도록 합시다. 그런 다음 두 가지 사항에 대해 파악해 봅시다. 아내와 세 아이가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첫 번째고, 자세한 말을 하면 자기 아내를 모욕한다는 말이 뭘 함축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두 번째 입니다. 감이 잡히는 것이 있기는 한데... 어째든 그를 직접 만나보도록 합시다.“

이 말과 함께 마고도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오경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득달같이 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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