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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8회)

by 허슬똑띠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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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상한 사고

 

10. 미증유 증권거래 사고

 

 

강남의 한 증권회사 지점에는 시도 때도 없이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이 부산하게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다. 지점 내부의 중앙에는 좌우로 길게 주식시세를 나타내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개장부터 폐장 시까지 내내 총천연색 파노라마처럼 여러 종류의 불빛이 연신 깜빡대고 있었다. 객장 안쪽의 카운터에는 직원들이 죽 들어앉아 연신 손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전광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멍하니 주식시세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리 저리 서성대며 골몰히 생각에 잠겨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를 몰아가듯 일순간 전광판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갑자기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객장 여기저기 얘기를 주고받으며 서성거리던 사람들과 카운터에서 얘기를 주고받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전광판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의 종목이 빨간 불빛이었다가 갑자기 파란 불빛으로 변하면서 이내 하한가 표시를 나타내었고 매도량도 순식간에 계속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저 종목은 잡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잡으면 대박이야 대박.'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그러자 휴대기기를 들고 정신없이 손놀림을 하는 사람들이 객장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이 와중에 이유가 궁금한 고객 몇 사람이 문이 약간 열려있는 지점장실로 들어가는데 이미 거기에는 대 여섯 명의 남녀들이 지점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지점장이 전화를 붙잡고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증권거래소 내의 대형 전광판도 빨간 색을 비롯한 여러 색의 불빛 들이 수시로 번득이고 있었는데 빨간 빛을 나타내고 있던 곳 20여 군데가 순식간에 차례차례로 파란 빛을 띠기 시작했다. 파란 빛으로 변한 뒤에는 얼마 안 되어 곧장 연달아 하한가 표시로 바뀌었다. 매도주문 수량이 순간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내 이들 종목들에 대한 매수 주문 수량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 모두 체결되어 버렸다. 모 부서에서 유유자적하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담당자의 얼굴도 점점 황당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그만 굳어져 버렸다.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대장주 20종목이 모두 하한가 때렸는데, 뭐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매도 주문 다시 확인 바랍니다. 누가 공매도로 장난을 치는 게 아닌 게 해서요."

그러다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듣고 나서 약간 핏대를 올렸다.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주문들이라고요? 지금 그걸 따지는 게 아니고 이 종목들이 이렇게 모두 하한가로 갈 이유가 하나도 없어서라구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된 것 같아요."

 

본부장실에서는 담당 팀장이 급히 보고를 하고 있었다.

"최우량주 20여 종목에 대한 집중 매도 주문이 발생했습니다. 모두 상장주식수 절반에 가까운 수량입니다. 한 종목이 소화가 다 되면 또 다른 종목으로 이어졌는데, 단 20분 만에 모두 소화되었습니다. 문제는, 매도를 낸 당사자들이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난리들입니다."

그러자 본부장이 도대체 무슨 얘기냐는 식으로 다지듯 물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전산 상 매도 주문이 잘못 입력된 건 아닌가? 그 종목들이 하한가라는 건 말도 안 돼지."

"그러나 모두 정상적으로 매도 주문되어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처리된 상태입니다."

"혹시 전산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발생 했는지 확인해보라고! 그리고 매스컴에 변명할 꺼리도 준비하고."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더라도 최대한 해보란 말이야!"

 

11. 날아가 버린 신기술 자료

 

연구원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오가고 있는 한 그룹기업 중앙연구소 내의 연구실에는 각종 기기들 앞에 연구원들이 앉아서 정신없이 일에 열중하고 있다. 출입문에는 지문 인식 보안시스템이 부착되어있는데 연구원들이 들락거릴 적마다 어김없이 매번 이 보안절차를 거쳐야했다. 전산 장비나 실험 장비들 앞에 모두들 줄줄이 앉아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그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그러다 '이거 큰일 났군' 하고 중얼거리며 자리에 일어섰다.

좀 떨어진 실험기기에서 작업하던 동료에게 가더니 귓 속말로 얘기하자 그도 놀라서 함께 자리로 되돌아 왔다.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이리저리 조작해 보던 동료 역시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옆에 서서 동료의 표정을 살펴보고 있던 그는 동료연구원이 자신의 어깨를 툭 치자 정신이 난 듯 급히 연구실 밖으로 나가서 팀장실로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책상에 앉아서 보고서를 읽고 있던 팀장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들어서서 그의 책상 앞에 서는 그들을 이상한 듯 올려다보았다. 맨 처음 이상을 발견한 조금 키가 큰 연구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후~~팀장님 큰일났습니다."

그러자 팀장이 짜증스럽다는 듯 대꾸했다.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야?"

"현재 개발이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프로젝트 있잖습니까?"

순간 팀장이 섬찟했다.

"뭐가 잘못되었어?"

그러자 함께 온 다른 연구원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해킹당하여 개발 내용이 전부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그러자 팀장이 놀라 일어섰다.

"뭐라고?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가보자구!"

연구실로 온 세 사람은 한 동안 모니터 화면과 다른 장비들을 번갈아 가면서 작동해보았다. 그러다가 팀장이 장비 하나에서 스러져 가는 여러 가지 기호들을 망연자실하여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조용히 일어서더니 두 사람과 함께 연구실 밖으로 나왔다.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을 바라보던 팀장은 '조용히 하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본부장실로 향했다.

 

자신의 책상에서 휴대폰으로 자근자근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던 본부장이 팀장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성급히 통화를 끝냈다. 그러면서 한켠에 있는 원탁으로 와서 앉으며 팀장에게도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자리에 앉으면서 팀장이 덤덤히 말을 꺼냈다.

"밤사이에 해커가 침입했습니다. 신기술 개발 자료를 빼가고 시스템 상당부분을 엉클러 놓았습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본부장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우리가 제일 탄탄한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나?"

"침입자의 흔적을 계속 추적해 보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신기술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본부장이 팀장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하든지 시스템을 최대한 복구하라고! 완전치 못하다 하더라도 일단 작동되는 것처럼 보여야 시연회는 넘길 수 있지 않겠느냐 이 말이야! 그리고 다음 일은 그 이후에 생각해도 된단 말이지."

"잘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답하는 팀장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그런 팀장을 노려보면서 본부장이 노기를 억누르며 채근했다.

"담당 연구원 두 사람에게도 단단히 일러 둬!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열개라도 성치 못해!"

"이미 두 사람에게는 잘 일러두었습니다."

한숨을 쉬며 본부장이 부탁조로 명령했다.

"빨리 수습해서 시연에 잘 대비하라고!"

팀장은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 일어나 본부장실을 나섰다. 그러면서 언짢은 표정으로 휴대폰의 전화번호를 검색하면서 중얼거렸다.

'제기! 능력은 별 볼일 없으면서 모가지는 되게 챙기네. 그건 그렇고 일단 사이버수사대 장팀장한테 좀 부탁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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