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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전대미문사건의 전초전 (불꽃살(殺)모아보기(제1회~5회))

by 허슬똑띠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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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프롤로그

서산 꼭대기에 해가 걸려있다. 곧게 뻗은 양평지역 산간 2차선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스피디하게 달려오는 고급 오토바이들.

하나, 둘, 셋... 천천히 클로즈업 되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는 헬멧을 쓴 남자들.

그들 뒤에는 역시 헬멧을 쓴 여자들이 타고 있다.

휘날리는 빨간, 파란 그리고 노란 색의 머플러.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며 팔을 휘둘러 댄다.

곧은길이 끝나고 지그재그 형태의 언덕진 길이 나타나자,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중형 승용차 한 대가 보인다.

가장 앞서 가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가속하더니

위협적으로 승용차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순간 좌우로 약간 흔들리며 속도를 낮추는 승용차.

뒤이어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두 대의 오토바이.

좌우로 심하게 뒤뚱거리다가 급기야 벼랑으로 곤두박질친다.

아랑곳없이 계속 괴성과 웃음소리를 남기며 사라져가는 오토바이들.

벼랑 아래로 추락한 자동차로 장면 전환되면,

심하게 부서진 차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차에 끼인 듯 빠져나오지 못하는 처녀가 안간 힘을 쓰고 있는데,

돌연 연기와 함께 화염이 치솟기 시작한다.

커지는 불길에 휩싸인 채 몸부림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 앞에

부러진 나무에 걸려 있는 청년이 보인다. 심한 부상을 입은 것 같다.

울부짖으며 차를 향해 다가가고자 애를 써보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화면 전체를 덮어온다.

자막 : 5년 전 (페이드아웃)

(페이드인) 부산 도심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높고 낮은 빌딩들이 보이다가,

팬 다운되면서 주변보다 다소 낮은 빌딩이 다가 온다.

외벽 곳곳에 붙어 있는 간판들.

이 중 빨간 네온 불빛이 클로즈업 된다.

'OO병원'이라는 글씨가 확연히 보이는 순간,

돌연 그 층의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이내 검붉은 화염과 함께 창을 뚫고 날름대는 새빨간 불길.

빠르게 번지는 거대한 불꽃이 화면 전체를 덮는다.

(소리) 소방차의 요란한 사이렌.

불구경 하느라 몰려드는 많은 사람들로 어수선해지는 건물주변.

속속 도착한 소방차들이 건물 주변에 진을 치면서,

화재진압에 들어간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간 경과)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시커먼 병원 내부.

부서진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음산한 소리를 내고 있다.

소방관들의 플래시 불빛이 비치는 곳마다 드러나는 불탄 잔해들.

거의 모든 집기비품이나 각종 설비들이 재로 변한 모습.

소방관1

후휴, 모두 녹아 없어진 것 같은데.

소방관2

완전 연소 바로 그 자체야. 이런 건 또 처음보네.

(벽채 너머로)

거기는 어때?

소방관3(소리만)

여기도 마찬가지야.

출입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새까맣게 그을린 입구.

화재감식반원들이 나타난다.

자막 : 6개월 전 (페이드아웃)

2.호텔 커피숍 (내부) (저녁)

(페이드인) 안온한 불빛아래 은은히 퍼지는 클래식 음악.

창가자리에 양복 입은 남자와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보인다.

여자 옆에는 중년 부인이 앉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얘기한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오자 일어서서 만족스런 웃음과 함께 나간다.

자막 : 현재 (페이드아웃)

3.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가 (저녁)

(페이드인) (소리) 요란하게 들려오는 사이렌. 아주 커지면서,

한 저택의 대문 앞에 들이 닥치는 경찰차들과 119구급차.

4.저택 식당 (내부)

유관석, 70 중반, 비싸게 보이는 스포티한 옷차림.

중앙의 커다란 식탁 중간 자리에 얼굴을 박고 엎어져 있다.

 

식탁 위엔 음식물이 남아있는 화려한 식기들, 포도주 병 두 개,

포도주가 약간 남아 있는 유리잔 하나가 보이고,

식탁 밑에는 갖가지 무늬가 새겨진 카펫이 깔려있다.

노인자리 아래 카펫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유리잔 조각들.

포도주로 보이는 붉은 액체가 핏물처럼 뿌려져 있고.

노인이 쓰던 것으로 보이는 수저와 젓가락도 나뒹굴고 있다.

한운서, 유관석의 부인, 40대 중반. 꽤 미모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왔다 갔다 한다. 얼굴은 사색이 완연하다.

강반장이 폴리스 라인을 들추고 들어온다.

뒤따라 들어오는 제갈형사와 김형사.

강반장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식당 내부 모습.

고급스러운 장식장, 안에 들어있는 장식물과 고급 식기들.

망사형태의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이 살짝 열린 채 있고,

유관석 뒤 쪽 벽에 있는, 무늬가 그려진 갓을 씌운 벽전구가 껴져 있다.

천정으로 향하면, 유관석을 바라보는 위치에 설치된,

둥그런 검은 유리 캡이 보이고, 중앙엔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다.

김형사는 부인 한운서로부터 당시의 정황을 듣고 있고

제갈형사는 정복 경찰관으로부터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검시관과 과학수사반 요원들이 들어온다.

검시관은 곧장 유관석에게로 가서 상태를 점검하고,

수사반원들은 일단 두 형사로부터 정황설명을 듣는다.

설명을 들은 수사반원들이 식당내부를 조사하며 사진을 찍고 나서,

차례차례 증거물 보관박스에 담는다. 식탁위의 음식물,

사용하던 수저 및 식기, 포도주병과 잔, 바닥에 흩어진 유리잔 파편.

이어서 시신이 들것에 실려 나간다.

5.저택 (내부)

책들이 빼곡하게 들어 선 서가들이 삼면 벽을 장식하고 있는 서재.

출입문이 열리며 두 형사가 나타나더니,

곧장 서가 앞쪽의 육중한 책상으로 가는 김형사.

제갈형사는 서가로 가면서,

제갈형사

(시큰둥하게 혼잣말)

거실이나 침실에는 별거 없던데 여기는 어떨라나.

책상 서랍을 열어보던 김형사,

작은 플라스틱 통을 찾아내어 잘잘한 글씨를 읽어본다.

김형사

이거 당뇨약인데요.

(다른 것을 꺼내며)

어라 여기 다른 약도 있네요.

제갈형사

두개다 당뇨약이야? 당뇨가 꽤 심했던 모양이지?

(책 하나를 꺼내며)

이건 당뇨병에 관한 책이야. 그거 모두 감식반에 보내.

 

이 때 강반장이 들어오며 휘둘러본다.

책상 옆 작은 테이블에 있는 TV를 가리키며,

강반장

여기 CCTV 화면도 조사해봐!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는지.

6.경찰서 조사실 (내부) (밤)

한 가운데 책상에 마주 앉아 있는 제갈형사와 부인.

김형사는 부인의 핸드백 내용물을 살핀다.

제갈형사

두 분 연령차가 꽤 나시는 것 같은데..

.

한운서

회사를 운영한답시고 계속 결혼을 미뤄왔는데

느닷없이 친구가 회장님을 소개해줘서...

결혼한지는 이제 한 달 정도 되었네요.

제갈형사

아직 신혼이시네요. 항상 두 분 단둘이서 식사하나요?

 

이때 김형사가 한운서 옆에 백을 놓는다.

제갈형사에게 이상 없다는 제스처를 쓰고 나간다.

한운서

그렇습니다. 다른 식구가 없으니까....

제갈형사

집에 당뇨약이 있던데...

한운서

당뇨치료 시작한 지 몇 개월 됐어요. 그래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죠.

제갈형사

많이 좋아지셨나 보죠? 술을 드신 거보니..

.

한운서

술을 꽤 좋아하셨데요. 치료를 시작한 후론 한두 잔 정도였지만.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지 꽤 드시데요.

.

제갈형사

상당히 비싼 술인 것 같던데...

한운서

아들이 가져 왔어요. 결혼을 축하한다고요. (약간 비꼬는 투)

제갈형사

마개를 열 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한운서

회장님이 직접 따셔서...

제갈형사

아 그랬군요. 아드님은 자주 오나요?

한운서

가끔요. 한동안은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아 뜸했어요.

제갈형사

무슨 일 때문에요?

한운서

글쎄요? 아마 나와 결혼 하는 걸 반대해서 그랬을 거예요.

제갈형사

알았습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시죠.

한운서

네. 뭣 때문인지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조사실을 나가는 한운서. 그 뒤를 따라 나가는 제갈형사.

7.조사실 (외부/내부)

제갈형사

김형사! 저번에 선 봤던 여잔 어때?

김형사

(실실 대며)

그게...

제갈형사

왜? 맘에 안 드는데 자꾸 찐따붙어?

김형사

웬걸요?

제갈형사

그럼? 맘엔 드는 데 형사란 직업 갖고 태클 걸어?

김형사

정 반댑니다. 예쁘기도 하고 형사란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제갈형사

제길, 그럼 뭐가 문제야?

김형사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

제갈형사

허 참, 복에 겨웠구만!

김형사

저보다 2살 많아서리...

제갈형사

그까짓 게 뭔 상관이야? 요새 연상녀 연하남이 판치는 세상인데...

김형사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게 나보다 어려보이긴 하데요.

유현덕, 30대 중반, 유관석의 아들. 헐레벌떡 들어온다.

어디로 갈지 몰라 두리번거리자 김형사가 조사실로 안내한다.

함께 들어와서 제갈형사는 책상 한편에 서서 팔짱을 끼고 서있고,

유현덕과 마주 앉는 김형사.

유현덕

(한숨)

납품업체 갔다 오다 연락을 받았는데, 길이 어찌나 막히는지...

 

김형사

유감스럽지만...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살지는 않는 거 같던데...

유현덕

네! 따로 살지만 가끔 문안드리러 가곤 합니다.

 

김형사

당뇨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유현덕

좋아하시던 술도 자제하시는 걸 보고 짐작은 했어요.

그래도 정정하신 편이었는데 이해가 안 가네요.

 

김형사

근래 특이한 건 없었나요?

유현덕

글쎄요? 있다면 지금 그 집에 살고 있는 그 여자 정도?

김형사

그 여자?

유현덕

한운서라는 사람 말입니다.

 

김형사

그래도 새어머닌데.

유현덕

새어머니는 무슨 새어머닙니까?

연로하신 아버님 재산을 노리고 들어온 여우 주제에.

김형사

황혼에 반려자가 필요하신 거 아닌가요? 도리어 잘된 거 같은데.

유현덕

(잠시 침묵)

어쨌든 그 여자와 식사하다 돌아가셨으니 수상하지 않나요?

 

김형사

그건 우리들이 알아서 확인할 사항이고...

유현덕

원인은 금방 알 수 있나요? 장례준비도 해야 하는데...

김형사

부검이 끝나봐야 됩니다.

 

유현덕

부검요? 그런 거 없인 안 됩니까?

김형사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돌아가서 기다립시오.

유현덕 일어서서 나가자 뒤 따라 나오는 두 사람.

강반장 자리로 가면서,

김형사

이거 단순한 약물중독 사고 아닌가요?

제갈형사

글쎄, 지금까지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8.수사반 (내부)

드문드문 비어 있는 사무실 창가 책상에 앉아 있는 강반장.

두 형사가 와서 탁자에 앉자 의자를 끌고 와서 조사결과를 듣는다.

 

강반장

특별한 건 없군. 그래도 돌연사라 단정 짓기는 일러.

부검결과 나올 때까지 각자의 최근 동향을 파악해봐.

알겠다며 제갈형사 자리를 뜨는데도, 김형사는 엉거주춤한다.

아직 볼 일이 남아 있어? 라는 듯 치켜보는 강반장.

얘기하기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는 김형사.

강반장

왜?

김형사

저 바쁜 줄은 알지만... 오늘 먼저 좀 나가면 안 될까요?

강반장

(모르는 척)

장인어른이라도 돌아가셨어?

김형사

까딱하면 장인은 애시 당초 생기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강반장

왜? 여자가 벌써부터 강짜를 부려?

김형사

것보다... 누님이 어찌나 성환지... 누님 성의를 봐서라도...

강반장

맘에 들긴 했나부지?

 

김형사, 가타부타 말이 없자 강반장, 뜸들이다 김형사를 치켜본다.

강반장(계속)

노총각 신셀 면치 못하면 다 내 핑계겠지?

김형사

(대뜸 꾸뻑)

감사합니다!

부리나케 제 자리로 가는데, 사무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소리.

‘경사 났구만!’‘ 조만간 국수 먹게 생겼네!,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김형사.

9.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내부)

내부가 드러난 유관석의 시신을 살펴보는 부검의.

곁에는 검시관이 따라서 세심히 보고 있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난 후 각종 검사기기로 검사하는 부검의.

출력되어 나온 자료를 검시관에게 보이며,

 

부검의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글리메피리드 성분과, 바이구아나이드 계열의 메트모르민 염산염, 그리고 치옥트산, 이 세 가지 성분이 검출됐어.

다량의 알코올도 나왔고. 이외에 독극물류는 발견되지 않았네.

검시관

그럼 독살은 아니네요. 그런데 이 분이 먹던 약에

치옥트산 성분 약은 없었거든요?

부검의

그렇다면 문제가 있군. 글리메피리드도 쇼크 위험이 있지만

치옥트산도 알코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술은 자제해야 하거든

검시관

주치의가 그런 점은 주의를 했을 텐데...

부검의

알코올 자체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료 한 부분을 가리키며)

사용하지 않았다는 치옥트산 성분이 발견된 것도 그렇지만,

검출된 수치가 무척 높다는 거야. 10에서 40그람정도의 치옥트산을

알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치사 상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임상실험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어. 이게 바로 직접적인 사인이야.

검시관

혹시 따로 치옥트산 주사제를 사용했는지 확인해봐야겠네요.

10.수사반 (내부) (저녁)

강반장

조사결과는?

김형사

(자료를 건네며)

감식반 조사결과 모든 게 다 깨끗하답니다.

 

제갈형사

부검소견서에도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답니다. 헌데...

강반장

(자료를 들여다보며)

치옥트산 성분이 과도하게 검출되었다? 이걸 말하는 거야?

제갈형사

그게 직접적인 사인이랍니다.

김형사

그런 건 없었는데? 혹 부인이가 집어넣은 거 아닐까요?

강반장

어떻게?

 

김형사

노인네라 눈이 어두울 테니 슬쩍슬쩍 넣는다면야 모르겠지요?

제갈형사

집에서 발견은 안 됐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김형사

더군다나 혼인신고가 돼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제갈형사

유관석씨가 그래라 했겠지요.

강반장

혼인신고 한지는 얼마나 됐어?

제갈형사

2주 쯤요.

강반장

2주 라? 그럼 시기가 됐다 판단한 건가?

김형사

만일 유서까지 바꿔치기했다면, 완전 독식이죠.

유관석씨 재산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던데...

제갈형사

상속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습니다.

강반장

(찡그리며)

장미꽃엔 가시가 있다 이거지? 이제부턴 그걸 찾아내자고.

11.수사 몽타주

OO종합병원 1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두 형사.

유관석 주치의인 내과 당뇨병 전문의사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진료실을 나오며 ‘부인이 몰래 그걸 집어넣은 게 분명 하네요’ 라고

김형사가 말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제갈형사.

강남지역의 한 아파트 내부를 수색하고 있는 두 사람.

나이는 많이 들었어도 고운 자태의 할머니가 지켜보고 있다.

화장대 위에 놓여있는 사진액자.

젊은 미모의 한운서가 부모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파트를 나서는 두 사람의 허탈한 표정.

세곡동 개인주택 앞에 차를 세우는 두 사람.

문 앞에는 유현덕이라는 문패가 붙어있다.

집 내부를 수색하던 제갈형사가 이거다 싶은 표정을 짓는다.

책장 틈에서 아주 작은 전자기기를 꺼내드는데,

이리저리 살펴보다 별 볼일 없다는 듯 도로 집어넣는다.

정원을 걸어 나올 때 그들 뒤편으로 가설물이 보이고,

열려있는 문으로 오토바이 앞부분이 흐릿하게 보인다.

12.조사실 (내부)

제갈형사

유회장이 먹던 약과 다른 성분이 나왔습니다.

왜 그런 건지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한운서

(놀래며)

내가 어떻게 압니까?

제갈형사

음식에다 몰래몰래 넣었을 수도 있겠죠.

한운서

(기가 막힌 듯)

음식물도 검사했을 거 아녜요?

제갈형사

일이 터진 후 음식물을 바꿔치기 했다면야...

한운서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닫아버린다.

제갈형사

부인께서야 그 약물을 먹어도 별 지장이 없었을테구요.

그걸 확인해보기 위해서.. 혈액체취 좀 하겠습니다.

한운서

얼마든지요! 그걸로 그런 일이 없다는 게 입증된다면야.

제갈형사가 한운서와 함께 조사실을 나선다.

13.아담한 단독주택, 유라온의 집 (내부) (저녁)

주방 겸 식당의 조리대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남자.

유라온, 32세, 호리호리한 체격. 편안한 복장에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하나씩 음식을 옮기는 데 다 차려지자 제법 푸짐해 보인다.

식탁에 앉아 화장실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뿌듯해 보인다.

얼굴을 닦으며 나오는 다솜. 26세, 늘씬한 몸매, 예쁜 얼굴.

간편한 차림. ‘야 맛있겠다’ 라며 앉더니 대번 퇴박이다.

다솜

오늘 맛있는 거 사준다더니 뻥이었네요~~

라온

미안, 미안. 곧 내기로 한 원고가 넘 쓰레기 같아서...

다솜

(예쁘게 눈을 흘기며)

내가 뭘 보고 서방님과 결혼했는지 몰라.

라온

(빙그레)

첨엔 나 같은 사람 없다고 하더니 웬 딴 소리?

다솜

(부러 한숨)

에그, 글쎄 그게, 아마도 그땐 내 눈에 콩깍지가 끼었을 거야.

라온

(히히덕)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잖아! 그 때 그 기분을 살려 고~하자고.

다솜

(삐친 척)

흥~

라온

(다정스레)

어여쁜 우리 다솜 아씨! 왜 그러실까?

대신 저녁 맛있게 준비했잖아요? 설거지까지 할게. 그럼 됐지?

다솜

정말?

라온

그러~~엄.

얘기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는 다솜.

다솜

서방님~~ 그럼, 부탁~해요.

라온

(신문을 건네며)

대신 그동안 이 기사 좀 읽어 봐. 과연 진실은 어디에?

다솜

(받아들며)

어이구 서방님! 언제까지 명탐정 흉내를 낼거유?

참 걱정된다. 걱정돼. (말로만)

신문을 보며 소파로 가더니 ‘며칠 전거네’라며 털썩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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