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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11회)

by 허슬똑띠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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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저출산 지역의 미스테리

 

14. 이상한 통계

 

P시의 보건소장실 회의 탁자에서 소장과 팀장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소장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되물었다.

"아니, 이게 사실입니까?"

그러자 팀장도 답답한 기분을 숨기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각 보건지소에서도 자료를 받아 확인해본 것입니다."

"참, 아무리 알파걸이네, 골드미스네 한다고 해도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되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그러면서 눈을 치켜뜨며 팀장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거 통계정리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아니면 잘못 보고된 건 아닌가요?"

팀장이 어림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혀 아닙니다. 저도 하도 이상해서 담당자들한테 몇 번씩 확인해보라고 했는걸요. 그리고 나름 종합병원 산부인과에도 확인해봤습니다. 거기에서도 자기들 밥줄 떨어지겠다고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 시만 유독 신생아가 이렇게 급감했나요?"

"그렇치 않아도 우리 시 주변에 있는 4개시와 3개 군도 확인해봤는데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걸 확인했습니다. 그쪽에서도 여태껏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금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느라 부산하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부담스런 침묵을 깨트리는 바스락 소리가 났다. 소장이 지도를 펼쳐든 것이다.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짚어가다가 현재의 위치에서 멈추더니 빨간 사인펜으로 그곳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팀장이 거론한 지역에 연신 동그라미를 쳐 나갔다. 마지막에는 '여기가 개판된 지역이지?'라고 하며 그 곳에다 커다랗게 별표시를 하였다. 작업을 끝낸 소장이 사인펜을 탁자 모서리에 던지고 나서 별 하나를 빨간 동그라미 8개가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음미하듯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거 보통일이 아니구만.' 이라고 중얼거리면서 팀장을 바라보며 일어섰다.

"내가 판단하건데 전에 젬트리가 난리를 죽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그래도 정확한 원인은 제대로 조사를 해봐야겠지."

팀장이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려구요?"

"아무래도 내가 직접 이 건에 대해 시장님께 보고하고 우리시뿐만 아니고 이 지역 모두에 대해 정확한 원인조사를 하도록 요청해야 할 것 같아."

 

많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서 갈 길을 재촉하며 빵빵대는 혼잡스런 거리를 바로 앞에 두고 투박하게 들어 서있는 빌딩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건물 내에는 직원들과 내방객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고, 홀 내부 여기저기에는 검은 양복을 표 나게 차려입은 경비요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건물 내에 자리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장관실에는 장관이 담당 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보고가 끝 난 뒤 장관이 보고서 한 편을 가리키며 국장에게 물었다.

"여기 이 통계에 이상은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이를 직접 보고한 보건소장으로부터 몇 차례 더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만, 통계상의 오류는 없었습니다."

"이 보고서대로 라면 보통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젬트리 괴물의 여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괴물은 8~9개월 전에 이미 다 파괴되지 않았던가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P시의 보건소장이 나름대로 신생아 출생이 저조한 지역을 표시해보니 모두가 그 괴물이 파괴되고 난 뒤 황무지로 변한 지역주위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국장은 별도로 가지고 온 지도를 장관에게 내밀었다.

"정말 그렇군요. 그러면 이 지역말 고 다른 지역은 관계가 없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상이 나타난 지역은 이 지역 외에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곳부터 철저히 조사 해봐야겠군요."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열리고 있었다. 회의실에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이 모여 있는데 금일의 회의주제는 저출산 대책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모 연구소의 저출산대책 보고서에 대한 것이 먼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이에 대해 재정부장관의 발언부터 시작되었다.

"최근 저 출산 대책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어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제시한 것처럼 대부분 막대한 정부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압니다만 자금조달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저 출산, 고령화로 오히려 돈 쓸 데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이를 충당하여야 할 세금은 덜 걷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부분들이 철저하게 감안되어야 합니다."

 

그러자 총리가 복지부장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출산율이 OECD국가들 중에서도 아주 낮다고 하는데,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은 어떠한 가요?"

"2009년도에 조사한 전국의 결혼 및 출산 동향 결과에 따르면, 미혼자들 중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그래도 10명 중 7명 수준에 이르고는 있습니다. "

"아직은 결혼의지가 그다지 꺾인 것은 아니네요?"

"그런데 문제는 자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미혼자들이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결혼은 할 것이라면서도 정작 남녀 모두 30세 이후로 미뤄놓고 있습니다. 바로 초혼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인데 이것 또한 주목할 사안입니다. 아이는 갖고 싶으나 낳지 못하는 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로, 2005년 불임 여성 비율은 7.5% 수준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6.2%로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

"만혼도 저출산 주범 중에 하나군요. 그런데 근본 기저에는 결혼이라든가 출산에 대한 의식 구조가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그 변화원인에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교육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교육부장관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그러자 교육부장관이 말을 받았다.

"일정 연령에 이른 성인들을 대상으로는 이미 늦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결혼이라든가 가정관에 대한 인성교육을 미리 시행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래서 현재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 입법 방향으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복지부장관이 자신이 보고받았던 문제의 자료를 들추면서 회의의 흐름을 돌리는 발언을 시작했다.

"일단 다각적인 시도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회의 자료를 보시면, 현재의 저 출산 문제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아직도 젬트리 사건을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의 연관성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 괴물이 있던 인근 30키로 미터 내에 있는 지역 종합 출산율이 지난 6개월간 50%나 감소하였습니다. 극소수이기는 하나 일부 지역출산은 지난 6개월간 아예 0%라는 너무도 충격적인 통계숫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총리가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이 통계내용이 정말 사실입니까?"

 

그러자 행안부장관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투로 얘기했다.

"너무 급격한 변화인데요? 집계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게 아닌가요? 아무리 저 출산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출산율은 아직 1을 상회하고 있지 않습니까?"

복지부장관이 약간 흥분되어 보충설명에 들어갔다.

"저도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는 뭔가가 잘못 되었을 거다 그랬지요. 그래서 회의 전에 수차례 재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해당 시의 종합병원에도 들러보았는데 출산율이 제로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6개월 전 임신했던 사람들 모두가 아이를 유산했다고 합니다. 그들도 아직은 그 원인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총리가 근심스럽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저 출산 시대라지만 보통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그러자 국방부장관이 총리의 말에 끼어들었다.

"이는 국가 안전보장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미래의 건강한 젊은이들 확보를 위하여 출산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복지부장관이 국방부장관을 바라보며 총리가 제안하려던 말을 대신하여 마무리했다.

"출산부 신설은 저도 찬성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 드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각계의 전문가들로 신속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건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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