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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회)

by 허슬똑띠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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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트리(GEMTREE) 괴물나무

 

3. 젬트리(GEMTREE) 괴물나무(계속)

그 화면 위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 앵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그 젬트리가 이제는 전설 속의 괴물 불가사리와도 같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여 주변을 폐허로 만들기 시작한지 벌써 두 주가 다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 측의 대응을 알아보기 전에 현지 사정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기자를 연결하겠습니다. 현장 나와 주세요.'

꿈틀거리고 있는 잼트리 괴물을 배경으로 기자가 다른 기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네 여기는 당초 젬트리가 심어져 있던 곳입니다. 연구소의 모습은 이미 그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게 된지 오래입니다. 주민 한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기자가 중년의 한 남자에게 다가가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하자 주민 한 사람이 모니터에 정면으로 나타났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이 부근의 상황이 어땠는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당초 이 부근에는 식물 연구소 건물이 있었더랬지요. 그리구 식물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지요.'

그러면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구 저 쪽 건너편으로 엄청 큰 오염물 처리장하구…… 시멘트덩어리 같은 건축폐기물 적치장이 있었더랬는데요, 그것들두 모조리 저 괴물이 먹어치웠지요.'

기자가 그 사람에게 인사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예 말씀 감사합니다. 방금 주민이 얘기한 것은 젬트리 나무를 심어놓고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서 별도로 만들어 놓았던 설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보시는 바와 같이 울퉁불퉁하고 짙은 회색빛의 무서운 줄기들만이 촘촘하게 엉겨 붙어가며 온통 천지를 뒤덮고 있습니다. 이는 전설 속의 불가사리보다 더 끔직하고 무서운 형태입니다.

그러자 스튜디오의 앵커가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젬트리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실종상태라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스튜디오의 앵커 옆에 앉아 있는 기자가 모니터에 나타나고 앵커의 질문이 이어졌다.

'홍기자! 한국계 미국인인 사이먼 우드뱅크박사가, 젬트리가 괴물로 변하고 나서 갑자기 행방불명되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엠그룹의 발표로는, 사이먼 박사가 젬트리가 괴물로 변하자 겁을 먹고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현재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작금의 이 사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엠그룹에서는 당사자의 행방불명과는 관계없이 연구소 과학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이 괴물을 퇴치할 무기를 만들어 내는 중이라고 합니다. 대략 1개월 이내에는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아! 네 그렇군요. 수고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정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왜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부청사 기자실에 나가있는 박대희기자를 불러 알아보겠습니다. 박대희 기자 말씀해 주세요.'

이 멘트가 끝나자 마자 TV모니터의 화면에는 정부청사 프레스룸이 나타나고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의 플래시 터지는 소리 등이 들렸다. 이어서 그곳을 배경으로 기자의 멘트하는 모습이 비추었다.

'네 정부청사에 나와 있는 박대희 기잡니다. 지금까지 괴물의 구성성분분석과 대응성분을 파악하여 왔던 정부에서는 내일부터 파괴 작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 젬트리 괴물나무 공격

 

태양이 괴력을 과시하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빛바랜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텅빈 그 공간으로 수 십대가 전폭기가 점점이 수를 놓듯 날아왔다. 그들이 내는 폭음으로 인하여 천지사방은 오히려 적막속에 휩싸인 느낌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젬트리 괴물 지역 상공을 워밍업 하듯 몇 차례 선회 비행하던 전폭기들이 2대씩 편대를 이루며 차례로 급강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지상에 가깝게 다가와서 네이팜탄을 투하하고 튕겨지듯 떠올랐다. 주변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면서 검붉은 연기가 치솟아 올라 상공에 퍼지면서 햇빛을 가렸다. 한동안 타오르던 검붉은 불길이 수그러들고 연기도 걷히면서 서서히 피폭현장이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괴물은 불에 그을려 다소 까만빛을 띄고는 있지만 여전히 끄떡없었다. 괴물의 줄기들은 변함없이 꿈틀대며 전진해 가고 있었다. 이후로 전폭기 편대에 의한 네이팜탄 공격이 계속적으로 이어졌지만 별로 상황은 변한 것 같지 않았다. 괴물은 무수한 불세례를 받고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여전히 생생한 모습으로 꿈틀거리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러자 이제는 전폭기와 교대하여 폭격기 수 십대가 요란한 비행음을 동반하면서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도 몇 차례 선회 비행을 하다가 차례로 지나가면서 포탄이 뭉텅이로 쏟아냈다. 연속적으로 터지는 포탄의 엄청난 굉음이 사방을 먹먹하게 만들면서 연이어 검붉은 화염이 솟구치며 하늘을 뒤덮었다. 화염이 수그러들 무렵, 이번에는 틀림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젬트리 괴물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특별 작전상황실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정부 고위관계자와 군사령관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한동안 괴로운 침묵이 흐른 뒤 국방부장관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자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이 초대되어 스크린에 나타나고 화상대화가 시작되었다. 국방부 장관이 먼저 말을 꺼냈다.

"김박사님, 보셨겠지만 저 괴물에게는 백약이 무효인 것 같은데 원인이 대체 무얼까요?"

"당초 젬트리 기본 기능은 빨아들인 중금속 물질을 몸체 외부로 배출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배출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내부에 그대로 축적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문제는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피에까지 그 축적된 중금속이 마치 방어막을 형성한 것처럼 보이는 군요."

그러자 금속학자인 유박사가 나서서 설명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다양한 중금속 성분이 혼합되어 특수합금으로 형성되면서 어지간한 무기로는 파괴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엠그룹 연구소에서도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아직 노코멘트 입니다."

"유박사님, 그런 정도의 성질이라면 핵폭탄을 사용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국방부 장관이 한심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핵폭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열의 순간 온도가 수 천도나 된다고 하니까, 그 정도면 녹아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방사능의 피해는 감수해야겠지요. 우선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소형 전술 핵포탄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으로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전술 핵탄이든 뭐든 먼저 보유국가와 교섭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국방부장관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맺었다.

"또한 소형 전술핵탄이라 하더라도 역시 핵무기이므로 주변 국가들의 이해와 협조도 얻어야 할 것입니다."

국방부장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크린에는 젬트리 괴물이 오히려 더욱 힘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그 순간, 세계 각지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괴물나무에 대한 기사가 모든 매스컴의 톱 메뉴로 떠오르고 있었다.

 

뉴욕거리의 한 가판대 위에 놓여 있는 영자 신문에는 젬트리 괴물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고 '세기의 괴물'이란 표제가 붙어 있었다.

 

일본의 번화가 고층 건물 중간 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강력한 폭탄의 공격을 받고도 끄떡없이 움직이고 있는 젬트리괴물이 나오면서 '한국, 괴물나무를 파괴하기 위하여 전술핵포탄의 사용을 검토 중이다'라는 멘트가 이어졌다.

 

국내의 한 가정집 TV 앞에는 가족들이 모니터에 보이는 젬트리괴물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토론하는 모습이 비치고 난 후 그 화면을 배경으로 앵커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전술핵포탄의 사용이 결정되었다고 멘트하며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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