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73.조사실 (내부/외부)
구현석, 35세, 약간 곱슬머리에다 탄탄한 체격, 캐주얼한 복장.
제갈형사와 마주 앉아 있다.
제갈형사
구현석씨! 불타죽은 장석태, 유현덕씨와 친한 친구지요?
구현석
네,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습니다.
제갈형사
당신도 친구 두 사람처럼 죽고 싶지 않으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구현석
(어리둥절)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제갈형사
5년 전 경기도 양평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알죠?
구현석
그런데요? 흔히 일어나는 교통사고하고
저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제갈형사
이봐요! 당신들 세 사람이 장난치다가 사고가 난 거 아닙니까?
구현석
뭔 얘깁니까? 난 전혀 몰라요.
제갈형사
잘 생각해보라고요. 장석태, 유현덕, 그리고 강미나가 왜 죽었는지.
구현석
(딱 잡아떼면서)
내가 어떻게 압니까?
제갈형사
잘 들어요! 당신이 계속 잡아뗀다면 당신도 똑 같이
불타 죽어도 우린 모릅니다.
구현석
(놀라)
뭐라고요?
(이내 기막히다는 듯)
지금 나에게 겁주는 겁니까?
제갈형사
그런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다는 걸 설명하는 겁니다.
세 사람이 그 사고와 모두 연관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구현석
(핏대 올리며)
이보슈! 그런 흉악범을 잡는 게 경찰이지,
이따위로 죄 없는 사람한테 협박공갈이나 하는 게 경찰입니까?
제갈형사
(기가 막혀)
알다시피 워낙 신출귀몰하니 잡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거고!
그 사이 무슨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란 말입니다!
끝까지 잡아뗀다면 할 수 없죠.
구현석
잡아떼는 게 아니라 없는 일을 자꾸 꾸며 내놓으라니
어이가 없어 그런 거 아닙니까.
제갈형사
끝내 털어놓지 않는다면야 우리도 별 수 없죠.
구현석
자꾸만 있지도 않은 일을 들먹거리지 마슈!
조사실을 나서면서 ‘정말 재수 옴 붙었네’라고 내뱉는다.
구현석을 바라보는 제갈형사의 눈에는 쌍심지가 돋는다.
제갈형사
(조사실을 나오며 혼잣말)
정말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 새끼군.
김형사
(사라지는 구현석 뒷모습에 대고)
야 임마! 우리가 재수 옴 붙었다, 네가 그런 게 아니고.
(제갈형사에게)
선배님, 저 자식 인간새끼도 아니네요.
제갈형사
관둬, 모두 제 팔자지. 그런데...
저거 멋대로 돌아다니다 죽으면 우리도 골치 아픈데...
그래 되기 전에 어떻게 하든 범인을 잡아야 되는데.
김형사
겉으론 저래도 속으론 엄청 똥줄 탈겁니다.
한 순간 갈 수 있다는 걸 알 텐데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제갈형사
아니 어쩌면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역으로 저놈을 미끼로 쓰는 거야.
김형사
(낄낄)
그럼 저놈만 잘 쫓아다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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