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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인간에 대한 도전인가?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6회))

by 허슬똑띠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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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태산인 꽃가루 솜털의 위력

 

43. 꽃가루 솜털의 또 다른 정체(계속)

 

"꼭 꽃가루솜털처럼 보이는데. 그런데 색깔이 왜 이리 하얀 거야?"

그 때 범인이 덜어 놓았다.

"그거 수상한 거 아닙니다. 그냥 꽃가루솜털입니다."

"어디서 났어?"

요원이 묻자 이제는 순순히 대답했다.

"한 달 전인가 친구를 만나러 P시에 갔다가 집에 와서 보니 옷에 이것들이 달라붙어 있더라고요. 향기도 좋고 보기도 괜찮고 해서 그렇게 보관해 오고 있던 겁니다."

장팀장이 캡슐을 빙빙 돌려 열고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무슨 아카시아 향기 비슷한 거 같은데?"

범인이 다시 멍청한 표정으로 히죽댔다.

"냄새 좋지요? 이것을 가지고 다니면 어떤 일에든 용기가 생기고 자신감도 강해지거든요."

장팀장이 그 캡슐을 가지고 나와 복도에 나와서 창가를 내다보고 있는 차대장에게 캡슐을 보여주었다.

차대장이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장팀장에게 건네며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것에서 뭔가가 풍기는 것 같아. 그놈이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도 이게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어. 그 놈이 용기, 자신감 어쩌고 하는 걸 보면 말이야."

"정말 희한하게 보이는 솜털입니다."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 '큰 용기는 두려움과 유사하다'라고 말이야. 그 말씀이 딱 어울려.

이번과 같은 대담한 범죄를 감행한 용기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그리고 거기에는 이 망할 놈의 이상한 것이 한몫했을 지도 모르고. 그러니 이것을 당장 국과수에 분석 의뢰해봐!"

"알겠습니다."

 

수사요원 한 사람이 장팀장에게 문서를 건네자 그것을 들고 곧바로 대장실로 향했다. 안에는 차대장이 혼자서 과장에게 보고할 문서들을 체크하면서 요점을 파악하고 있다가 장팀장이 들어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차대장이 탁자로 와서 앉자 장팀장도 동시에 탁자에 앉으면서 문서를 대장에게 내 보였다.

"국과수에서 보내온 분석결과 통지섭니다."

차대장이 기대가 배어있는 말투로 물었다.

"향정신성 의약품과 같은 종류는 아닌가 보지?"

"전에 한참 젬트린가 뭔가가 난리를 쳤던 적 있었잖습니까? 그 괴물의 후손이 다시 나타난 모양입니다."

"젬트리 후손이라구? 처음 듣는 얘긴데?"

"아직 공개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이미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는데요.

얼마 전에 거기에서도 이 솜털의 구성성분을 분석해달라는 의뢰가 있었답니다."

"그럼 이게 바로 그거란 말이야?"

 

"네 바로 그 꽃가루솜털입니다. 그 놈이 P시를 갖다 온 뒤 그게 옷에 묻어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지금 그 지역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하네요. 그러니 그놈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사람의 심리를 조정하는 성분이 있는지 여부는 모르고?"

"그것까지는 아직 모르고요. 이것의 주요인자 성질은 불임유도랍니다. 그런데 그 놈이 가지고 있던 것에는 '불임을 유도하는 인자는 사라진 것 같다' 정도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그 이상은 없는 거야?"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지하철 전동차사건 범인이 다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당혹스럽다.

그러니 그 솜털이란 것이 정신상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를 빨리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거 원! 어째 갈수록 태산인 것 같아……."

"그러게 말입니다."

장팀장이 나가자 차대장은 의자 뒤로 허리를 제키면서 분석통지서를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

비가 그치고 난 뒤 시원한 바람이 나뭇잎들을 희롱하고 있는 오후의 한가로운 시간대였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 조사실 팀장은 각종 보고서와 분석서류 등을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앞으로의 업무 방향을 수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 그 일에 빠져 있는데 조사원 한 사람이 문서를 들고 팀장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팀장님! 국과수에서 업무협조 요청이 왔는데……."

그는 보고 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뭔데?"

"요번 소동을 일으켰던 폭주 전동차 사건 범인 있잖습니까?"

여전히 상대방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으며 말했다.

"응! 그런데 그놈이 국과수와 연계되는 게 있었나?"

"범인의 소지품에서 꽃가루솜털뭉치가 나왔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조사원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범인이 그러더라는 데, 그 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냄새를 맡으면 대범해지고 어쩌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불임 말고 혹시 다른 영향도 있는지 확인이 되면 통보를 해달라는 겁니다. 자신들이 분석한 바로는 그 부분에 특별한 결과는 없었지만 혹시나 해서 요청하는 거랍니다."

팀장이 전혀 다른 중요 사안임을 직감하고 그 문서를 받아 들었다.

"알겠네. 그것도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닌 것 같군."

그러면서 그 문서를 가지고 들여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거, 일단 위원장님께 보고 드려야할 사안 같은 데?'

 

급히 소집된 비대위위원들이 도착하면서 조사원과 새로 설치된 합동수사대 수사요원들 모두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위원장이 덤덤하게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방금 조사팀장으로부터 긴급한 상황보고가 있었습니다.

불유괴수로부터 나오는 꽃가루솜털이 불임을 초래한다는 것은 이제 명백해졌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작용 외에 다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팀장이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조시팀장이 일어나서 국과수에서 보내온 협조 공문의 내용과 함께 폭주 전동차 범인의 취조과정에 나타난 의문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위원 한 사람이 폭주 전동차 사건이 생각났는지 그에 대해 다시 상기를 시켰다.

"이번 폭주 전동차 사건으로 봐서는 정말 정신병자 같은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에 대해 조사원이 부연설명을 했다.

"범인이 취조과정에서 보인 행동이, 자신의 죄과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 여부는 분명치 않답니다."

수사요원 한 사람도 보충 설명을 했다.

"하지만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진짜 멍청하게 보이기는 하더랍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좀 더 단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런 사람이 솜털을 오랜 기간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면, 의심의 여지는 있겠는데요?"

위원장이 이러한 논점에 대비한 비대위 활동 방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말을 맺었다.

"그렇습니다. 괴수의 솜털이 인간정신을 좌지우지 할 리 없다,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젠 불유괴수에 대한 위험성을 공개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정부에 보고하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위원회는 근본적으로 저 괴수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을 하루 바삐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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