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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16회)

by 허슬똑띠 202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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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해커 체포 작전

 

 

20. 탈출(계속)

옥상 방향으로 뛰어 올라 온 장팀장을 비롯한 요원들과 대원들이 잠겨있는 문의 자물쇠를 부수느라 잠시 지체했다. 문을 발로 차서 열고 옥상에 올라온 그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옥상은 설치물 하나 없이 휑한 상태였다. 모두들 옆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수사요원 한사람이 옥상 벽을 집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리로 내려갈 수는 없겠어. 붙잡을 만한 것도 없고 밑에는 특공대원들이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러자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며 가늠해 보던 특공대원 한 사람이 그 말을 받아쳤다.

"건너편까지는 4~5미터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잘하면 뛰어서 건널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그러나 그 요원이 어림없다는 듯 타박했다.

"아니야! 여기 이렇게 턱이 졌잖아! 여기 올라가 제자리에서 뛰어야 하는데 될 것 같아? 게다가 바람도 이렇게 심하게 부는데……."

이 때 대장이 윤경위와 함께 급히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옥상 전체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저 올라와 옥상 주변과 건물 주위를 살펴보았던 장팀장이 대장에게 말문이 막힌다는 듯 말을 건넸다.

"이것 참 도깨비 같네요. 전혀 흔적이 없습니다. 혹시 그 녀석 방에서는 나온 게 없나요?"

"아니! 거기에도 그 놈이 숨을 만할 데라든가 비상탈출구 같은 것은 없어. 몇 가지 참고 될 만한 자료들뿐이야."

그러면서 잠시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며 나름 추측해보는 것 같았다.

"흠, 그렇다면 우리가 이 건물에만 신경 쓰고 있는 사이에 그 녀석은 여기에서 저 건물로 건너가서 도망쳤을 거야."

"하지만 여기서 저 건물로 뛰어 건너가기는 불가능 한 것 같습니다. 바람도 이렇게 센데."

"아니야~~ 건널 수 있는 뭔가가 있었을 거야. 그렇지 않고는 그 놈이 도망갈 수 있는 길은 없어. 제가 루팡이라면 몰라도."

그러면서 요원 한 사람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저 건너 편 건물 옥상에 가봐.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요원이 간 뒤에 대장과 장팀장은 건물들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추측에 추측을 거듭하고 있었다. 잠시 후 건너편으로 간 요원이 이쪽을 보고 소리치면서 기다란 사다리를 들어 올렸다.

"거봐! 그러면 저 건물로 해서 도망갔을 탈출루트를 추적해보자고."

자신의 추측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이 되자 대장은 다른 요원들을 재촉해서 범인의 어떤 식으로 달아났는지를 추적해보기로 했다. 철수하는 특공대원들을 뒤로 하고 수사대장, 장팀장, 윤경위, 그리고 요원 몇 사람들이 건너편 건물 뒤편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그 사내가 도주했음직한 루트를 추적하여 대로까지 나왔다. 잠시 후 그들에게 수사대의 승합차가 다가와 멈추었다. 승합차를 타고 오면서 차대장이 나름대로 그 사내의 탈출상황을 요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벽안 쪽에 바짝 붙여진 긴 사다리를 꺼내 소리 나지 않게 그리고 시멘트 조각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건너 편 옥상 벽 상단에 살짝 붙인다. 가방을 배낭처럼 멘 다음 날쌔게 벽으로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지도 않고 살금살금 사다리를 타고 건넌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그는 위태롭게 휘청거리지만 그가 그렇게 건물 사이를 건너는 것을 아래편의 경찰들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다. 설마하니 자기들 바로 위 공중으로 범인이 건너고 있다는 것을 어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는 건너 편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사다리를 들어 당겨 그 건물 옥상 벽 안에 집어넣는다. 바로 건물 옆편으로 다가가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온다. 그가 건물 뒤편으로 가면 풀과 잡목이 어울러져 있는 경사면이 나타나고 그 끝에는 도로에 접한 시멘트 옹벽이 있다. 그는 미끄러지듯 내려와 후면 도로로 뛰어 내린다. 어깨에 멨던 가방을 손에 옮겨 들고 그 길을 뛰듯이 조금 내려오자 큰 길이 나온다. 천천히 걸어가는 방향 정면으로 빈 택시 한대가 다가온다. 그는 그 택시를 타고 통행 차량이 거의 없는 도로를 질주해간다. 이 도주루트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어둡기도 했지만 그의 몸놀림이 매우 날랠 것이라고 대장은 단정한다.

21. 아지트

별로 특색이 없이 엇비슷하게 생긴 4~5층짜리 건물들이 올망졸망하게 들어 서있어, 처음 이 동네를 온 사람이라면 찾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여야 할 정도였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더욱 거세게 내렸다. 수수한 옷차림을 한 장발의 사내가 우산을 펼쳐들며 동네 슈퍼에서 비속으로 나왔다. 보통 남자의 키보다 좀 더 커 보이는 그의 한 손에는 슈퍼에서 산 물건이 든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는데 우산으로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가 비슷비슷한 건물들 중 하나로 들어가더니 계단을 올라가 한 원룸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 간 원룸에는 냉장고, 담요가 덮여 있는 침대와 침대에 바짝 붙은 책상 그리고 화장실과 싱크대 들이 좁은 실내 공간에 어울리게 배치되어 있었다.

휴지통 속에 비에 젓은 우산을 집어넣고 비닐봉지는 싱크대 위에 올려 놓었다. 그런 다음 장발을 훌렁 벗겨내어 책상 옆 낮은 탁자에 집어 던지는데 본래의 모습이 나타난 인물은 수사대의 추적을 받던 바로 그 사내였다. 그는 만약을 대비해 이곳에다 도피처를 미리 마련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밤은 그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그곳에서 쉬려고 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들이닥친 수사요원들을 피하여 간신히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모든 일은 완벽할 수 없으므로 한 순간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 실내를 서성이다가 팔짱을 풀고 옷장을 열어 검정 가방을 꺼냈다.

'이제 대강 정체가 드러났으니 버젓이 행세하고 다니기는 어렵겠는데?' 이렇게 중얼거리며 가방 속을 뒤적였다.

안의 잡다한 것을 살펴보더니 '그래도 웬만큼 도구들은 남아 있군. 몇 가지만 보완하면 나 다니는 데는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갸한테 신분증이나 더 만들어 달래야겠다.'라면서 책상 위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컬러링 음악소리에 이어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노이즈, 나야!"

"섀도우?"

"그래, 요새 재미 어때? 몇 개 부탁 좀 하려고."

"요즘 짭새들이 어찌나 설쳐대는지 벨 재미없어요. 그런데 해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필요해요?"

"응 그렇게 됐어. 필요한 건 곧 보낼 테니 빨리 좀 부탁해."

"일주일 시간은 줘야 해요."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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