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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10회)

by 허슬똑띠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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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범죄 추적

 

13.사이버수사대

황사로 뒤덮인 서울은 그야말로 사막의 모래 언덕 위에 유령처럼 솟아 있는 도시와도 같은 모습이다. 그 횡량한 모습에 전혀 관계하지 않는다는 듯,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은 쉼 없이 매연을 뿜어대고 있었다. 통행하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매연과 황사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짜증이 역력히 묻어있었다. 그 황사 속에서 우뚝 솟아 오른 서울 경찰청 청사 건물이 나타났다. 상층부는 뿌연 먼지로 인하여 흐릿하게 보였다. 청사 정문 입구의 정복경찰관을 지나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파란 색 바탕 위의 동그란 원 문양이 나타난다. 원 테두리를 구성하고 있는 첫 번째 둥근 링 하부에는 '사이버범죄수사대'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곳을 지나 사무실 내부로 들어가면 한 쪽 벽면의 가장 자리에는 네탄의 로고디자인과 함께 파란 색으로 된 'NETAN'이란 큰 글씨들이 붙어 있다. 그 표지의 우측으로는 벽면 아래 부분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문서함들이 보이는데 바로 그 위쪽에 '사이버범죄수사대'라는 검은 글씨가 보인다. 사무실 내의 많은 자리들이 비어 있고 몇 몇 수사관들이 압수해온 자료들을 검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 늦은 저녁이 되자 수사관들이 사무실 내에 빈자리를 하나씩 메워가고 있는 그 시간에 '수사대장실'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방 안에서는 차오름 수사대장과 수사팀장 장석산 경감, 윤다솜 경위가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질구레한 건들은 웬만큼 정리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초대어급이 계속 말썽을 부리고 있다는 말씀이야. 증권거래소 사건도 그렇고. "

차대장이 현안에 대해 언급하자 장팀장이 변명하듯 대답했다.

"지금 전력을 다해서 발신지를 계속 추적하고 있는데, 워낙 교묘해서 추적이 만만치 않습니다."

윤경위도 한 마디 거들었다.

"거래소쪽은 나름대로 전산망 보안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차대장이 고개는 끄덕이지만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듯 입맛을 쩍 다시며 윤경위를 바라보았다.

"이번 증권거래에 관련된 사람들은?

"주가가 폭락하고 나서 곧바로 주가 매수에 들어간 사람들에 대해 모두 조사해 보았는데 특이한 인물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장팀장이 좀 기가 막힌다는 듯 거들었다.

"그 사람들 엉뚱한 사태로 해서 한몫 잡았다고 봐야죠."

그러자 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참……."

장팀장의 변명이 이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니, 피거해락족속들도 날다 못해 이젠 우주선 타고 설쳐대는 것 같네요."

순간 장팀장을 바라보는 윤경위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사이버수사대로 발령받아 온 첫날이 생각나서였다.

 

윤경위가 모든 수사요원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차대장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전입신고를 하고 있었다.

"윤다솜 경위, 금일자로 사이버수사대에 근무를 명받았기에 신고합니다!"

그러자 대장이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아 그래 반가워요! 거기 있던 수사과장이 나한테 뭐라 막하던데, 그래도 윤경위 같은 인물이라면야 욕 좀 얻어먹어도 괜찮지 뭐! 하하하! "

그러면서 호쾌하게 웃자 윤경위가 무안한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팀장이 나서서 한 마디 했다.

"윤경위! 우리 수사대로 오면 제일 먼저 해야 되는 일이 뭔지 알아요? 바로 우리 수사대 결의 선서지. '우리는 피거해락족속들의 박멸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요원들이 히히거렸다. 윤경위가 갸우뚱하며 물었다.

"피거해락이 뭐예요?"

그러자 요원 한 사람이 나서서 설명해주었다.

"아니 그 유명한 말도 모르십니까? '피시와만 동거동락 하면서, 해킹이란 범죄를 제일의 즐거움으로 살아간다.'는 말이죠."

 

피거해락이라는 말을 떠올리다가 윤경위가 연신 웃음을 띠고 팀장을 바라보았다.

"팀장님! 제 아무리 우주선을 타고 설친다 해도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 아니겠어요? "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말이야, 하늘나라를 설쳐대는 손오공을 얌전하게 하려면 삼장법사의 머리띠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서 생각난다는 듯 은근슬쩍 윤경위의 활약을 촉구했다.

"아 참 그래, 윤다솜 경위! 지난번 아주 큰 건을 해결하는 데 대단한 솜씨를 보였었잖아! 그래 요즘 설쳐대는 놈한테도 머리띠를 씌워봐!"

"에이 그땐 운이 좋았죠! 그러나 장마다 꼴뚜기 일 수 있나요? 이번 건들은 팀장님 정도의 능력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자 윤다솜경위와 장팀장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차대장이 장팀장을 바라보다 빙긋거렸다.

"정말 그럴까? 글쎄 나는 장팀장이 그럴 깜냥은 없어 보이는데?"

그러자 장팀장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어 가며 변명했다.

"어! 어!~~~? 대장님 왜 이러십니까? 후배들 갈구시면 안 되는데! 어느 유명한 영화배우가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배우를 횽내 내며 말했다.

"'후배들을 욕하지 마라, 네가 지나온 길이다. 선배들에게 손가락질하지 마라, 네가 앞으로 갈 길이다.' 전 사실 후배들을 욕한 적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힐끔 윤경위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그렇지? 그리고 선배님들한테 손가락질 한 적 두 없고요. 아니 그런데 대장님은 이 후배를 물 먹이시는 겁니까, 시방?"

차대장이 다소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어 그래? 그런데 장팀장이 지금 나에게 이러는 건 선배에게 손가락질 하는 거 아닌가?"

장팀장이 뒤통수를 긁으면서 꽁무니를 내렸다.

"아니 무삼 그런 섭섭한 말쌈을……."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외부의 공기가 어제보다는 훨씬 맑아 보이는 아침이었다. 장팀장이 여러 수사관들과 함께 앉아서 컴퓨터 해킹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장팀장이 오경사를 향해 물었다.

"오경사! 보통 컴퓨터 해킹하는 놈들을 생각할 때 우리들은 대체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그거야 가장 친한 친구는 컴퓨터고 인스턴트 메세징(Instant messaging)이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잘 통하지 않는 그런 녀석들이죠."

그러자 수사요원들이 각자 생각한 바를 토로해 냈다.

"한편으로는 무지 내성적이고……."

"그들의 단짝은 오직 외로움만인 녀석들……."

"항상 좀 멍청하게 보이지는 않을까요?"

장팀장이 말을 막았다.

"아니 그것은 모두 원론적인, 단순한 개념적인 이미지 들이지."

이번에는 윤경위가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최근에 자주 일어난 사건의 경험으로 볼 때는, 그런 이미지가 주류인 시기는 지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그들은 적어도 소셜 엔지니어(Social Engineer)들이란 거지요."

장팀장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윤경위! 바로 그거야! 우리들은 가끔 그러한 사실을 무시한단 말이야. 그 녀석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해커기술이 아주아주 뛰어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막히게 사람을 잘 다룬다는 거야."

요원 한사람이 갸우뚱했다.

"사람을 잘 다루다니요?"

이에 대해 윤경위가 다시 부연 설명했다.

"당하는 당사자 자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자신이 의도한 데로 조정할 수도 있는 그런 기술을 의미하다고 봐야겠지요."

오경사가 그것에 딱 맞는 용어를 꺼낸다.

"바로 속속당당의 기술이네!"

다른 요원이 물었다.

"속속당당이요?"

윤경위의 부연 설명이 계속 되었다.

"속이는 줄 모르게 속이고, 당하고 있는 줄 모르게 당하게 만든다 이거지요."

대견한 듯 윤경위를 바라보는 장팀장.

"윤경위의 그 말이 정곡을 찌르는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녀석들은 우리가 정말 그게 가능할까? 라고 강한 의문을 갖는 그런 방식을 이용한다는 거지! 어찌 보면 우리가 쫓고 있는 그 녀석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놈일 수도 있어."

그러면서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전통적인 사기를 치는 놈은 지금까지와 흐름이 유사한 패턴을 따르지만, 이런 놈은 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수도 있단 말이야!"

윤경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리버스 스팅(Reverse Sting)이죠!"

그러자 요원들이 여기저기서 나섰다.

"상황을 묘하게 꼬아 놓아서 공격대상자를 황당하게 만들고, 그러면 당황한 피해자가 거꾸로 공격자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거 손 안대고 코푸는 격 아닙니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 공격자와 한 통속이 돼버린 꼴이니 분통 터질 일이네요."

"정말 속속당당이네요."

장팀장이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는 항상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계속 끈질기게 추적해 보자고!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놈이라도 한 순간 방심해서 꼬리를 남길 수도 있을 테니까……."

이 말과 함께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문득 생각난 사건에 대해 얘기를 추가했다.

"아 참! 내가 깜박했네. 아까 대장님께서 주신 건인데, 경찰서 수사과장 친구가 비공개로 진행해달고 부탁해왔다는 거야. P기업 자금부 한 계좌에서 자금이 잘못 이체 되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귀신도 모르게 이체계좌가 바뀌었고, 그 계좌는 대포통장이고, 이체된 지 얼마 안 되어 기다렸다는 듯이 그 통장에서 즉시 인출되었고, 뭐 이런 거라는 거야. 오경사가 잠깐 내 자리 좀 와봐!"

그러면서 일어서자 오경사가 '옛썰!'하며 그 뒤를 따랐다.

 

(참고) 99년 12월 23일에 창설했지만 실제 활동은 1992년 ‘컴퓨터범죄전담팀’에서 시작으로 95년 ‘해커수사대’, 1997년 8월 ‘컴퓨터범죄수사대’, 그리고 99년 ‘사이버범죄수사대’로 확대 개편되었고, 2000년 7월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창설했다. 2007년 2월 전국 경찰서에 ‘사이버수사팀’을 조직했고 2009년 12월 전국 지방청에 ‘디지털증거분석실’을 개소했다. 그리고 2014년 3월에 ‘사이버안전국’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이 과정 중 한때 ‘netan’이란 브랜드명을 쓰던 적이 있어, 지금도 가끔씩 이 기관이 ‘네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은 ‘경찰청 사이버 수사국 (CYBER BUREAU)’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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