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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15회)

by 허슬똑띠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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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체포 작전

19. 꼬리를 잡히다(계속)

깊은 밤의 4차선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정적을 지키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도로 한편에는 높고 낮은 건물들이 연이어 서있는 반면 그 반대편으로는 낮은 언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바람이 잔잔하다가도 가끔 세차게 몰아칠 때마다 깊은 산속의 호수수면에 이는 잔물결과도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와 함께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다. 통행하는 차량이 뜸한 도로를 경주차처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간간히 바람소리를 가르곤 했다.

나무들이 제법 우거져 있는 언덕 쪽에 진입로가 나타났다. 차량이 간신히 왕복할 정도의 아스팔트길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길가로부터 50여 미터 정도 뻗어 오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 멀리 건물들 상단이 희끄무레하게 나타났다. 언덕 주변의 숲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다가 어둠으로 인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만드는 사그락 거림이 합주된 정적을 가르며 많은 차량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4차선 도로 멀리 승합차 몇 대와 여러 대의 경찰 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왔다. 언덕을 오르는 진입로 지점을 지나며 속도를 줄이던 차들은 천천히 유턴하여 진입도로 입구부근에 차례로 조용히 정차했다.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차에서 내린 경찰 특공대원과 수사요원들이 경사진 길 양편으로 나뉘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중턱쯤 오르자 대부분의 건물 모습들이 보였다. 모든 창의 불빛이 꺼져 있는데 유일하게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3층 창 하나에서 불빛이 아주 약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 곳에서는 한 사내가 컴퓨터 모니터 위에 여러 숫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낮은 신음소리를 내는 그 사내는 배첼러스 클럽에서 자주 술을 마시던 그였다. 바로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한강변에서 흐느끼던 그 사나이. 그는 어릴 적부터 사사받았던 그의 스승의 얘기를 떠올렸다.

'몸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술을 먹은 상태는 더더욱 안 된다. 정신이 또렷할 때에도 실수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자살행위야!'

그 말을 되새김하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걸 어겼으니. 그래, 정신이 말짱하다고 자부는 했지만 술을 그렇게 마셔댔으니 그것들이 던져놓은 미끼에 걸려 들수 밖에.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군. 아까부터 연신 비상 신호가 느껴지더니만.'

연이어 스승의 말씀을 자연스러이 떠올랐다.

'그러나 문제를 두려워하지 말라. 문제에 대한 열쇠는 자신의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

이 얘기가 그로 하여금 기운을 북돋아 준듯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래! 문제를 야기시킨 것도 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도 내가 쥐고 있는 거지.'

순간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그가 컴퓨터를 조작하자 모니터의 화면이 2개로 갈라지면서 어둑함 속에서 건물을 향하여 몰려오는 무장한 경찰특공대들과 수사요원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나타남과 동시에 그는 놀라움 없이, 그리고 망설임없이 컴퓨터 옆에 달린 붉은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퍽'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이 까맣게 변했고 컴퓨터 내부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후 그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상 아래의 목제 보관함에서 물건을 꺼내 그 옆에 있던 가방 속에 아무렇게 던져 넣었다. 그리고 옷장 속에서 아담한 가방을 꺼내어 그것도 우겨 넣은 다음 양복 상의를 걸쳐 입었다. 가방을 들고 실내를 한번 휘둘러보고는 곧바로 출입문으로 향했다.

20. 탈출

사내가 방을 나와 출입문을 잠그고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에 발을 딛는 순간 1층과 2층 사이 계단 중간에 설치된, 쇠창살로 되어 있는 철문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뛰어 오는 군홧발 소리를 뒤로 하고 재빨리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문을 잠가 버렸다. 옥상에도 바람에 제법 세게 불고 있었는데 바람에 뒤흔들리고 있는 나무들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밤의 정막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는 바로 옆 건물 방향으로 다가가 옥상을 둘러싸고 있는 허리 높이의 안전벽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침침한 어둠 속에서, K2소총을 든 경찰 특공대원들이 창문 부근의 벽에 바싹 붙어 그림자와도 같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모습들이 자그마하게 내려다 보였다. 다시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다가 그가 있는 건물과의 공간 사이를 가늠해 보았다.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느껴지게 하는 간격이었다.

그 사이 3층으로 올라온 특공대원들과 수사요원들이 사무실 문 앞과 계단 그리고 층계사이로 모여 있었다. 문 앞에 서있던 특공대원들이 '부숴!' 소리와 함께 쾅 발로 문을 차 부수고 난입해 들어갔다. '꼼짝마!'라고 외치는 특공대원들과 그들을 뒤따르는 수사요원들. 특공대원들이 총을 겨냥하는 대로 무수한 레이저의 빨간 불빛이 어둑한 실내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흔들렸다. 그 뒤로 들어온 수사요원들의 플래시가 함께 난무했다. 실내는 구둣발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한 순간 실내의 불이 모두 켜지면서 훤해졌다. 수사요원 한 사람이 '무슨 타는 냄새가 나는데요.'하며 컴퓨터를 뒤적거렸다.

"컴퓨터가 박살났네요."

대장이 이미 상황이 끝난 것임을 알고 한마디 내던졌다.

"이놈이 어느 틈에 눈치 채고 벌써 줄행랑을 놓았구만, 쩝."

장팀장이 컴퓨터의 상태를 살피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컴퓨터가 다 망가진 것 보니 우리가 오는 것을 눈치 채고 바로 직전에 달아난 것 같은데……."

이 때 한 특공대원의 무전기에서 잡음과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 특공대원이 무전기를 아웃시키며, 건물 입구 쪽에서 표시나지 않게 숨겨진 CCTV카메라를 발견했다고 대장에게 보고했다. 대장이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놈 보통 놈이 아니네? 그럼 우리가 진입하는 것을 다보고 있었다는 얘기잖아?"

그러면서 장팀장과 요원들을 둘러보며 급하게 지시했다.

"장팀장은 지금 빨리 옥상 쪽으로 올라가서 확인해봐, 다른 요원하고 특공대 몇 사람 데리고! 그리고 윤경위와 다른 요원들은 이 방을 철저히 조사해! 비밀장소나 탈출루트가 있는지 말이야!"

장팀장이 손짓하자 특공대원과 요원들이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윤경위도 '알겠습니다. 자! 모두들 행동 개시!' 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이 말과 동시에 실내의 곳곳에 달라붙는 요원들. 윤경위는 요원 한명과 함께 컴퓨터를 뜯어 내어 내부를 살피는데 이미 모든 부속품은 시커멓게 타버린 상태였다. 윤경위가 '아이구야! 모두 박살나 있네.' 하며 조심스럽게 부품들을 하나씩 꺼내어 요원이 내미는 박스에다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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