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77. OO병원 (내부) (밤)
정문 출입문 앞쪽의 넓은 로비. 휠체어들 탄 환자들,
약병을 건 지지대를 든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오간다.
의자에서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일어서는 점퍼차림의 남자.
계속 통화하며 병원 내부를 바라보는데,
벽에 걸려있는 전자시계가 9시 반을 나타내고 있을 때,
황재희가 백을 메고 로비 쪽으로 나온다.
뒤편으로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남자가 흐릿하게 보인다.
열기가 있는 듯 홍조를 띤 얼굴에 속이 불편한지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로비 가운데 왔을 때,
비명을 지르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온 몸을 비튼다.
그 바람에 어깨에 멨던 백이 내동댕이쳐지고,
내용물이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진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바라보는데,
몸에서 짙은 연기가 나더니 순식간에 새빨간 불길에 휩싸인다.
비명을 지르며 다가보려 하지만 워낙 불길이 거세다.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점퍼 사나이가 웃옷을 벗더니,
그녀의 몸을 덮어 불길을 잡아보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이내 불길에 싸여 타버리고 만다.
난리법석의 병원 내부.
(시간 경과)
경찰이 시신 잔해 주변에 경계를 서고 있다.
특별수사반원, 화재감식반원들이 허겁지겁 도착하고,
병원 출입문 밖에는 온갖 미디어에서 출동한 차들로 꽉 차있다.
사건을 취재하기 여념이 없는 방송국 및 여러 기자들.
(컷인)
로비 한편에 걸려있는 TV에서 뉴스 속보가 방영되고 있다.
(앵커) 또 다시 인체자연발화사건으로 보이는 사고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소식을 현장에 나가있는 윤지호 기자를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윤지호 기자!
이어서 참혹한 모습의 잔해를 배경으로 병원 현장의 기자가 나타나고,
(기자) 정말로 인체자연발화사건인지 아니면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경찰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두 가지 방향으로 수사하지만 살인에 무게를 두는 입장입니다.
78.수사대장실 (아침)
수사대장
아니 도대체 눈 뜬 장님들 아냐?
2반에서 맡고 있는 사람들은 멀쩡한데 말이야!
강반장
(뒤통수를 긁적이며)
면목 없습니다. 세 개조로 나뉘어 빈틈없이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귀신 곡할 노릇입니다.
수사대장
귀신은 무슨 귀신이야! 한눈팔고 있었으니 그랬지!
제갈형사
할 말은 없습니다만 수상한 인물이 접근한 적은 없었습니다.
수사대장
그럼 그냥 불타죽었다는 거야?. 범인을 지목해놓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말이야!
이 말에 더 이상 대꾸도 못하고 모두 조용히 있자,
수사대장
(갑갑하다는 듯)
연일 언론에서 엄청 까고 있는 거 몰라?
강반장
(조아리며)
최대한 빨리 범인을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사대장
(다소 누그러진 표정)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속히 이번 실수를 만회하도록 해!
수사대장실에서 나오는 세 사람.
강반장이 기운 내라는 듯 두 형사의 등을 두드리며,
강반장
자자~~ 귀신도 모르게 잡아 가는 걸 어쩔 수 없지 뭐.
(제갈형사에게)
그건 그렇고 CCTV조사결관?
제갈형사
(송구스러워 하며)
확인해보았지만 딱히 주목할 것은 없었습니다.
강반장
분석실로 가서 다시 면밀히 살펴봐.
지가 귀신이 아니고서야 뭐라도 단서를 남겼을 거야.
강반장 자리에서 이어지는 대책 회의. (페이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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