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소녀에게 향하는 길목에 나타난 훼방꾼 (아찌<제9>)

by 허슬똑띠 2022. 8. 14.
반응형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14. 은행 / 저녁 (계속)

다시 건물 내부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이반. 이반은 그 엔진소리가 자신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 귀를 막으며 출발하는 오토바이를 지켜본다.

(이반의 시선) 큰 길로 들어서자 정체되어 있는 차량 사이로 빠져나가며 멀어져 가는 오토바이.

이를 바라보다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자 고개를 떨구며 유리창에 두 손 바닥을 대는 이반. 맥이 쭉 빠져 허탈감이 넘치는 뒷모습.

(플래시 백)

S#11에서의 유니폼 입은 소다미와 바로 그곳에서 보았던 긴 머리의 대학생. 그의 빨간 부츠와 검은 자켓.

머리를 유리창에 부딪치면서 신음하듯 중얼거린다.

이반 (독백) 휴! 저놈의 빨장이 아직도 살아 있나?

(F.O)

S#15. 회의실 내부 /오후

(F.I)

그리 넓지 않은 회의실의 길다란 장방형 탁자에는 열댓 명의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탁자 앞 편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프로젝트에서 나온 불빛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스크린 옆 쪽에서 이반이 레이저 지시봉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그림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고 있다. 스크린 위를 왔다 갔다 하는 작은 빨간 점.

스크린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설명과 지난 몇 년간의 국내 주택대출규모 추이 및 부동산 가격 추세 등이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반 우리나라도 주택대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부동산가격은 꾸준히 하락할 것이기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강남 불패신화도 깨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서 주식시장의 규모와 지난해부터의 상승 및 하강 곡선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반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역시 비관적인 것과 중립적인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누구는 대폭락사태까지 예견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국내외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가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폭락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정세 내지는 상승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시간 경과)

대부분의 직원들이 나가고 난 뒤의 회의실에서 이반의 상사와 선배들이 환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과장 아 저 이반이라는 친구 참 순발력 있더라고.

대리 그래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가려운 데를 살살 긁어주는 지... 대단한 녀석입니다.

과장 그리고 보고서를 보면 황당하달 정도의 이야기도 있는데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더라고. 실제 몇 달 지나보면 대강 들어맞는 데, 참 신통해. 예측이 좀 빗나간 게 아니냐 싶은 것들도 더 지나보면 대강은 맞아 떨어질 수도 있겠어.

S#16. 이반의 방 / 밤

유리창에 빗줄기가 부딪치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

유리창에는 방 내부의 모습이 어리고 있고 밖을 내다보는 이반의 모습도 비친다.

그와 함께 흘러내리는 빗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불빛들이 별빛처럼 빛나고 있다.

이반의 고민스러운 얼굴 위에 오버랩 되어 나타나는 소다미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란 이반이 그녀의 모습을 잡을 것처럼 창문을 연다.

들이치는 비바람으로 인해 옆으로 제쳐놓은 놓은 커튼이 휘날리며 그의 몸을 휘감는다.

(교차 화면)창 밖으로 내민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

빗줄기를 맞는 순간 친구 소개로 만나던 여인의 부모에게 인사 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얼굴이 일그러진다.

(플래시 백)

(몽타주)

조용한 카페에서 이반이 같은 나이 또래의 여성과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다소 통통하고 덩치가 이반만한 여인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두 사람. 퇴근시간이라 무척 혼잡하다.

유리창에 비친 그녀를 바라보는 이반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서린다.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오자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둘은 각자 준비해온 우산을 쓰고 빗줄기와 어둠을 뚫고 골목길로 들어선다.

우산을 썼지만 들이치는 바람에 두 사람은 거의 다 젖는다.

(Dis.)

비바람이 들이치는 대로 이리저리 심하게 흔들거리는 우산을 다잡으면서 혼자서 길을 되돌아오는 이반.

우산을 바짝 얼굴에 들이대고 있는 그에게서 낮게 신음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우산이 바람에 휩쓸리면서 간간이 보이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 범벅이 된 그의 얼굴에는 때때로 불쾌한 기분이 폭발하듯 일렁인다.

그 화면 위로 들리는 그녀 아버지의 목소리.

(소리) 아버님이 안 계신다고?

다시 빗줄기 속의 이반의 얼굴. 빗줄기가 그의 얼굴을 타고 흐른다.

얼굴을 빼며 창문을 닫는다. 유리에 비가 들이쳐 흐르면서 그이 모습이 흐려지는 가운데 창문을 가리는 커튼.

이반의 방안.

머리부터 흘러내리는 빗물이 얼굴로 타고 흘러내리다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다. 그 상태로 방안에서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양손을 꼭 쥐며 각오에 찬 표정을 짓는다.

이반 (독백) 소다미는 달라. 망설일 필요가 없지.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문제가 안돼!

이때 밖에서 들리는 소리.

이화 (소리) 내 아들 이반!

그 소리에 이반은 불을 끄고 그대로 침대에 눕는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

이화 (소리) 내 아들 이반! 자니?

(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

이반 (소리) 네! 아직 안 주무셨어요?

이화 (소리) 응! 비바람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혹시 어디 창문이 열렸나 싶어서 그런다.

이반 (소리) 아까 다 닫았으니 걱정 마시고 주무세요.

이화 (소리) 알았다.

(소리) (멀어져 가는 발걸음 소리)

이반 (독백) 어차피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고 더구나 그 후손들이 번창하여 잘 살고 있지 않나 말이야?

나는 그러한 족속들의 현대판 잔상이니 나의 존재의 이유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나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합리화가 되는 건데 겁낼 거 없잖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