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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 꽃 살(殺) (제36회)

by 허슬똑띠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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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다시 공장 건물)

이연이 옛 생각을 하면서 다소 마음을 진정시키자,

라온

자네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하고 하는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런 물질을 개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던 데...

이연

(순간 스쳐가는 미소)

경기도 그 집까지 찾아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나?

93.이연의 회상

서울 산동네. 낡고 비좁은 집의 토굴 같은 어둑한 방 안.

이연(남자)이 한 남자와 마주 앉아 있다.

팔과 다리는 물론 얼굴 역시 화상자국이 징그럽게 나있다.

이연(남자)

아저씨 제 얘기 잘 들으셨죠? 전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하고 싶어요.

(애원조)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남자

이연아!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살인은 절대 안 돼!

이연

저의 마음은 변함없어요. 아저씨가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그보다 더한 방법으로라도 일을 저지를 겁니다.

남자

...

이연

아저씨, 이렇게 애원할 게요 제발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남자

무슨 말을 해도 네 결심이 변하지 않을 것 같구나.

그럼 딱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절대 다른 목적으로 쓰지 않을 거라 약속해!

이연

(선뜻)

물론이죠.

(시간 경과)

용인 근교의 한 농가 내부.

갖가지 화학 실험 설비들이 좁은 방안을 꽉 채우고 있다.

열려진 방문으로 창고가 보이는데,

인화물질이 표시된 플라스틱 통들이 보인다.

남자

들어오기 전에 박스를 보았을 텐데 네가 원하던 게 들어있어. 난 그것을 각각 불꽃 정수(精髓), 그리고 정수(精水)라 명했단다.

이연

불꽃 정수, 정수요? 정말 멋진 이름이에요.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잊지 않을 게요.

이 말에 미소를 짓는데 화상자국으로 묘한 모습이다.

남자

은혜? 그래 그 말을 들으니 너에게 이것을 만들어준 죄가

씻기는 기분이다.

(참시 침묵)

연아 잘 들어, 난 더 이상 살 가망성이 없다.

그래서 이 물질의 완벽성을 실험하기 위해 이미

두 약물을 다 마신 상태고 집에도 폭파장치를 해두었다.

이연

(경악)

아니 무슨 소리예요! 빨리 뱉어내세요, 빨리요!

남자

(막무가내)

그 박스엔 불꽃 정수뿐만 아니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개발한 해독제도 들어 있어.

이연

(뛰어 나가며 다급한 외침)

아저씨 죽으면 안 돼요! 내가 해독제를 가지고 올게요.

집밖에 놓여 있는 박스로 달려가는 이연

남자

(뒤 쫓아 나오며)

늦었어. 이미 몸속에서 불꽃이 오르고 있어.

완벽하게 성공한 게 틀림없어.

튀어나오자마자 괴로움으로 빈터에 나동그라진다.

그의 몸에서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는 불꽃.

안 돼!, 안 돼! 하고 울부짖지만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얼마 후 재만 남은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이연.

문득 ‘폭발이 얼마 안 남았을 거야’ 라면서, 트렁크에서 깔개를 꺼내온다.

부랴부랴 남자의 시신을 그 상태로 가지런히 담고,

다른 깔개로 덮은 다음 조심스레 차의 트렁크에 싣는다.

황급히 박스를 뒷좌석에 실고 급히 발진한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타오르는 거센 불꽃 속에 사라지는 차.

얼마 후 집은 완전히 불타버려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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