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촉발한 미래상
16.저출산대책위원회(계속)
보고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이어서 자유토론이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모두 다 아시는 바와 같이 프랑스는 30여 년 전만 해도 저 출산 국가로 손꼽던 대표적인 국가였습니다. 그런 프랑스가 그렇게 출산장려를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다했어도 93년도까지는 출산율이 줄곧 떨어졌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프랑스는 2.47명 수준일 때부터 저 출산이라고 난리를 쳐댔습니다. 그러고도 23년이 지나서야 출산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를 본다면 현재 우리의 대응이 얼마나 한심한 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까 경제연구소에서 연구한 보고서의 내용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과장되었다고는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효율적인 정책방안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공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대부분 뭐 그렇게 까지야 가겠어? 라고 계속 안이하게 생각해왔을 겁니다. 만일 이러한 생각들이 변치 않는다면 정말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기업의 CEO가 200만 명의 외국인을 수입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방법도 필요한 조치 중에 하나일 수도 있지요."
"저는 그런 것에는 반대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조차도 똑 같은 음식을 먹고 똑 같은 말을 하면서도 서로 물어뜯고 싸우기 일쑤인데, 하물며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쉽게 동질화가 될 것 같습니까?"
"그러한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과도한 민족주의 관념이라고 봅니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당연히 우리국민이 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같은 핏줄기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그렇지요.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귀화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적극적인 귀화정책을 시행한 결과로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아랍 등지에서 다양하게 귀화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이들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나 되었다고 하니 그들이 우리나라 인구증가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도 아까 말씀 하신 분의 얘기가 꼭 민족주의적인 관념이라고만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사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문화의 장점이 많이 있는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에 상존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큰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는 작금의 현상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당면한 문제이며 우리의 토론 주제인 저출산 극복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합니다. 다문화적 사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우리 내부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보다가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보십시오! 예전에는 외국사람과의 사이에 난 혼혈아들을 보고 우리는 '튀기'라고 부르며 얼마나 놀려댔습니까? 그런데 요즈음 누가 그런 말 쓰는 거 보셨습니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웬만한 건 현실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 겁니다."
"저출산 대책을 위한 방법론 방향이 다소 삼천포로 빠진 거 같네요. 요즈음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 보셨습니까? 저출산의 문제가 초래할 아주 극단적인 모습을 정말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시의적절하게 잘 나타내 보인 것 같습니다. 한 번 보시도록 하지요."
그러자 연단 쪽의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불빛이 비쳤다.
17. 저출산의 미래 사회상
동영상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저출산! 20년 후의 우리의 미래상!'이라는 제목이 나타나며 동영상이 계속 이어졌다.
자막: 203X년 6월
어마 어마한 지붕 개폐식 축구장의 모습이 나타나고 그 위로 '월드컵 경기장'이라는 문자가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나고 있다. 입구에는 붉은 악마라고 쓰여 있는 레드셔츠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고 그 주변은 온통 홀로그래피로 만들어진 태극기와 월드컵기로 뒤덮여 있다. 경기장 안에는 이미 엄청난 사람들이 입장해 있는데 론 그라운드 위에는 플로팅 전광판에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경기 결승전'이라는 문자가 흐르고 있는 한편 양국 선수들의 이미지가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입장이 완료되자 결승전 행사 준비의 일환으로 뱃고동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린다.
그 뱃고동 소리와 함께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장면이 변하더니 거대한 군함 한 척이 서서히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둣가에는 군악대가 하얀 군복을 입고 군가를 연주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는 폭죽이나 재미있는 모양의 인형들을 든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거의 부두에 접근한 군함에서 '부~웅'하고 엄청나게 큰 고동소리가 나자 부두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이에 장단을 맞추어 함성을 지른다. 하늘에는 기자 한 사람이 공중부양기를 타고 하늘에 떠서 방송하고 있는데 부두에서 멀리 떨어진 한 남자가 손바닥 안에 쏙 들어 가는 크기의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다. 그러자 거기에서 흘러나와 공간에 펼쳐진 홀로그래피에는 군함의 입항 장면과 환영인파 그리고 이를 중개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 모습이 실제 기자가 그곳에서 중계하는 듯 아주 생생하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일만톤 급 수송함에는 전 세계로부터 지원받은 용병 일천 명이 타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20년 가까이 계속 0.5 미만에 머무르면서 청년층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의 영향으로 여성들까지 모병해도 국방을 담당하여야 할 장병들의 숫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정부에서는 용병 2만 명을 충원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중 1차로 일천 명의 용병이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이 모습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어느 대형 생활용품 마트가 나타난다. 진짜 남자, 여자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크기도 다양한 갖가지 아바타들이 전시되어 있고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작동해 보고 있다. 다른 곳에는 여러 나라 인종 모양을 한 아기들이 엄청나게 전시되어 있으며 그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품에 안아보며 자신과 잘 맞는지 안아보는 모습이 보인다. 그 아기들은 표정이나 몸짓이 진짜 아기들과 너무도 닮아 보인다. 그 옆으로 리포터가 나와서 이들을 만지작거리며 설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아주 인기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제 옆에 있는 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갓난아기 아바타이고 또 하나는 섹스용 성인 아바타입니다. 혼자 성생활을 해결할 수 있어 결혼할 생각을 가지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 출산의 주범이라고 말들 많지만, 그래도 외로운 밤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진짜 사람 같은 아바타를 사람들이 외면할 리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기 아바타입니다. 이 아기는 안아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우유 달라거나 기저귀 갈아 달라고 울어대지도 않으니 정말~~ 만족스럽지 않겠습니까? 진짜 아기 같은 인간적인 면이 다소 부족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맛은 상당히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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