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트리(GEMTREE) 괴물나무
5. 젬트리 괴물의 파괴
극방부 장관과 외교 통상부 장관이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성, 일본의 외무성, 그리고 중국의 외교부 등지에서 전술핵포탄의 구매와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설명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각국 외교부처에서는 유감의 입장을 밝히며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이제 전술핵포탄의 종류 및 구매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엠그룹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섰다. 엠그룹 사옥 내부의 기자 회견장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TV카메라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무슨 내용을 발표할 것인지 설왕설래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사전에 일절 공표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엠그룹 회장 조정균이 비서들과 함께 회견장에 들어섰다. 나이가 20대 말이나 30초반 정도의 아직 꽤 젊어 보이는 핸섬한 젊은이였다.
"먼저 본의 아니게 이러한 국가적인 분란을 일으킨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그러면서 그는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난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발표 전에, 이미 정부 측에는 모든 내용을 통보를 한 상태임을 말씀 드립니다. 그간 젬트리 괴물의 특성을 재분석하면서……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개발을 완료하였고 지난 며칠 동안 임상시험까지 마쳤습니다. 이제는 우리 힘으로 그 괴물을 처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데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앞으로 1개월 내에는 괴물을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그룹에서는 괴물을 모두 파괴하고 나면, 괴물이 난동을 부리던 지역의 원상 복구를 위해 향후 3년간 오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보여드릴 화면을 참고 하시고, 죄송하지만 질문은 일절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회장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퇴장하고 연단 중앙 위에서 곧바로 서서히 스크린이 내려왔다. 천정의 프로젝터로부터 스크린에 불빛이 비치면서 커다란 레이저발사기 같은 것이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레이저 포에서 발사된 레이저 형태의 광선이 젬트리 괴물에 닿자마자 괴물의 몸체가 녹으면서 회색분말이 되어 풀썩 내려앉는 모습도 연이어 보였다. 이에 대해 엠 그룹 연구소의 박병흔 소장이 보충 설명하였다.
"보시는 광선포는 햇빛 속의 파장 한 종류를 응집한 다음 이를 레이저광선으로 변환시키는 장치입니다."
이러한 기자 회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 시간에 엠그룹 비밀 연구실 내부에서는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실 내에는 작은 불빛 하나만 켜져 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실 한편에 문이 나있는데 약간 벌어진 틈새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멀리 어둑한 구석에서 한 남자가 음식을 담은 이동탁자를 밀면서 나타나더니 문에 가까이 오자 잠깐 멈추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조그만 대롱을 꺼내더니 '이 큐라레 한방이면 끝이지!' 하며 뚜껑을 열고 그 속의 액체를 국물에다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문을 열고 이동탁자를 밀고 들어갔다. 내부에는 하얀 가운 차림의 훤칠한 남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그가 들어가도 별 관심 없이 바닥만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남자가 이동탁자를 그의 앞에 세워 놓고 고개를 까딱하며 방을 나가고 나서도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체념한 듯 겨우 식탁으로 와 앉아 은색스틸 물통에서 물을 유리컵에 따른 다음 젓가락을 들고서도 다시 망설였다. 마침내 밥을 한 수저 먹고 국물을 떠먹은 후 물잔을 드는 순간 '욱'하면서 물잔을 놓쳐버렸다. 스톱모션으로 정지되는 떨어지는 물잔.
중천에 떠 있는 태양이 뜨거운 빛을 작열시켜 증발작용을 함으로써 온 세상이 보일락 말락 한 증기에 갇혀 있는 듯하였다. 젬트리괴물은, 강렬한 햇빛으로 인하여 오히려 더욱 기를 받는 듯 날카로운 금속 빛을 번득거리며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그러면서 쉼 없이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어 온 세상이 이 괴물들로 온통 뒤덮여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이를 퇴치하기 위한 작전이 개시되면서 이를 수행할 차량들과 병력들이 괴물의 주변에 속속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지상에는 햇살광선포를 실은 수 십대의 박스차량들이 짙은 회색먼지를 상공에 뿜어 올리면서 도착하여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 뒤로는 경찰특공대 병력을 실은 포장트럭이 뒤따라와 서 경계임무를 하느라 분주했다. 뒤이어 각종 차량들이 연이어 그 주변에 도착하여 포진하였다. 그 차량들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저지선이 처져있고 경찰들이 몰려든 군중들을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었다. 상공에는 거대한 수송기 몇 대가 선회하고 있는데 주위는 이들 프로펠러 굉음 속에 휩싸여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레이저포 차량 주위에는 여기저기에서 방송국 중계차량, 기자들이 진을 치고 사진을 찍거나 중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설치된 대형 군용천막의 입구에는 군인들이 바쁘게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다. 박스차량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포진하자 상층부가 열리면서 짙은 녹색의 레이저포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송기에서도 문이 열리며 똑 같은 레이저 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확성기로 긴박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보호경이나 고글 등을 착용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안전을 위하여 일정 거리를 계속 유지하시고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곧이어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발사!'
순간 지상의 광선포 발사기가 젬트리 괴물을 향하여 레이저 광선을 발사했다. 그리고 상공에 떠있는 수송기에서도 레이저광선이 무수히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희뿌연 증기 같은 것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안개처럼 주변을 뒤엎다가 조금씩 스러지곤 했다. 그 사이 사이로 젬트리 괴물이 서서히 녹으면서 용암처럼 흘러내리다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일정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그곳이 완전하게 평정이 되면 바로 그 옆을 공격하여 평정지역을 넓혀갔다. 무너져 내리는 주변에는 광선포 공격을 막아보려는 듯 괴물 젬트리 줄기들이 허공을 향하여 이리 저리 흔들며 몸부림치곤 했다. 이는 마치 불화살 공격을 받으면서 몸부림치는, 전설 속의 엄청나게 큰 괴물 불가사리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햇빛이 나는 날은 여지없이 젬트리괴물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었으며, 날짜로는 거의 한 달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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