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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로즈파피(Rosepoppy) 다시보기(13회~16회)

by 허슬똑띠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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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과 서양 협죽도일종인 로즈베이

 

로즈베이(Rosebay)와 양귀비(Poppy)의 특성을 가진 여인의 이야기

 

 

마고도는 웃기는 했지만 가람의 추리력은 인정했다. 그래서 제가람을 보내고 나서 마고도는 가능성 여부는 둘째 치고 선계윤 집안을 조사하도록 했다. 결과는 허망했다. 부친은 그 사이 사망하였고 나머지 형제들 역시 모두 이민 간 지 오래되었다. 가람의 뇌피셜로 막을 내린 셈이다.조사결과를 듣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 조용진의 죽음이 석연치 않게 여겨졌었는데 가람이 더욱 확신을 갖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조용진을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심각한, 남모르게 얽혀있던 비밀의 실체였다. 문득 제갈사장의 죽음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남회장이 회사로 오고 난 뒤에 일어난 교통사고인데다 정영길과의 결혼이 그 뒤를 이었다는 것이 우연의 연속이라 치기엔 맹랑하지 않은가. 게다가 제가람은 남회장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이야기하면서 제갈사장부부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의혹이 가는 부분이다.

더구나 마고도는 사망한 제갈사장과 제가람이 같은 성씨인 점, 비록 정영길 전 부인이 살아있다는 맏아들의 이름이 제일량이라고는 하나 기억이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나아가 외삼촌에게 입양되었다는 큰 아들이 장성했으면 가람의 나이쯤 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두 형제의 이름을 정확히 확인해 보고자했다. 하지만 오래 전 일이고 당시에 근무했었던 직원은 거의 다 퇴직한 상황이었으며 한두 명 남아있는 사람조차도 제갈사장 집안까지는 상세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경위와 오 경사에게 가람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했다.

 

두 사람은 먼저 가람이 살았다는 고아원을 찾아가 보았다. 고아원은 간 곳 없고 온통 아파트들로 차있었다. 두 사람은 난감하여 아파트 단지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거리다 아파트 개발 시 제외되어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가게를 발견하고 혹시나 하여 들어갔다. 우선은 음료수를 사서 쭈욱 들이 킨 다음 나이 많은 여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성애 고아원이라고 아십니까? 이 근처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러자 주인은 다소 의아한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경위는 그녀가 고아원에 대해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분을 밝히고 찾아온 경위를 말했다.

“저 아파트 단지 보이시죠? 저기가 그 고아원이 있던 자리에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아파트를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고아원은 한참 전에 없어지고 저 아파트들이 들어섰는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개발붐이 이 동네까지 일었네요. 그런데 여기는 왜 제외되었나요?”

“그눔의 영감탱이가 고집부리다가 망했지요.”

“아 그러셨군요. 저희들이 찾아온 이유는 어떤 사건에 연루된 분의 아들이 이 고아원에 보내졌다고 해서입니다. 이름은 제가람인데 그 당시 나이가 네 살 정도 였다네요. 한 삼십 여 년 되었을 겁니다. 혹시 기억나시는 게 있으신지요?‘ 그러자 남편이 거기에서 일했다면서 안에 대고 나와 보라고 소리쳤다. 잠시 후 눈을 비비며 노인이 가게로 나왔다. 여주인이 그 사람에게 대충 설명했다.

“제가람이라... 워낙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한데...”

남자가 우물쭈물하자 여주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언젠가 곱상하게 생긴 사내애가 들어와서 며칠 동안을 울고불고 해가지고 애먹었다고 했잖아요!”

“아~ 맞아! 갸 이름이 제가람이라고 했던 것 같아. 고 녀석 자기는 잘못 여기로 보내진 것이라고 하면서 이틀 동안 나가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했었지요.”

 

이 경위는 오 경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가람을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구라고 하던가요?“

“갸 삼촌인데 외국으로 일하러 가게 되어 돌 볼 사람이 없어 당분간 고아원에 맡긴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아이 말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원장한테 제발 집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애원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래도 어른 말이 맞겠지 했지요.”

“그 후에 삼촌이라는 사람이 찾으러 왔나요?”

“애가 커서 고아원에서 나갈 때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래도 그 녀석 아주 어른스러웠어요. 제 또래는 물론 큰 애들까지 갸한테는 함부로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학교 끝나고 나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는 것 같았어요. 다른 애들보다 늦게 돌아와서 원장한테 혼나는 때가 많아서 이유를 물어보니까 그러더라고요. 참 똑똑한 애였습니다.”

“주인께서는 참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수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두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보고를 받은 마고도는 제갈사장가족에 대한 퍼즐조각을 그제야 맞출 수 있었다. 가람이 취재라는 명목으로 이리저리 조사하고 다닌 데는 부모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함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제갈사장 부부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아직까지 단순한 교통사고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람이 남회장에 대해 복수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녀가 사주하여 가람을 고아원에 보냈다고 한다면 사유는 되겠지만 살인까지 연계하기엔 약하다.

꼭 그렇다고 단정 짓기 어렵기는 하지만. 더구나 가람을 고아원으로 보내도록 한 장본인은 정영길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그래서 마고도는 남회장이 외삼촌에게 애를 데려온 날의 행적을 추리해 보았다. 그녀의 행동에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고당일 목격자에 의하면 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정차되어 있던 승용차가 부리나케 출발했다고 한다. 만약에 그 승용차가 공봉춘 차라면 그녀가 사고를 예상하고 왔었다는 간접증거가 되기는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사주를 받은 누군가가 교통사고를 야기했을 수도 있다. 나아가 그 하수인이 조용진일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남민희가 그를 죽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추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를 입증할 만안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남회장은 물론 조용진도 불귀의 객이 되었으므로 어디에다 대고 물어볼 수도 없다.

 

마고도는 이 경위와 오 경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막다른 길에 몰린 격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는 게 좋을지 물었다.

“말씀하신대로 제가람에 대한 뚜렷한 용의는 없으나 지금껏 그가 지금껏 취재를 빌미로 보여준 행보로 추측해보건 데 집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가 에오스 남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조사한 자료를 분석해 보던 중 예상외의 은밀한 정황들이 포착되었고 이를 통해서 그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아니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갑작스런 부모의 죽음, 그 후 영문도 모르는 채 고아원에 내팽겨진 일 그리고 부모와 함께 죽었다고 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생 이런 것들이지요. 그 인식 때문에 하나둘씩 파헤쳐 가다보니 자신의 부모 죽음이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위장 교통사고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겁니다.”

이 경위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제갈사장부부의 교통사고에 남회장이 연계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그가 어떻게 찾아냈을까요?”

마고도가 진지하게 물었다.

 

“나름대로 추리해보 것이 있습니다. 남회장의 외삼촌인 공봉춘이 남회장에게 치를 빌려주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데려왔다는 아이를 연결해본 것입니다. 공봉춘은 그녀가 사귀던 남자사이에서 태워난 아이일거라 얘기했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 겁니다.”

“나도 그런 점은 의문의 여지로 남겨두기는 했어요. 특히 남회장이 난데없이 차를 빌리러 온 것부터가 석연치 않았어요. 아직까지는 제갈사장의 교통사고 당일이란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람이 이점을 파고들었을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차를 빌리러 온 시간을 감안한다면 남회장이 차를 가지고 사고현장을 확인하러 갔을 수도 있겠고요,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살아있는 애를 발견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요.”

“이 경위의 의견과 그동안 내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 일치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남회장의 교통사고 당일 동선을 나름대로 그려보고 거기에서 잡아낼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보도록 합시다.”

 

수사회의를 마치자마자 두 사람은 제갈사장 교통사고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교통사고를 담당했던 경찰관을 찾아갔다. 사건 내용을 설명하고 나서 협조를 부탁했다. 그는 그들을 보더니 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한 달 전쯤인가 H신문사의 기자라는 사람이 뭔 추적기사를 쓴다며 와서 그 교통사고 건에 대해 되게 꼬치꼬치 묻고 간 일이 있었는데 대체 뭐 땜에 그런지 모르겠네요?”

이 경위는 좀 기가 찼지만 가람이 여기서 어떤 단서를 잡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군요. 아시다시피 중대한 기업범죄라 신문사 역시 관심이 많겠지요. 리바이벌하기에 귀찮으시겠지만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래된 사건이라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그 길은 가끔 사고가 나는 길이라 특별이 다른 것은 없던 것으로 압니다. 얘기들은 바로는 사고 당사자가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던 길었다는데 조사해본 결과 좁고 험한 길에서 뒤따라오던 덤프트럭을 피하려다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운전미숙이었던 것이지요.”

그는 좀 시큰둥해서 해서 얘기를 꺼냈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사고가 난 그 차에 어린애가 타고 있었다는 말이 있던데

혹시 그에 대한 조사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이 경위는 이해를 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기억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신중하게 물었다.

“병원으로 시체를 안치하러 갔는데 연락했던 회사 당직자가 달려와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두 살 배기 둘째 아들을 데리고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요. 그런데 사고 차량에는 두 부부뿐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차 밖으로 튕겨나간 것으로 보고 사고팀을 다시 현장으로 보내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보았더랬지요.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어요. 아마도 당직자가 잘못들은 것 같아요.”

“네에~ 그렇군요. 그 외에 뭐 도움이 될 만한 사안은 없겠습니까?”

이 경위는 실망스러워하면서도 부탁조로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주억거리며 생각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해보니 자가용 한 대가 서 있더라고요. 그는 광주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는데 사고가 난 것을 발견하고 구난을 위해 정차했던 것이라 하더군요. 병원까지 동행을 해서 몇 가지 진술을 하고 갔던 거 외엔 특별한 것은 없네요.“

이 경위는 중요한 끄나풀을 잡은 느낌이었다.

“혹시 그 사람의 신원에 대해 알 수 있나요?”

“글쎄요? 뭐 도움이 될 만한 진술은 없어서... 아! 광주에서 침대회사를 운영한다고 했던 것은 기억납니다. 김병...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관련 자료에도 그 기록은 없을 겁니다.“

이 경위는 그것만이라도 큰 소득이라 여겨져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오 경사와 일어섰다.

 

서로 돌아온 그들은 광주시에 소재하는 침대회사를 전부 조사했다. 그런 다음 ‘김병’ 자가 들어가는 임직원이 있는지를 전화상으로 파악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두 사람은 혹시 폐업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왜냐하면 사라지고 새로 생긴 업체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전화 돌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오 경사가 빙고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설립된 지 30여년 된 모 침대회사의 사장이었다. 그와 직접 통화한 뒤 약속을 잡고 그곳으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김병주라는 사장을 대면하자마자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는데 두 사람은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 했다. 제가람이 이미 다녀간 뒤였다. 김사장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돌아가면서 마고도에게 전화하여 사실을 말했다. 전화를 받은 마고도는 다시 가람과 마주앉았다. 가람은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초지종을 모두 밝혔다.

 

당시 교통사고를 조사했던 경찰관을 찾아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은 이 경위와 오 경사가 알아낸 것과 동일했다. 교통사고가 나던 날 당직이었던 분을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그때 그가 말해준 것으로 다른 단서를 잡았다.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어느 침대회사 사람이었고 그의 말을 빌리면 그가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도망치듯 떠난 승용차기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등에서 그 시절에는 군이었던 광주시 소재 침대회사를 속속들이 뒤져내어 소재지를 파악했다. 완료되자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침대회사를 모조리 훑고 다녔다.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수도 있고 폐업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하다 해도 꼬투리는 남아있지 않겠는가. 그 흔적을 물고 늘어지면 되리라 했으나 쉽사리 노출되지 않아 피를 말렸다. 탐색해가던 5일 째 산중턱에 숨어있듯 자리하고 있는 어느 침대공장에 이르렀다. 거기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장과 맞부딪쳤다. 당직자가 말했던 당시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얼추 비슷한 연령이었다. 그는 오래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 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방어 자세를 취하는 듯 하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가람은 최근에 사망한 에오스그룹의 남민희회장과 관련된 건이라면서 사건취재에 필수적이라며 아주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러자 그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가람을 사무실로 안내해 갔다. 그의 방에 앉자마자 그 당시 교통사고는 경찰에서 간단히 운전미숙에 따른 것으로 결론지었으나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외의 말을 듣고 상세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 왔음을 밝혔다.

“그게 살인사건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거죠?”

그가 되물었다.

“그 교통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최근에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 사람은 모 회사에서 자재를 운반하는 트럭을 몰았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밤에 험한 산길에서 그저 장난으로 그런 일을 했다고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아마도 누구의 사주를 받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야기 시키기 위한 짓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 비밀을 알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취재하면서 추적한 것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과 공동대표였던 사람이 꾸민 음모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여자 회장이라는데 그 사람과 무슨 연관이 있죠?”

“네 숨진 회장이 그 사람 부인이었거든요.”

“왜 회장자리를 부인에게 넘겨주었나요? 그 사람도 사망해서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 남자도 살해되었습니까?”

“간접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부인까지 노린 거군요.”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주 철저한 복수극인 거죠. 그런데 아직 모든 게 추측에 불과합니다. 다행히 한 가지 단서가 남아있었죠. 사장님께서 현장에 도착하셨을 때 급하게 그 자리에서 떠나간 승용차 말입니다. 그 승용차를 밝혀내면 누가 그 차에 타고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주한 인물을 추적해 볼 수 있거든요.”

“어떻게요?”

“네 지금까지 취재로 당일 차를 빌려주었던 사람과 그 차를 타고 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추적해냈거든요.”

가람의 말을 들은 그는 수긍한다면서 당시를 회상하듯 골몰히 생각하더니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 차는 기아에서 나온 프라이드였어요. 그 뒤로 온 차들이 몇 대 있어서 헷갈렸는데 확실합니다.”

 

가람이 말을 끝내자 마고도가 물었다.

“그 차가 공봉춘이 그 날 남회장에게 빌려주었다는 차종이 맞습니까?”

“네 확인했습니다.”

“그렇지만 프라이드는 당시 상당히 많이 운행되고 있던 것으로 아는데 꼭 같은 차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 점이 약점일 수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단 사고현장에서 사라졌다는 아이가 동일한 차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봅니다. 이건 그냥 제 뇌피셜이 아닙니다. 상당한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 점은 나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기자는 아주 묘한 간접 기법을 잘 사용하는군요.?”

“아직 정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남회장이 연루되었다고 거론하기는 껄끄럽더라고요. 단지 그것 때문입니다.”

 

마고도는 제가람을 돌려보내고 나서 이 경위와 오 경사와 그 동안의 수사상황을 종합하여 최종 결론을 내리고자 했다. 오 경사가 제가람을 방임하는 것이 불안한 듯 이견을 제시했다.

“모든 정황이 제가람이 범인일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저렇게 놔두어도 될 런지요?”

“그의 행동은 그가 범인일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는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아직까지는 용의자로 추정될 뿐입니다. 본인도 자기에게 화살이 집중되고 있음을 모르지 않아요. 또한 우리가 당장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음도 역시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멍청하게 섣불리 사라지는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우리에게 확신을 안겨주지는 않아요. 단 만일을 위해 이 경위가 다른 수사관들에게 제가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도록 조치하세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제가람의 집을 수색해보았으면 합니다.”

이 경위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자 오 경사도 거들었다.

“제가람의 당일 알리바이도 다시 조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알았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더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마지막 희망인데... 남민희회장의 유품을 조사하다보면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단서를 잡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내가 남사장에게 회장님저격사건의 수사단서를 위한 것이라고 협조를 부탁할 터이니 두 사람은 조사할 수사관들과 함께 대기하도록 하세요.”

 

남정균사장은 마고도의 제안에 선뜻 응했다. 수사관 몇 사람이 남회장의 집으로 출동했다. 개인 주택이기는 했으나 남회장의 사무실에서처럼 예상했던 것만큼 그다지 대저택은 아니었다. 그리고 집 내무도 호사스럽지 않았다. 매우 깔끔할 뿐이었다. 남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그녀의 개인 소지품들은 생전 때와 같이 그대로 정돈되어 있었다. 장례를 치른 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사장이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남사장과 여집사의 안내로 집안 곳곳을 살펴보았으나 단서가 될 만한 물품이나 문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곳만 남았다. 바로 개인 금고였다. 남사장은 자신도 비밀번호는 모른다고 했다. 난감했다. 귀금속류나 현금 등이 보관되어 있으리라 보고

손을 떼려고 했다. 마고도가 잠시 생각하다가 남사장의 양해를 다시 구했다. 금고 업자에게 부탁하여 금고를 열어 내부를 확인해보자는 마고도의 제안에 상당히 망설였다. 자신도 한 번도 그 금고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듯했다. 그러다가 마고도의 설득에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금고 속에는 기대만큼 화려한 재물은 없었다. 현금 일부와 집문서와 같은 증서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남사장에 따르면 남회장은 대부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골드바와 같은 실물은 은행의 대여금고에 보관해두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금고 맨 아래에 있는 서랍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남회장의 개인 소지품을 보관하는 곳을 찾아보았다. 한 곳에서 키가 나왔다. 그곳을 열어 안을 조사하던 이 경위가 마고도에게 다급히 보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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