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이 된 전동차운행 시스템
36. 폭주 전동차(1)
지하철 플랫폼에는 전철을 타기 위해 스크린 도어 앞에 승객들이 두세 사람씩 줄지어 서있었다. 전철이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스크린 도어 좌측으로 전동차의 불빛이 비췄다. 서서히 진입하여 거의 정지해가는 전동차.
그러나 완전히 멈추지 않고 앞으로 미끄러지듯 하더니 정차할 위치를 지나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멈추지 않고 점점 속도를 내면서 스크린도어 안쪽을 그대로 지나쳐갔다. 모두를 어안이 벙벙하여 지나치는 전동차를 바라보는 사람들. 빠르게 지나가는 전동차 흐름으로 내부의 모습도 흩어져 보였다. 사람들이 어처구니없어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욕설까지 들렸다.
여기는 종합사령실 상황실.
무정차 통과한 기관사의 목소리가 사령실에 울려 퍼졌다.
"사령실! 사령실! 여기는 제1004 전동차!"
"들린다. 어찌된 일인가? 왜 무정차 통과했는가?"
"갑자기 운전 장치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제멋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고장이란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빨리 조치 바랍니다."
"알았다. 계속 조치해보면서 기다려라!"
그 직원이 옆의 직원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쳐댔다.
"운행 전동차 추돌방지 장치 좀 확인해봐! 앞 차와의 간격이 좁혀지면 자동 정차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직원이 계기를 확인해 보더니 돌발 상황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아니 이게 뭔가 이상한데?"
"왜?"
"이런 제기, 작동이 멈췄어."
그러면서 운행 상황판을 보며 놀라 소리쳤다.
"아니 두 차의 간격이 엄청 좁혀지고 있어!"
"뭐? 빨리 그 노선에 있는 전 전동차에 대피명령을 내려야 해!"
이 사실이 곧바로 상급자에게 보고되자마자 곧바로 사령실의 실장이 각 전동차 운행판을 들여다보며 전 전동차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통제 시스템을 관장하는 팀에 긴급조치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운행판에는 하나 둘씩 전동차가 대피공간으로 피하고 있었지만 문제의 전동차는 계속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서 직원 한 사람이 보고해 왔다.
"방금 연락이 왔는데 모든 전동차 제어시스템이 먹통이랍니다."
실장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뭐라고? 그럴 리가?"
"그런데 사장실로 어떤 사람이 전화하여 자기가 전동차의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하더랍니다."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그리고 다음에 통보하는 시한까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지금 제멋대로 마구 달리고 있는 전동차를 박살내겠다는 겁니다."
"정차장치가 고장이라 멈출 수 없다면 전원 공급을 차단하여 멈추게 할 수는 있을 것 아니오?"
"범인이 만약 전원장치를 끊어 열차를 멈추게 하면 열차에 장치한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했답니다."
"뭐라고, 폭탄까지 장치해놓았다고?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난 거야? 정말 정신 나간 놈 아냐 이건!"
"저 전동차의 상황으로 봐선 단순 협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어불능인 채로 지하철 터널 속을 미친 듯 달리고 있는 전동차의 맨 앞 쪽 차량 내부에서는 사람들이 운전석과 연결된 문을 마구 두들기며 떠들고 있었다. 이 때 기관사의 안내방송이 시작되었다.
'손님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이 전동차의 제동장치에 이상이 발생하여 정차할 수 없습니다. 사령실에서 긴급 조치 중에 있사오니 너무 당황해 하지 마시고 조금만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큰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소리를 듣는 승객들에게 조금씩 공포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한 편으로는 '어쩌면 좋아!’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들도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승객들이 휴대폰으로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과 현재 자신들이 탄 전동차의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사장실에는 간부들이 웅성거리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모두를 답답한 표정을 짓고만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장이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물었다.
"전동차 제어시스템의 회복은 정말 불가능한 겁니까?"
그러자 담당 본부장이 답변했다.
"지금 회복시키려 전력투구 하고 있습니다만 차단 방법을 찾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미친 녀석이 다시 연락이 올 텐데 이거 큰일이구만. 무슨 방법이 없겠소?"
"우선 사이버 범죄 수사대에 수사요청을 했습니다. 경찰특공대가 구조를 위하여 폭주 전동차에 접근 가능한지도 타진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지하철 전역에 구급차량과 소방대원들을 배치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 순간 검은 색 가방을 들고 종합 사령실로 들어오는 윤경위와 가리은.
이들이 사령실 책임자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지하철 운행 책임자로부터 운행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운전현황판에 움직이는 단 하나의 운행표시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각각 지하철 요원이 지적하는 시스템 앞에 자리 잡았다. 가방에서 몇 가지 장비를 꺼낸 다음 그 시스템에 연결하고 난 뒤 가리은은 넷북 크기의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여러 색의 파동이 갖가지 형태를 이루며 우측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솜은 다른 모니터를 바라보며 흘러내리는 갖가지 기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윤경위가 갸우뚱하며 가리은에게 물었다.
"이 신호가 잡힐 만하면 끊어지곤 하는 데 왜 그럴까요?"
"혹시 이 친구가 한 곳에서 조정하는 게 아니고 이동하면서 조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럴 가능성이 크겠어요. 가리은씨! 그럼 여기에 메인 장치를 장착하고 그 것을 추적할 수 있는 통신장비차량으로 추적해 보도록 하죠."
"그게 좋겠습니다."
곧바로 윤경위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이 가리은은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리은이 자리하고 있던 그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 작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윤경위와 가리은이 가방을 들고 사령실을 나서는 모습 위로 서서히 오버랩 되며 박스차의 내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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