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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20회)

by 허슬똑띠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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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의 정체

 

24. 섀도우의 체포(2)

차대장과 윤경위가 도착하자 이미 작전이 종료된 상태였다. 섀도우가 몸싸움을 벌이다 포기하고 수갑을 받고 요원들에게 둘러 싸여있었다. 체포과정에서 갈색 가발이 벗겨지고 분장 대부분이 벗겨져 거의 그의 본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노이즈를 바라보며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무림고수라도 아낙이 뜻 없이 건넨 술 한 잔에 당한다더니 그 꼴이구만."

그러자 그를 붙잡고 있는 요원 한사람 웃긴다는 듯 그의 뒤통수를 박으며 한마디 했다.

"임마 네가 무슨 무림고수냐 고수긴!"

그러면서 그를 이끌자 섀도우는 반항하지 않고 체념한 듯 수사요원들에게 끌려가다가 노이즈에게 얘기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다시 노이즈를 지긋이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배신'이라는 것은 어떠한 승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두 마음'을 품는 행위야. 이것은 수치스럽고 아니고의 문제를 떠나서 그런 행동을 한 놈은 비열한 인간으로 보는 거지."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노이즈는 애써 그를 외면하며 묵묵무답 이었다. 섀도우가 잠시 말을 멈추자 요원이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며 가자고 재촉했다. 그러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고 말을 맺었다.

"아니야! 지금 한말 취소하겠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내가 틀렸다. 네가 저 사람들에게 '항복'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배신'이 아닌 거지. 부담 갖지 말고 이제부터는 모든 거 훌훌 털어버려! 그리고 제대로 살아라. 그 동안 고마웠다."

노이즈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겨우 한 마디 했다.

"미안해……. 어째든 나도 살아야 하니 별 수 없잖아……."

요원이 다시 세차게 섀도우를 승합차로 끌고 가면서 다시 쥐어박았다.

"아 참, 그 자식 말도 많네! 그만 지껄이고 차에나 타!"

 

섀도우는 모든 말이 다 끝내서 홀가분하다는 듯 자진해서 차에 올랐다. 뒷 자석에 그가 앉자 양편에서 탄 요원들이 그의 양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왼편의 요원이 앞에 앉은 요원에게 기도 안찬다는 듯 말을 꺼냈다.

"아 글쎄 이 친구 쏼라쏼라 하면서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 지 진짜 외국인인 줄 알았다니까!"

그러자 섀도우 오른 편에 앉아 있는 요원도 거들었다.

"이 놈이 주제에 그렇게 외국어를 잘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니 당연하지!"

먼저 말을 꺼낸 요원이 그의 옆구리를 툭 치며 한 마디 더했다.

"그러면서 이 녀석, 음흉하게 우리 잠복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거라고."

그런 얘기에 아랑곳없이 앉아 있는 섀도우는 눈을 감고 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표정은 절망적이기 보다 오히려 편안함으로 넘쳤다.

차량들이 줄기차게 꼬리를 물고 있는 거리로 진입한 수사대 차량이 점차 속력을 내면서 수사대 본부를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이 활극이 끝나자 아쉬운 듯 그 차량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섀도우를 외국인으로 알고 국제범죄자가 체포되어 잘되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사대의 취조실에 섀도우를 들여보낸 후 장팀장이 수사대장실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대장님은 홈즈 다우시네요. 그 녀석이 그런 행동을 보일 거라고 미리 예측하셨기 때문에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거 아닙니까? 이제부터는 차록홈즙니다."

"차록 홈즈? 하하 그건 아닌데. 이번 작전은 윤경위의 공이 크다네!"

장팀장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경위를 바라보았다.

"예? 또요?"

 

25. 진술(1)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취조실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갈색 책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 책상을 두고 취조요원과 섀도우가 마주 앉아 있었다. 한 쪽 벽면은 장방형의 대형 유리창이 붙어 있는데 검게 썬팅 되어 있어 거울처럼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이것을 뒤로 하고 앉아 있는 섀도우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앞에 앉아있던 요원이 책상을 꽝 치면서 벌떡 일어섰다.

"이 자식 눈 떠! 여기가 네 안방인줄 알아!"

이와 동시에 문이 열리며 장팀장이 들어섰다. 취조하던 요원이 고개를 쩔래쩔래 흔들었다. 장팀장이 섀도우를 노려보다가 곁으로 다가서더니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그러면서 을러보기도 하고 온몸을 흔들면서 난리쳐 보지만 그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다. 한동안 그러던 장팀장 역시 씩씩대며 뒷 편 유리에 대고 손짓을 하더니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윤다솜경위가 들어 왔다. 윤경위는 눈을 감고 있는 그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보며 자리에 앉더니 녹취기를 만져보다가 눈을 감고 있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윤다솜경위입니다."

윤경위가 감시창에 어른거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해서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섀도우를 지켜보기만 했다. 윤경위가 자신이 누군가를 밝히고 나서는 더 이상 말이 없자 궁금한 듯 그가 숙이고 있던 얼굴을 슬며시 들면서 가늘게 눈을 떴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수갑을 찬 두 손으로 눈을 부비 대며 그녀를 관찰하듯 바라보는 그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순간 얼굴에 놀라움과 감격이 뒤섞인 아주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비참한 빛이 역력해지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쳐댔다.

'너무 너무 닮았어! 소다미가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란 것처럼!‘

그러면서 그의 뇌리 속에 윤경위와 아주 빼어 닮은 소녀가 함빡 웃고 있는 모습이 번개 빛처럼 스쳐갔다.

 

섀도우가 전혀 뜻밖의 변화를 보이자 그의 얼굴 표정을 바라보는 윤경위도 다소 놀라 물었다.

"왜? 여기는 여자가 있으면 안 될 곳인가요?"

지금껏 아주 평온한 표정을 짓던 섀도우였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 일어난 것일까? 윤경위는 내심 궁금했다. 그러면서 여태껏 완강하던 그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입을 떼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닙니다. 그렇다고 또 경위님에게 존댓말을 들어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놀라서 그런 겁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누구를 그리 닮았어요?"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무슨 생각에 잠긴 듯이 침묵하다가 본격적으로 얘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경위님을 보고 나니 모두 훌훌 털어 놓아야 그 애가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네요."

윤경위는 그의 뜬금없는 말에 다소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나마 입을 연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조용했다.

"모두 다 말씀드릴게요.

"왜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건지는 몰라도 어째든 잘 생각했습니다. 먼저 이름하고 주소?"

"이름은 가리은, 일정한 주소는 없어요."

이렇게 섀도우가 취조에 응하는 순간, 취조실의 차단 유리창 너머의 감시실에 있던 장탐장과 차대장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윤경위와 가온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윤경위 정말 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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