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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 꽃 살(殺) (제35회)

by 허슬똑띠 202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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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90.숲속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팔과 다리가 묶인 다솜이 나무 옆에 앉아있다.

얼굴엔 측은한 표정과 괴로운 표정이 교차한다.

그녀와 길가 쪽을 번갈아 보는 이연의 표정도 비슷하다.

이때 그곳으로 달려오는 라온이 보인다.

다가오자 그에게 권총을 겨누는 이연.

 

라온

아내는 풀어주고 나만 데려가.

 

이연

(잠시 생각에 잠긴다)

...

 

라온

이연씨! 유민이라는 당신의 애인을 생각해서라도...

 

이연

내 약점을 건드는군.

그래 나의 소녀를 생각해서 당신의 아내는 풀어주겠다.

 

유라온이 순순히 묶이자 다솜을 풀어준다.

울음이 터져 나오기 직전의 다솜. 그녀에게 권총을 겨누면서,

 

이연

내 생각이 바뀌기 전에 어서 여기를 떠나시지.

 

주춤거리는 다솜과 어기적 걷는 라온을 떠미는 이연.

좁은 포장도로로 내려와 라온을 차에 태운다..

이연이 차에 타자마자 급히 발진시킨다.

다솜이 있는 힘을 다해 쫓아 가보지만 점점 멀어져 가는 차.

 

다솜이 눈물을 쏟으며 계속 큰 길 방향으로 뛰어가는 데,

창문 불빛이 보이는 집이 나타난다.

달려가 급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다솜.

‘누구요’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린다.

 

91.집 (내부)

 

눈물투성이인 다솜이 중년 부부에게 다급하게 설명한다.

집전화기로 안내하는 부인.

 

제갈형사(F)

알았습니다. 그곳에 계시면 내가 데리러 갈게요.

라온이 가는 곳은 추적기로 확인하고 있으니

곧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그대로 힘없이 주저앉는 다솜.

부인이 부축하여 소파로 안내한다.

 

92.낡은 공장 건물 (내부)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 내부. 어두컴컴하다.

군데군데 나있는 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는데,

약간 넓은 틈 사이로 다솜의 승용차가 보인다.

 

이연이 손전등으로 내부를 비치자,

낡고 부서진 집기들이 널려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구석에 라온을 앉힌 다음 들고 온 색에서 물통을 꺼내는 이연.

도리질하는 유라온에게 강제로 약물을 먹인 후,

 

이연

(덤덤하게)

그날 나와 내 소녀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는

당신이 잘 알아봤겠지만...

 

라온

나도 어처구니가 없더군.

 

이연(계속)

(끓어오르는 듯)

그래!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말이지...

내 소녀가 상상도 못할 괴로움 속에... 얼마나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죽어갔는지, (높아지는 톤)

그런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았던 그 참담한 심경,

그런 것은 모르지. 암 모르는 게 당연하지.

(눈물 글썽이며)

그 날은 내 소녀의 20번째 생일이었어.

그래 특별하게 축하해주고 싶어 차를 렌트해서

교외로 나갔던 건데...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체념의 목소리로,

 

이연(계속)

처음엔 내가 내 소녀를 죽게 했다는 생각으로 미칠 것만 같았어.

그러나 사고조사과정에서 느낀 분노가...

(다시 목이 메인다)

그 생각을 불태워 버리게 하고 말았어.

모든 걸 내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이젠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이연. 감정을 억제 못해 표정이 몽롱해진다.

 

(컷인)

(이연의 회상)

채송화, 패랭이꽃 등이 잔뜩 피어있는 화단 옆.

소꿉놀이하는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 (디졸부)

복사꽃이 만발한 과수원 나무 사이를

두 손을 잡고 흥겹게 노래 부르며 걸어가는 소년과 소녀. (디졸부)

 

넓은 풀밭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뛰어가는 소년 소녀.

그들 앞에 나타나는 꽃나무들에 둘러싸인 아담한 집.

다가가면서 확연히 나타나는 간판엔

‘꿈을 찍는 사진관’ 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참고) 디졸부 : 한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로 나타나는 장면 전환 기법. 여기에서는 연결되는 두 장면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는 의미로 쓰였다. 오버랩(over-lap)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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