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17. 사무실 내부 / 오후
이반의 사무실.
많은 직원들이 앉아서 일에 열중하고 있다.
한 편에서는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서류를 보며 직원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수시로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프린터에서는 자료가 출력되는 소리가 들린다.(E)
자리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거나 아래 직원과 얘기하고 있던 대리와 과장 등 책임자들이 한 두 사람씩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방으로 향한다.
서서히 클로즈업 되는 방의 입구에는 부장실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부장실 내부.
회의 탁자에 앉아서 이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부장의 다소 근엄한 표정.
모두들 자리에 앉자 직원 한 사람이 그들 앞에 자료를 배포한다.
(시간 경과)
한 동안 책임자들과 의견을 나누던 부장이 보고서의 한 부분을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부장 (칭찬) 분석한 내용이 간략하면서도 의미가 와 닿게 잘 작성하였군. 이거 누가 작성한 거야?
직원1 (미소) 이반계장이 작성한 겁니다.
그러자 부장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부장실 옆을 지나던 소다미가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살짝 웃음을 띠고 자기 자리로 와서 앉는다.
소다미가 자료를 들여다보던 중 회의를 끝낸 직원들이 각자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녀가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기 시작하여 채 1분도 지나기도 전에 책상 위에 올려있던 휴대폰이 진동한다. 그녀가 휴대폰을 집어 들자 휴대폰 창이 클로즈업 되고 화면에 가득 차는 메시지 글.
'오늘 한잔하자. 전철역 앞에서 기다릴게. 이반'
휴대폰 문자가 사라지고 소다미가 들고 있는 휴대폰이 화면에 거울처럼 그녀의 얼굴이 어린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소다미.
화면이 다시 원위치 되면, 휴대폰을 책상 위에 살며시 놓으면서 입을 실룩거리는 소다미.
그리고는 메모지 위에 '한잔', '전철역' 두 글자를 쓰고 또 쓴다.
S#18. 카페 / 밤
다소 북적대는 카페 내부는 젊은 남녀들이 대화를 하느라고 매우 떠들썩하다. 중앙에 걸쳐 있는 대형 TV에서는 온갖 멋을 낸 여자애들 여러 명이 율동에 맞추어 노래하고 있다.
그 카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마주 앉아 있는 이반과 소다미. 탁자에는 안주와 반쯤 찬 생맥주 잔이 놓여 있다.
소다미 사전 예고 없이 이렇게 무턱대고 제의를 해오시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항의조로 말하는 소다미를 바라보며 그저 웃기만 하는 이반.
소다미 아이 그렇게 웃기만 하면 어케요?
이반 나는 소다미의 모든 것이 다 좋아서 그래!
소다미 어머? 무슨 대답이 그래요? 그건 그렇고 참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밖에서도 사무실에서처럼 이계장님이라고 부르기는 좀 그러네.
음~~ 맞아 마치 아저씨 같으니 줄여서 아찌라고 하면 어때요?
이반 내가 아저씨라고?
소다미 당연히 그렇죠. 띠 동갑인데. 생각해보세요. 아찌가 대학생일 때 난 겨우 초등학생이었단 말이에요.
이반 뭐 그 정도 차이 가지고. 그래 알았어! 쏘냐가 원하는 대로 해.
소다미 쏘냐가 누구예요?
이반 누구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쏘냐지.
소다미 웬 쏘냐?
이반 소다미를 뒤집어 부르면 다미소가 되고 이름인 다미를 빼고 성만 부르면 소잖아.
그런데 당신이 소냐? 하고 말하면 좀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강하게 발음하면 바로 쏘냐가 되지 않겠어?
소다미 순 엉터리네요. 그래도 좋아요. 아찌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쫄따구가 뭔 힘이 있나요~~~
이반 쫄따구이긴? 거꾸로 일수도 있는데. 이제부터 우리 사이에는 쏘냐가 말하면 그것이 바로 법이라고.
소다미 어머 그 거짓말 정말이에요?
장난기 섞인 소다미의 말에 이반은 역시 웃기만 한다.
소다미는 그런 그를 빤히 보며 재미있다는 듯 생글거리며 묻는다.
소다미 아찌는 이름이 왜 이반이예요?
이반 반하고 반하면 도로 원위치 하잖아. 즉 두 번의 부정은 긍정이 되는 거지. 꼭 정반합 논리처럼 말이야. 그런데 이건 그냥 긍정하는 것 보다 훨씬 강한 긍정이 되지 않겠어?
소다미 에이 말도 안돼~~~~.
이반 실은 어머니가 황제의 꿈을 꾸고 나서 며칠 후 나를 낳았다 그러더라고. 그래서 러시아 황제 이반 대제를 생각하고는 그렇게 지으셨다는 거야. 그러니 나도 할 말 없지.
소다미 러시아 황제 이반 대제는 누구예요?
이반 응, 16세기 초에는 러시아가 쬐그만 했거든. 그 조그마한 러시아를 지금처럼 커질 수 있도록 기틀을 잡은 사람. 짜르는 러시아 말로 황제라고 한대.
소다미 그럼 나는 짜르님을 알현하고 있는 거네?
그러면서 소다미는 깔깔대고 웃는다. 그런 소다미를 바라보는 이반의 얼굴에도 푸근한 미소가 가득하다.
이반 나는 쏘냐가 우리 사무실로 배치 받기 전, 언젠가 은행에 응시하러 왔을 때도 보았어. 순간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 때 이미 나는 숙명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어. 더구나 빨리 이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쏘냐를 내 가까이 보내주셨고.
소다미 에이 그건 그저 아찌 혼자만의 생각이지요. 저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요? 그리고 아직도 어린 애에 불과할 뿐인데다가, 사실 저는 제 친구 오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반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어. 나와 쏘냐를 연결하는 우주의 신의 힘을 나는 믿으니까.
소다미 싫어요, 자꾸 그런 말 하면. 아 그런데 정말! 아찌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데요. 상당히 순발력 있고, 눈치도 있고, 음~~그리고 남의 생각을 잘 알고, 그에 알맞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여러 분이 자주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런걸 보면 아찌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반 하하! 대단한 게 아니고, 이건 쏘냐한테만 비밀인데~~ 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개략적으로 그의 성격을 짚어내는 능력이 있어~~
이와 같은 능력을 이용하여 상사나 선배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가 있지. 그래서 상황에 맞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야.
소다미 아니 그러면 독심술이 있다는 거예요? 앞으로는 나도 아찌 앞에서 조심해야겠네.
그러면서 다시 깔깔대고 웃는 소다미. 그 웃는 모습을 꿈꾸듯 바라보는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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