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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어정쩡한 재회의 몸살 (아찌<제7회>)

by 허슬똑띠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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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11. 커피전문점 / 낮

(Dis.)

 

유니폼을 입은 소다미가 웃으면서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다.

화면이 서서히 넓어지면, 커피전문점의 전체 공간이 나타난다.

간격이 제법 떨어져 배치된 좌석에는 거의 사람들이 차있다.

연신 사람들이 주문대로 다가가 주문을 하고 주문대에서 신호가 오면 커피 등 음료수나 음식을 받으러 가곤 한다.

일단의 사람들이 출입구로 향하자 문에 직원들과 어울려 들어서는 이반.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하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중이다.

잠시 후 자리에 앉아서 담소하는 그들.

 

고참직원1 오늘 점심 먹은 그 집 정말 괜찮던데. 우리 은행 주변에 그렇게 싸고 맛있는 집이 있는 줄 몰랐네.

직원1 (웃으며) 대리님이 자주 점심을 사주시면, 더 괜찮은데 소개시켜드릴게요.

직원2 (그 친구를 툭 치며) 야 그러다가 대리님 거덜 내려고.

 

함께 웃으며 이반이 커피 잔을 들다가 무심코 출입구 쪽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청년.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빨간 부츠를 신고 엷고 검은 재킷을 입었으며 머리는 길게 기른 20대 초반의 청년이다.

체격은 그다지 크지 않으나 매우 건장하게 보인다.

그는 머뭇거림 없이 주문대로 향하더니 한 여자 앞에 선다.

그러자 그녀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매우 반가워한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그녀는 커트 머리를 하였는데 얼굴이 상당히 예쁘고 키도 컸다.

그 청년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는 이반의 표정이 의아스럽게 변한다.

그러면서 가게의 유니폼을 입은 고등학생 여자애를 계속 주시한다.

그녀는 빨간 부츠를 잘 아는 듯 그가 아무 얘기로 하지 않는데 계산대를 두드리고 있다.

이반의 시선은 생글거리며 손을 날렵하게 움직이는 그 학생에게 고정되어 있다시피 하다.

점차 그의 표정은 무언가가 생각날 것 같으면서 생각나지 않아 답답해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반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그 청년은 한 쪽 구석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자리에 앉은 그도 여전히 소다미를 바라보고 있다.

 

함께 온 직원이 툭 치면서 나가자고 할 때 고개를 돌리고 어정쩡하게 일어서는 이반. 그러나 그 순간 그의 표정이 환하게 변한다. 그들이 나갈 때 먼저 가라고 손짓하면서 이반은 그 여학생에게로 간다. 그 여학생은 그가 다가가는 모습을 보자 웃음을 띠며 응대준비를 한다.

 

이반 아니, 뭐 좀 알아보려고. 혹시 학생 이름이 소다미 아닌가요?

소다미 (놀라는 표정) 맞는데요. 저를 어떻게 아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아까 그 청년을 바라본다. 이반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소다미를 따라 그 청년에게 얼굴을 돌렸다가 이내 소다미를 다시 바라본다.

 

이반 나도 기억해 내느라 애먹었는데 나가려 일어설 때 막 생각났어요. 서모아 기억하죠?

소다미 (약간 놀라는 표정) 알아요! (손을 마주치며) 맞아요! 그 때 오셔서 술 드시고 얼굴이 빨게 졌던 분 생각나요. 너무 오랜 만이네요.

 

소다미도 반갑다면서 활짝 웃는데 이반은 그만 그 모습에 아찔한 표정이다.

 

이반 (청년에게 살짝 고개를 돌리며) 저 분은 누굽니까?

소다미 제 친구 오빠예요. 저를 도와준다면서 가끔 오세요.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반은 다른 손님들이 다가오자 아쉬운 표정으로 '다음에 다시 올게요'라면서 손을 흔들며 그 자리를 떠난다.

소다미도 여전히 웃으며 손을 흔든다.

소다미의 친구 오빠라는 그 청년이 이반이 나가는 뒷모습을 무표정하게 물끄러미 바라본다.

 

커피전문점 출입문 외부. 그 앞에서 얘기하며 그를 기다리던 직장동료들이 별다른 말없이 다시 은행으로 향한다.

그들 뒤를 따라 가면서 이반은 연신 그 커피전문점을 뒤돌아본다.

아쉬운 표정이 역력한 이반은 걸어가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그의 눈은 아직도 소다미의 환영에 사로잡힌 듯 멍한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걸음걸이는 누가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듯 느릿느릿해지고 그의 동료들과의 거리가 자꾸 멀어진다.

그 사이를 다른 행인들이 메우고 있다. 그는 두 손을 불끈 쥔다.

 

이반(독백) 그래 느낌이 온다. 이건 보통의 인연이 아니야.

 

그러다 갑자기 이반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한다.

 

이반(독백) 소다미로 향한 이 애틋한 감정이 혹시 나의 더러운 피 때문인 것 아닐까? 보통이상의 인연이라기보다는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러니 잊어야 해!

 

이반은 어금니를 꽉 물고 고개를 설레 저으며 발걸음에 속도를 붙여 그의 동료들을 쫓아간다.

그런 그의 어깨가 축 처져 있고 눈길에는 체념이 어린다.

쫓아가느라 열기가 오른 이반이 양복 상의를 벗어 든다.

얇고 푸르스름한 색의 와이셔츠 바람으로 앞선 직원들을 바짝 다가가자 한 고참직원이 그들 뒤돌아본다.

 

직원 이반! 무슨 일 있어?

 

 

S#12. 은행외부 / 낮

 

이반 아닙니다. 별 일 없습니다.

직장선배 얼굴을 보니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겠어?

이반 네 괜찮습니다. 잠시 현기증이 났었는데 감기기운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두툼한 외투차림을 한 이반의 얼굴은 다소 홍조를 띠고 있어 열기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사방이 막혀 있는 엘리베이터의 공간에는 그와 그의 직장선배 단 둘이 타고 있다.

 

(플래시 백)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복도에서 기다리는 이반의 뒤로, 긴 머리를 얌전하게 묶고 검은 색 코트를 걸친 한 여고생이 서류 봉투를 들고 스쳐 지나고 있다.

거울처럼 빛나는 문에 잠시 그 여학생이 지나치는 모습이 비쳤다가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보던 이반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그 학생은 뒷모습을 보이면서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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