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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유괴수를 조정하는 것은 인공지능?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8회))

by 허슬똑띠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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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불유괴수와의 싸움

 

45. 솜털 방재 작업

매스컴에 불유괴수에 대한 보도가 나간 뒤로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피기 시작했다. 그 동안 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면서 들어나지 않게 대응해왔으나 이제는 모든 국민들의 협조를 받아야 할 상황임을 파악한 것이다.

방독면을 쓴 방재원들이 솜털이 무수히 붙어 있는 가지를 자르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뜨였다. 한편에서는 이 가지들을 모아 트랙터에 실고 두꺼운 천으로 덮은 다음 숲길을 내려갔다. 길가에 대기하고 있는 대형 트럭들에 모두 옮기고 나서 천으로 단단히 밀봉한 후 거대한 소각장으로 옮겨져 즉각 안으로 집어 던져졌다. 나뭇가지들은 시뻘건 물길에 닿는 순간 화염에 휩싸이면서 순식간에 재가 되어 버렸다.

이와 함께 각 공항과 항구에서는 솜털 검역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우선적으로 P시와 가까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그리고 군사 비행장이 그 대상이었다.

줄지어 도열해 있는 많은 항공기들 내외부에 대한 조사 및 검역이 끝나야만 운항허가가 나왔다. 이는 외국 항공기라고 해서 예외가 없었다. 이런 절차로 인해 공항은 전에 없이 혼잡스럽기만 했다.

인천항을 비롯한 서해의 모든 항구에 대한 조사와 검역도 동시에 이루어 지면서 출항에 차질을 빚어 불만이 늘어가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게 닥칠 화근임을 이해하면서 모두들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와 병행하여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주체가 되어 대외적인 협조업무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현재까지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북한에서는 유사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당국자들의 근심을 일부 덜기도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의 협조를 통해 현 우리의 실상을 통지하고 공식적인 협조요청을 보내도록 조치하였다.

또한 지상에 낙하하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진 솜털을 수거하는 작업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많은 배들이 여기 저기 떠있고 배들과 배들 사이에는 그물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 중 제법 큰배 한척에는 비닐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끌어 올려진 그물을 펼쳐가며 군데군데 보이는 하얀 솜털들을 집게로 떼어내어 옆에 있는 유리병에 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고기잡이 그물과 다르게 매우 촘촘하게 짜여있었다. 그 사람들이 작업을 하면서 서로 떠들어 댔다.

'아니 그런데 뭐 이런 게 다 있어? 물기가 전혀 스며들지 않고 말짱해!'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 모양 그대로야, 참내.'

노을이 서서히 수평선을 물들이고 있는 늦은 오후.

노을에 물들어 가는 한 작은 항구에 솜털 수거 작업을 하고 난후의 배 한 척이 도착하고 있었다. 항구에 정박하자마자 방재요원들이 바다에서 수거한 솜털들을 담은 유리병을 들고 내렸다. 그런데 그들이 타고 온 배의 옆에는 솜털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때 바다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자 순식간에 둥실 떠서 항구 안쪽으로 날아갔다. 항구 방재사무소로 몰려가고 있던 요원들 중 한 사람이 자신의 곁으로 뭔가 날려가는 것을 무심코 보다가 이상한 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많은 솜털들이 도심방향으로 날려가는 것을 본 요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저것 좀 봐'라고 큰 소리로 외쳐댔다. 그리고는 바다방향을 바라보았다.

뱃전에서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솜털을 확인한 요원은 급하게 사무소로 달려갔다. 사무소에는 몇 사람이 작업하고 있는데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오는 요원을 바라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더구나 수고한다는 말을 하려는 사무소 직원이 허둥지둥 전화통을 붙잡는 그 사람을 바라보며 표정이 멍해졌다. 그 사람은 전화통화가 연결이 되자마자 속사포처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위원회 조사실이죠? 방금 바다에서 솜털을 수거하고 도착했는데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날아다니는 솜털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요. 그리고 빨리 이에 대한 대응책을 시행해야 될 것 같아서요."

상대방 쪽에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는 듯했다.

"이놈의 솜털은 바다에 빠져도 물에 젖지 않아요. 그러니 지나가는 뱃전에 붙기만 하면, 바람이 불 때 다시 떠서 날아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배는 항구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솜털들이 뱃전에 붙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제거하고 항구에 들어오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강물이나 연못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바위나 나무 등에 닿으면 붙어 있다가 바람이 불 때 다시 날아갈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전화에서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그러자 탄력을 받은 요원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 즉시 방재청과 협조하여 모든 배의 뱃전을 조사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강가나 연못 주변도 철저히 수색해야 할 거구요."

그의 말이 끝나자 '정말 중요한 발견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기었다.

한편으로는 비대위 합동수사대가 괴수 부근에서 혹시나 있을 불순분자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경계를 서면서 그 모양새를 관찰한 결과 이 괴수가 얼마나 영악스러운 지가 밝혀졌다.

수사대 요원들이 어둠 속의 황무지 위에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을 때 이런 기후를 이용하여 괴수로부터 그 성질을 분석해 낼 수 있는 재료 채집을 할 수도 있다는 판단아래 주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부는 괴수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는데 괴수는 빗줄기를 흠뻑 맞으며 비바람에도 거의 흔들리지 않고 음침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고 한다.

빗줄기 속에서 가끔 표면의 미늘 같은 것으로부터 번득이는 빛이 보이는데 마치 어둠 속 늑대들의 눈빛과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평소 같으면 온 몸이 돋아나는 솜털로 뒤덮였을 텐데 꽃가루솜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빗줄기 속에서는 공중부양이 어렵다는 것조차 알고 괴수가 솜털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밖에 받아드릴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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