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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연인보다 더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3회))

by 허슬똑띠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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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과의 사투

 

40. 추격

 

두 사람은 급하게 직원이 알려준 지점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은 아무도 없이 텅빈 채 불빛만이 고요함을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개찰구 및 대합실 등에는 경찰들이 곳곳에 경비를 서고 있지만 플랫트홈은 범인이 전동차에 위해를 가할 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 배치하지 않았다.

점차 멀어지는 지하철 정류장의 불빛을 뒤로 하고 희미하게 비치는 터널내의 불빛 속으로 조심스럽게 가리은과 윤경위가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터널 벽면에 이리 저리 그들의 그림자가 어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역 방향에서 왼쪽 벽면에 붙어 윤경위가 권총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고, 오른 쪽 벽면으로는 가리은이 경찰봉을 들고 전진하고 있었다. 둘 다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이어갔다.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 속에서 가리은이 윤경위를 바라보며 손으로 안 쪽을 가리키다가 입에 손가락을 대는 모습이 보였다. 범인이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비상대피시설이 거의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더욱 더 벽면에 붙어 움직였다. 이 때 철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뒤를 돌아다보는 두 사람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전동차 소리가 점점 크게 울리더니 갑자기 환하게 불빛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전진하고 있는 방향에서 터져 오는 빛이었다. 분명 폭주 전동차가 오는 것일 텐 데 방향은 윤경위 쪽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라서 그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전동차의 모습.

 

앞 유리창에는 두 사람을 보고 놀란 표정의 기관사가 보였다. 휘황한 전동차의 불빛을 손으로 가리며 무심결에 전동차를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은 '빠아앙'하는 경적음과 함께 각자 순간적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바닥에 엎드린 가리은이 윤경위가 걱정되어 그 방향을 바라봤다.

바퀴가 덜커덩 덜커덩 소리를 내지르며 철길을 빠르게 지나는 그 사이로 최대한 몸을 낮춘 다솜의 모습이 단속적으로 나타났다. 전혀 지장이 없는 모습에 안도하는 가리은.

모두 지나가자 재빨리 일어서서 전동차를 바라보는 두 사람.

 

그 때 달려가고 있는 전동차의 불빛에 반대편 철길에 검은 복장을 한 물체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둘은 급하게 뒤쫓기 시작했다. 검은 복장도 속력을 더 내어 달려가면서 약간 터널이 구부러진 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검은 복장이 보이지 않자 두 사람은 더욱 속도를 내어 달려가는데 철길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터널 중앙에 분리벽이 나타났다.

플랫홈이 가운데로 모이는 정류장의 시작지점인 것이다. 그런데 놈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둘은 손으로 신호를 하면서 뛰어 가던 방향으로 갈라져 들어갔다.

 

가리은은 자신의 방향으로 뛰어 가면서도 내심 걱정스러웠다. 범인이 윤경위를 노리고 그 방향으로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기 때문이다.

순간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윤경위가 들어간 방향으로 전동차 소리가 들렸다. 가리은은 직감적으로 그의 예감이 맞았음을 깨닫고 뒤돌아서서 속도를 더해 달려갔다. 이 때 윤경위가 들어 간 반대편 터널에서 불빛이 급속하게 밝아왔다. 가리은이 터널이 두 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거의 다다르자 반대편으로 갔던 전동차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눈부신 불빛을 쏘아대며 다가온 전동차가 빠른 속도로 그의 곁을 지나쳐 달려갔다.

 

전동차가 완전히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그 방향으로 뛰어 들어 가는데 저 멀리에 엎드렸다가 일서서는 윤경위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그녀의 뒤쪽 움푹 패인 공간 속에서 검은 복장이 뛰쳐나와 그녀에게 칼로 일격을 가했다. 가리은이 '조심해요!'라고 큰 소리로 외쳐보지만 미처 방어할 사이도 없이 윤경위가 '악'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 놈은 가리은이 뛰어 오는 것을 바라보며 쓰러진 윤경위의 권총을 낚아챘다.

쓰러진 다솜은 한 손을 철길에 그대로 드리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 가리은이 달려들려 하자 그녀를 발로 걷어찬 다음 그에게 권총을 겨누고 한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 댔다.

"아서 아서. 이거 장난감 아니야!"

 

난감한 가리은이 몇 걸음 더 가다가 제자리에 멈추자 천천히 그에게 다가 오는 검은 복장.

눈만 내놓고 얼굴까지 모조리 검은 색으로 뒤집어썼다. 트릿한 말투로 비웃듯이 말을 꺼냈다.

"대단해! 내가 조금만 방심했으면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당할 뻔 했어……."

"네가 대충 누군지를 감 잡았거든! 그래서 널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던 거야."

"네가 체포되었다는 말을 듣고 너도 별 것 아니구나 그랬지. 하지만 나를 이렇게 쫓아 온 걸 보면 허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 다만 네가 그곳에 있는 줄 알았다면 아주, 아주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런데 애들도 아니고 전동차 가지고 웬 장난질이냐?"

"내가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든 말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그럼 전봇대나 가지고 놀 것이지, 쯧쯧쯧……."

"전봇대야 내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잠시 훗훗 하는 웃음소리를 내더니 비꼬는 투로 말을 뱉었다.

"그건 그렇고 고고한 척 하지 마라! 이제는 겨우 경찰의 개인 주제에. 이젠 네 명성도 별 것 아닌 걸레가 되어버렸군. 그런데 이젠 차라리 잘되었지? 그런 허명으로 사느니 끝장을 보는 게."

그러면서 가이은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잘 가거라.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나는 이만 가봐야겠다. 내일쯤 나는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 있을 거야."

 

그 사이에 눈 치채지 못하게 온 힘을 다하여 일어선 윤경위가 뒤에서 범인을 덮쳤다. 범인이 놀라 그녀를 뒤로 내팽기려 하는 찰라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리은이 몸을 비틀어 날리며 곤봉으로 그의 다리에 일격을 가했다.

'어이쿠'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고꾸라지면서 터널 바닥에 권총을 쏘는 복면. '탕'소리가 터널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소리에 힘을 받아 튕겨 오르듯 재빨리 일어서면서 곤봉으로 권총을 쥔 팔을 내려치는 가리은. 다시 '아이쿠'하면서 권총을 떨어뜨리는 복면.

가온이 권총을 멀리 차버렸다. 윤경위는 쓰러진 채 다시 움직임이 없었다. 그녀를 곁눈으로 힐끗 바라보면서 가리은이 쓸어진 범인을 일으켜 세우려 하자 복면이 머리로 가리은의 가슴을 들이 받아다. 불의의 일격으로 가슴을 부여안고 웅크리는데 이어서 그의 주먹이 연타를 날렸다. 철길 위에 널브러지는 가리은.

 

그 순간을 이용하여 복면이 권총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트는데, 순간 몸을 날려 가리은이 그의 등을 덮쳤다. 복면이 엎어지면서 권총을 향해 손을 뻗는데 거의 닿을 듯 말듯했다. 가리은이 온 힘을 다해 그의 어깨를 잡고 끌어내면서 주먹으로 그의 등을 연달아 가격했다. 복면이 비명을 지르다가 다리로 가리은의 다리를 동여매면서 옆으로 젖혔다.

그 바람에 가리은이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다시 권총을 잡으려 앞으로 기어갔다. 그러면서 기어코 권총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 때 가리은이 범인의 다리를 붙잡고 번쩍 들어 돌리면서 철길에 패대기를 쳤다. 범인의 머리 쪽이 철길에 부딪치자 비명을 지르며 등을 돌리려 시도했다.

 

가리은이 놓치지 않고 그에 등에 올라타며 바로 그의 옆에 떨어져있던 곤봉을 잡고 권총을 잡고있는 범인의 팔을 내리쳤다.

비명을 지르며 권총을 떨어뜨리자 복면을 앞쪽으로 돌리면서 그를 잡으려는 손을 제치고 복면의 안면에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가리은이 정신을 못 차리는 그의 복면을 잡아채자 피범벅이 된 얼굴이 나타났다. 범인을 다시 뒤집어엎고 두 팔을 뒤로 하여 수갑을 채우고 권총을 집어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그런 다음 급히 윤경위에게 다가가 품에 끌어안고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겼다.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다솜의 얼굴이 매우 창백했다. 옆구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 바닥을 적시고 응고되어 있었다. 가리은은 자신의 속옷을 찢어 지혈을 시킨 다음 급하게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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