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검거 작전
22. 두 번 째 실패(계속)
그 때 할아버지가 나왔던 지하철역 입구에서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점퍼차림의 한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통화하면서 할아버지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그는 휴대폰을 닫으면서 급히 뒤쫓기 시작했다.
급하게 뛰어가는 그의 앞쪽 멀리 사람들 사이로 다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는 가능한 한 가깝게 다가간 다음 눈치 채지 못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계속 뒤를 쫓았다. 추적하고 있는 대로변 건물 사이로 샛길을 나타나자 할아버지가 그 길로 들어섰다. 그 노인이 완전히 들어설 때까지 길가 건물 모서리에서 지켜보던 점퍼는 노인이 다시 오른 편으로 꺽어지지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재빨리 그 모서리로 내달았다. 그리고 고개를 살며시 빼어 바라보니 길 중간쯤에 할아버지가 느릿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점퍼가 골목 초입의 주택 담벼락 모서리에 몸을 숨기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 할아버지를 지켜보았다. 할아버지는 전혀 서두름 없이 걸어가다가 어떤 개인주택의 문 앞에 서더니 힐끗 이편을 바라보면서 초인종을 물렀다. 순간 점퍼는 기겁하면서 몸을 담벼락으로 숨겼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면서 초로의 부인의 나타났는데 할아버지가 부인에게 뭐라고 얘기하자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함께 안으로 사라졌다. 점퍼는 뒤이어 도착한 장팀장과 다른 요원 2명에게 할아버지가 들어 간 집을 가리켰다. 그러자 장팀장이 함께 온 요원 한 사람에게 지시했다.
"자네가 저 집의 주소와 주인장 이름을 확인해 와서 신원을 확인해봐. 나는 지원을 요청할 테니까."
"옛썰! 알았습니다."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명령을 받은 그 요원이 할아버지가 들어간 집으로 향했다. 경찰특공대와 차대장이 도착할 즈음 요원 한 명이 장팀장에게 보고했다. 장팀장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차대장에게 보고했다.
"대장님! 저 집주인의 신원을 확인해 보니 이거 뭐가 아귀가 안 맞네요."
"뭐가?"
"집 소유자가 모그룹에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저 놈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일단 쳐들어가 보지! 그런데 요번에도 지난번처럼 사라져 버린 느낌이야."
"아닙니다! 김경사가 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실하게 보았다는 데요?"
장팀장의 말을 귀담아 듣는 둥 마는 둥 특공대원에게 집 주변을 포위하도록 한 다음 차대장이 직접 요원들을 대동하고 가서 초인종을 물렀다. 문을 열고 나온 부인은 장팀장이 내민 수색영장을 보자 어리둥절해 했다. 장팀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초인종 소리를 듣고 집안에서 '누구세요?'라면서 대문으로 나오는데 자기 남편인 김상민 친구라는 소리가 들리더란다. 그래서 '이 시간에 웬 친군가?'라고 다소 의아해 하며 문을 열었더니 웬 할아버지가 떡 서있더라는 것이다. 놀라는 그녀에게 그 노인이 목소리를 죽이며 하는 말.
'죄송합니다. 다급한 일이 생겨서요. 저는 바로 윗동네에 삽니다. 그런데 전철역에서부터 계속 이상한 남자들이 저를 쫓아오네요. 너무 겁나서 이대로 집까지 갈 수 없군요. 죄송하지만 저를 뒷문으로 해서 빠져 나가도록 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래 부인은 안 되었다 싶어 주위를 살펴 보다가 그의 부탁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23. 전초전
두 번째 체포에도 실패한 수사요원들이 사무실로 되돌아 와서 말없이 앉아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누군가 그것을 깼다. 한 요원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얼거린 것이다.
"나 원, 이건 뭐 '캐치미 이프 유 캔'이야 뭐야.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그 때 차대장이 그의 방에서 나오면서 현재 특별한 업무가 걸려 있는 요원 외에는 오늘 출동했던 모두 요원들은 퇴근하여 쉬도록 지시했다. 머쓱한 표정으로 한 두 사람씩 사무실을 비우기 시작하자 장팀장도 차대장과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다시 새로운 날이 시작되면서 수사대는 변함없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침부터 출동했던 요원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어있던 많은 자리들이 하나 둘씩 채워지고 있는데 사무실 문밖이 시끌벅적하더니 윤경위가 한 사내를 끌고 들어 왔다. 그러면서 장팀장에게 보고했다.
"이 친구가 분실 여권을 사려고 하는 걸 잡았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항변했다.
"아니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난 단지 그 놈이 좋은 물건 있다고 해서 보자고 한 것뿐이라고요."
장팀장이 의외라는 듯 그에게 다가왔다.
"어? 이 친구 노이즈 아냐?"
그가 흠칫 놀라면서 어색하게 인사했다.
"아 경감님! 안녕하세요? 오랜 만……."
이번에는 윤경위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예? 노이즈요?"
"그래! 본명은 노이준인데 통상 노이즈(Noise)라고 하지. 너 그 동안 어디에 숨어있었어?"
"숨어 있긴요? 제대로 살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데요?"
"그래? 그러면 우리 좀 도와줘. 그러면 네가 저질은 것 모두 삭제시켜 줄게."
"에이 경감님도~~~ 제가 힘이 있어야 도와드리고 말고 하죠."
"너, 여권은 왜 구하려고 한 거야?"
"아니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어떤 놈이 좋은 물건 있다고 하길래 볼려구 한 것뿐이라구요."
그러자 윤경위가 나서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위조범들이나 여권밀매하는 녀석들 감시를 부탁 했었는데 오늘 이 친구가 위조여권전문기술자에 접촉했다가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 데려온 겁니다."
그러자 장팀장이 확실한 건수를 잡았다는 듯 닥달했다.
"그래? 확실한 증거가 있구만. 노이즈 너 그런데도 자꾸 딴 소리할래?"
잠시 그를 노려보던 장팀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부드럽게 바뀌었다.
"사실 지금 아주 센놈하고 겨루기 하고 있는데 네가 아무래도 적격이다. 좀 나서줘야겠다. 내가 반장님에게 말씀드려 지금까지 일들은 모두 덮어주도록 할 것이니까!"
그러나 노이즈는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장팀장과 윤경위는 그라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노이즈가 고심 끝에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미끼가 된다면 그 미끼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아 그거야 원래는 누구도 모르는 거지. 그러나 이번만큼은 예외로 해줄 거니까 전혀 걱정 붙들어 매!"
장팀장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안심시켰다.
장팀장이 취조실을 나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사대장실로 들어가면서 '범죄의 나래는 어두운 긴 그림자를 남긴다고 했던가?'라고 웅얼거렸다. 대장실로 들어온 장팀장은 미소를 띠며 활기차게 보고했다.
"노이즈란 친구가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자기가 미끼가 되기로요."
그런데 대장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이방유해?
"예? 아니 이방유해라뇨?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차대장이 웃었다.
"아니 이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냔 말이지. 어제 작은 딸아이가 그러데. 피시에 문제가 생긴 걸 해결해 달라고 해서 조치해주었더니 하는 말이 이방유해? 그러더라고. 그래서 배웠지."
"아~~ 난 또! 저보고 이방이라는 줄 알았죠. 허허. 아무튼 또 하나 배웠네요."
"그래 작전은?"
"저번에 섀도우란 녀석을 놓쳤잖습니까? 그 때도 노이즈에게 부탁한 것을 받으러 가는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시 노이즈에게 연락이 왔답니다. 다른 것을 부탁하면서 만나기로요."
"그래서 그 때 그 녀석이 행차했었던 거구만"
"예 그렇습니다. 이번에 부탁한 걸 받으러 올 때 시간과 장소를 우리에게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그 주변에 우리가 잠복해 있다가 그대로 덮치는 거죠."
"섀도우 그놈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봐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그래 아무튼 철저히 준비해서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해!"
장팀장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당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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