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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확산되어가는 불유괴수에 대한 공포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7회))

by 허슬똑띠 2022.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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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침투해오는 불유괴수의 공격수들

 

 

44. 세상에 들어난 불유괴수

 

그 시간, 한누리 신문사의 한기자가 승용차를 몰고 급하게 나가고 있었다. 좀 전에 P종합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학교 동창생으로부터 받은 전화 때문이었다. 복잡한 도로를 이리 저리 잘도 빠져가며 나름대로 최단 시간 내에 그 병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의 진찰실로 뛰다시피 들어가 그와 인터뷰하면서 그 동안 병원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안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정신없이 그가 알려준 보건소로 달려갔다.

동창생이 전화를 해준다고 했지만 혹시나 하여 가는 길에 보건소 팀장에게 직접 전화하여 시간 약속을 잡는 한기자.

 

보건소에 들어서서 급하게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건물로 뛰어 들어 가는 한기자의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지난 봄 종합병원에서 친구인 의사와 얘기하던 바로 그 팀장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P시 주변 지역의 불임현상과 신생아 급감상황에 대한 통계자료 등을 입수했다. 그리고 난 후 P시 주변 지역의 보건소를 순회 방문하느라 하루를 다 소진했다.

 

한기자는 다음 날 새벽부터 취재 투쟁에 나섰다. 불유괴수가 날리는 솜털이 산재해 있다는 P시의 숲 현장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숲 언덕을 올라가면서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그 동안 비대위에서 철저한 제거 작업을 했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산책길을 벗어나 관목을 헤치고 숲 안쪽으로 들어 가보았다.

한참 깊숙이 들어 가다가 한기자는 제자리에 멈칫 섰다. 어찌 보면 환상적인 모습일 수도 있었다. 나무 가지에 듬성듬성 쌓인 솜털들이 한기자의 눈에는 마치 눈 삿인 정경으로 비추어지기만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연신 셔터를 눌러 대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 그 주변을 헤치고 다니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다.

돌아오는 길에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한 한기자는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일들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불유괴수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문사로 돌아왔다.

 

다음날 비대위를 들러 조사원과 함께 전일 신문사에 협조를 얻어 배정받은 스포츠 범용차를 타고 젬트리 괴물의 잔해지역인 황무지로 달려갔다. 조사원이 철조망이 쳐진 한 구석에 만들어진 출입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사원의 지시에 따라 차량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먼지를 일으키며 속도를 내어 괴수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불유괴수를 발견하고 그 부근에 차를 세우는데 뒤따라 날아든 회색 먼지들이 몰려와 차량을 뒤덮었다. 먼지가 갈아 앉기를 기다려 한기자와 조사원은 특수 방진마스크를 쓰고 차에서 내렸다. 한기자는 괴물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면서 세밀히 관찰하다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다음 날 아침, 가판대 위의 한누리신문 전면 톱기사가 눈길을 끌고 있었다.

'식물의 도전! 인간을 멸종시키기 위한 비밀 작전인가?'

'불유괴수가 날려 보내는 꽃가루솜털에는 불임인자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조사로 밝혀졌다.'

'젬트리괴물이 나타났다가 퇴치된 후 황무지로 남아 있는 곳 인근지역의 참담한 실상'

'P시를 비롯한 4개시 5개 군을 조사한 결과 지난 6개월 신생아 출산 격감'

'정부와 비상대책위원회서는 솜털처럼 생긴 것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 하고 절대로 소지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기사와 함께 불유괴수 나무의 모습과 그 괴수에서 발생한 꽃가루 솜털의 상세한 천연색 사진들이 신문을 수놓고 있었다. 이미 집 안에서 기사를 본 사람들은 출근 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기사 내용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나누기 바빴다. 버스 정류장 옆이나 지하철의 간이판매점 가판대의 신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누리신문의 발표를 필두로 모든 언론에서는 수일간 이 내용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전자제품 판매점의 TV모니터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나, 대형빌딩의 전광판에서 비치는 뉴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이나, 병원의 대기실에서 대형 TV앞에 앉거나 주변에 서서 TV모니터 뉴스를 보고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뿐이었다.

 

불유괴수가 전국을 온통 시끄럽게 만드는 와중에 저출산 대책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저출산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불유괴수의 등장'

'신속한 괴수의 퇴치가 무엇보다도 최우선의 과제이지만 차제에 저출산대책이 확고하게 실행이 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불유괴수의 출현 때문에 온 국민이 들끓고 연일 이에 대한 매스컴의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변국에서도 남의 일 같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연일 이 문제에 대한 기사가 각종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었다.

가리은도 매스컴의 기사를 접하면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어찌 보면 그에게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파장을 그저 순간적인 불쾌한 감각으로만 치부할 정도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어느 시인의 시구에서처럼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그에게 구원을 요청하며 마구 흔들리는 손짓이기도 했다.

긴 시간이 흐른 뒤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한편 엠그룹 고문실에서는 각종 신문들이 고문 책상 위에 쌓여 있는 가운데 TV뉴스를 보고 있는 조정균회장과 조용희고문의 표정은 굳어져 있다. 뉴스에서는 앵커가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불유괴수 주변의 모든 숲은 통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는 주위에 이상한 솜털 같은 것이 붙어 있으면 즉각 신고하도록 당부였습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아직까지 확실한 분석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불임을 유발하는 성분 외에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성질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솜털을 소지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솜털을 발견했을 때는 대책위원회에 신고하거나 무조건 유리병에 투입하여 인근 경찰서나 보건소에 가져가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조정균회장이 TV를 끄면서 조용희고문을 바라보자 그녀는 일어서면서 조용히 한 마디 했다.

“일단은 어떤 식으로 사태가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나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자고.”

이 말과 함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가는 조용희를 조정균이 뒤따랐다.

 

이런 소란에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불유괴수의 공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계속되고 이어지고 있었다. 그 예로서 P시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한 도시의 상황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공원의 나무들, 길거리의 가로수, 아파트단지 정원의 나무들 그리고 개인주택 정원 나무들의 가지에는 곳곳에 보일 듯 말 듯 들러붙어 있는 하얀 솜털뭉치들이 산들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 거의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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