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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긴박한 범인차량의 추적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1회))

by 허슬똑띠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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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연히 사라진 범인

 

37.폭주 전동차(2)

박스차의 내부는 컴퓨터 기기 및 통신장비들도 가득찬 골방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끔 흔들리면서 천정의 불빛도 덜렁댔다. 윤경위와 가리은이 헤드폰을 끼고 나란히 앉아서 모니터를 감시하면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가리은이 궁금한듯 물었다.

"이 녀석은 어떤 스타일일까요?"

"제가 제일이라는 자만심에 푹 빠져 있는 우물 안 개구리?"

"해커들은 나름 순수한 데가 있는데, 이 녀석은 변종 같네요."

"어찌보면 양치기 소년이 순진하게 보이겠지만 실제적으로는 엄청난 악질이라 볼 수 있어요. 심심풀이지만 당하는 사람의 시간적 낭비와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지 못하는 ……."

"우물 안 개구리가 일을 저지르면 못 말리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지요! 잠깐!"

그러면서 윤경위가 한 모니터를 가리키는데 그 속에서 지금껏 보이지 않던 작은 점이 나타나서 깜빡이고 있었다. 윤경위가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겨우 흔적을 잡은 것 같아요."

"그러네요."

"위치추적 차단장치를 교란시키는 기기를 작동할게요."

그러자 가리은이 인터폰으로 운전석에 이 사실을 알렸다.

"오경사님! 신호 잡았습니다. 지금 위치추적기에 신호가 나타날 겁니다."

그러자 인터폰으로 ‘오 예! 나타나네! 간다!’ 하는 신이 난 목소리가 가득 박스차 내부에 울려 퍼졌다.

다소 느린 속도로 달리던 박스차가 급히 우회전하여 가속하기 시작하자 주위 차들이 놀란 듯 빵빵댔다. 차의 외부 옆면에는 '우리냉장주식회사'라는 상호가 붙어 있었다. 박스차는 많은 차량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속력을 점차 내어 이리저리 빠져 나가며 앞서가는 차들을 연신 추월해 갔다.

박스차 전면에는 운전석과 주소석에 각각 오경사와 다른 수사요원이 앉아서 신명이 나는지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오경사는 차량들 사이를 급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연신 핸들을 이리저리 조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 유리 쪽에 설치해 놓은 추적기에서 조그만 불빛이 반짝이며 줄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번잡한 도로를 빠져 나와 차량 통행이 많이 줄어든 도로로 들어서자 멀리 앞서 가는 또 하나의 박스차량이 보였다. 오경사가 즉시 인터폰으로 상황을 얘기했다.

"윤경위님! 잡았습니다. 앞에 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자 인터폰에서 윤경위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 차가 확실하니까 눈치 채지 못하게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라가세요!"

"알았습니다!"

오경사의 말이 끝나자 마자 윤경위가 휴대폰을 잡고 지원요청을 했다.

"대장님! 윤경위입니다.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박스차 위치를 잡았습니다. 특공대와 수사대를 출동시켜 주십시오."

그러면서 현재의 위치와 방향 등을 설명해주자 그 순간 수사대에서 수사요원들이 여러 대의 승합차에 오르고 벼락같이 출동했다. 경찰 특공대에서도 특공대원들을 태운 경찰 트럭 여러 대가 연달아 급하게 달려 나갔다.

거리의 차량 소통이 훨씬 원활해지면서 범인의 차량이 속도를 내자 윤경위의 박스차도 뒤질 새라 속도를 내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 동안 차량들 사이로 정신없이 달려가는 범인의 추적이 계속되었다.

얼마 후 교통량이 꽤 줄어 든 거리로 들어섰다. 멀리 사거리가 나타나고 그 앞 쪽과 사거리 좌우측으로 수사대 승합차와 경찰트럭이 나타났다. 그것을 발견했는지 갑자기 범인의 차량이 우측의 좁은 골목으로 우회전하여 들어갔다. 골목길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빵빵'대며 속도를 내어 달려 갔다.

사람들이 기겁하여 길가 상점으로 피신하는 등 아수라장이 되었다.

간신히 박스차를 피했다가 일어서는 사람들이 차를 향해 욕을 퍼부어대었다. 그런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박스차는 전혀 속력을 줄일 생각도 하지 않고 좁은 길을 질주해가자 그 차량을 피하느라 여기 저기 사람들이 넘어지고 그 바람에 가게들의 물건들이 도로에 나뒹굴었다.

그것들을 그대로 깔고 뭉개면서 계속 달려가다가 작은 사거리가 나타나자 전혀 머뭇거림 없이 급히 우회전하여 들어가 버렸다. 범인의 박스차가 사라지자 마자 뒤편에서는 요원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소리 지르며 손을 내젓는 박스차가 역시 빠른 속도로 달려 왔다. 그리고 머뭇거림 없이 범인의 차가 들어간 방향으로 급하게 우회전했다. 그러자 앞쪽에 범인의 차량이 여전히 골목길을 누비고 달려가는 것이 모습이 보였다.

역시 오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길가로 급하게 피신하고 있었다. 그 때 나타난 승용차 한대가 옆으로 바싹 붙으며 정지했다.

박스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리면서 승용차의 사이드미러를 박살내고 옆부분을 긁고 지나갔다. 승용차에서 다급하게 내린 황당한 표정의 남자가 그 차를 바라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범인의 박스차는 전혀 주저함이 없이 계속 달려가다가 오른 쪽 골목으로 다시 사라졌고 그 뒤로 윤경위의 박스차가 여전히 뒤쫓아 오고 있었다.

승용차 옆을 엉거주춤 지나서 범인이 사라진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한참 멀리 앞쪽으로 큰 길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박스차가 보였다. 줄곧 내달리던 범인의 박스차는 주저 없이 골목길에서 그대로 뛰쳐나가, 달려오고 있는 차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곧바로 직진해버렸다. 요란한 급브레이크 소리를 내면서 급정거하는 차의 앞을 들이박고는 다소 주춤하였으나 건들거리면서도 다시 속도를 내어 내달렸다.

뒤이어 달려 오던 차들이 급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어쩔 수 없이 앞차를 꽝하고 받으면서 반 바퀴정도 획 돌아 그 옆차 선으로 달려오던 차와 다시 부딪치는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는 사이 범인의 박스차는 기우뚱거리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도로 바닥에 미끄러지는 타이어의 소리를 엄청나게 내면서 급하게 반대 편 차선으로 들어갔다.

그 차선에서도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달려오던 차들이 급정거하는 소리, 추돌하는 굉음, 바로 옆 차선의 차들이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 옆으로 피하다 다른 차를 들이박으며 쿵하는 소리 등등.

이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달려가고 있는 범인의 차 멀리 앞으로 많은 경찰트럭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범인의 차가 도로 옆에 급정거 하더니 범인이 배낭을 메고 뛰어 내렸고 순식간에 건물 뒤편으로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그 주변에 급정차한 차량들에서 수사대 요원들과 특공대원들이 쏟아져 내렸다.

지나던 사람들이 기겁하여 길을 비키거나 무슨 일인가 하여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골목길에 나타난 '우리 냉장'박스차는 잠시 정차해 있다가 천천히 우회전했다. 박스차 내부에서 윤경위가 대장과 통화하고 있었다.

"대장님! 그 놈이 자신의 박스차를 버린 걸 보니, 아마 지하철 내부에 숨어 들어가 거기서 조정하려고 히는 것 같습니다."

곧이어 대장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흘렀다.

"알았어! 그러면 일단 사령실로 가서 계속 추적해보도록 해! 우리는 여기서 그 놈을 최대한 추적해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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