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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불유괴수 출현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39회))

by 허슬똑띠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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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보낸 메일

 

6. 수 싸움

 

연구소 소장실의 직통전화가 울렸다. 통상 그에게 오는 전화는 소장실 문 앞에 있는 비서를 통하여 연결되는데 이것은 그 번호만 아는 사람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는 순간 박병흔 소장의 표정에 긴장감이 돌았다.

"네! 박병흔입니다."

"회장입니다. 지금 빨리 좀 와주셔야겠습니다. 고문님께서 논의하실 일이 있으시다니 까요."

"네!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은 그는 인터폰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준비하도록 비서에게 지시했다.

 

정확히 한 시간 후 엠그룹의 고문실에는 조용희고문을 중심으로 우측에 조정균회장 그리고 좌측에 박병흔 소장이 앉아있었다. 비서가 소파의 탁자에 차를 내려놓고 뒷걸음으로 물러서 방을 나가자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여러 곳에 가동 중인 정보원을 통해 정부나 비상대책위원회 등에서 입수한 정보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말썽은 젬트리 여파라는 것이 공식적인 견해입니다."

조용희 고문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별다른 통보는 없었지?"

"네. 그러나 각종 매스컴에서도 떠들어대기 시작했으니 혹시 우리에게 어떤 화살이 날아올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사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고문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박소장을 바라보며 지시했다.

"모든 자료를 신속히 점검해 보세요. 음, 향후에도 필요할 만한 것은 잘 챙겨 놓고. 젬트리와 관련된 자료 중에서 문제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모두 폐기하세요."

소장이 망설임 없이 즉시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당장 시행에 들어가겠습니다."

 

같은 시간에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실에 위원들과 조사원들 그리고 합동수사대 요원들이 합석해 있었다. 위원장이 다소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일차 개발한 백신이 별다른 효과가 없어 과학연구소와 민간 연구소 2~3곳에 다시 의뢰하였습니다. 급한 대로 치료와 예방에 전력을 다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괴수를 안전하게 파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좋은 방법이 있으시면 제시하시지요."

 

위원 한 사람이 주저함이 없이 말을 꺼냈다.

"제 생각에는 불임괴수의 원조가 젬트리라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위원이 즉각 동의 발언을 했다.

"맞습니다. 젬트리 개발과 관련한 자료를 확인해 가면서 단서를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러자 모든 위원들이 찬성했다. 위원장이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즉각 합동수사대를 엠그룹에 보내 그 자료들을 가져 오도록 하겠습니다."

합동수사대장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지금 사태를 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 혹시 관련 자료의 폐기나 은폐기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신속히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는 중입니다."

위원장은 처음으로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잘하셨습니다."

 

어둠이 내리기 직전의 엠그룹의 연구소에는 승용차를 선두로 승합차와 트럭들이 급하게 몰려들어 중앙 건물 앞에 정차했다. 수사요원들이 차에서 급하게 내리자마자 건물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연구소 내부로 들어간 요원들 중 한 명이 직원에게 영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요원들이 신속하게 연구소 내의 모든 시설과 자료보관실에 붉은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작업자들이 들어와 자료를 박스에 담고는 밖으로 계속 가지고 나갔다.

그 때 승고급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면서 급히 차에서 내린 박소장이 그 광경을 보면서 아연실색했다. 고문실을 나오면서 관련 부문의 본부장에게 지시를 내린 다음 오후의 주요 계약 건으로 모 기관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의 뒤로 대형 트럭들이 연구소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는 한 동안 얼이 빠진 채 계속 압수작업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발 늦은 것이다.

 

47. 유령 이메일

창문의 불빛이 거의 꺼져있는 아파트의 어둑한 주차장으로 전조등이 비치며 승용차 한대가 들어 왔다.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는 주차장 한 구석에 차가 주차된 후 전조등 불빛이 꺼졌다. 누군가 차에서 내려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사람은 바로 한기자였다. 그가 들어오며 현관 입구등불이 켜지는 순간 그의 휴대폰에서 1시를 알리는 소리가 났다. 안방에서 잠자다 깬 부인이 나오자 손짓으로 들어가라고 하면서 곧장 그의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로 들어간 그는 책상 위의 피시를 켜고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양복을 걸어 놓은 다음 옷을 소파 위에 벗어 던지고 속옷 차림으로 목욕탕으로 향했다. 잠시 후 속옷 바람에 한 손으로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한 손에는 음료수 병을 들고 다시 서재로 한기자가 들어 왔다.

 

자리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컴퓨터 모니터를 살펴보던 그는 음료수 병을 어정쩡하게 들고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잠시 멍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여전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모니터에 얼굴을 바짝 대고 모니터의 발신자 이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발송자의 이름을 재차 확인한 그는 다시 아찔한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네. 이 메일은 분명 발신자가 사이먼 우드뱅크, 바로 유라온박사 아닌가? '

 

네 시간 전 비대위 합동 수사대 조사실에는 '엠그룹 연구소'라고 휘갈겨 쓰여진 포장 박스가 연이어 도착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조사실 내부 벽면 여러 곳에 배치된 다음 자료 조사를 위하여 조사원들에게 일일이 배정되었었다.

그 작업이 끝나자마자 조사원들이 각자 자신의 책상 옆으로 하나씩 박스를 가져와서 자료들을 꺼내어 문서들을 확인해보거나 전자저장 자료들을 컴퓨터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많은 조사관 및 수사관들이 남아 이들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다.

 

한기자가 다시 정좌를 하고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조작하고 자판기를 두들기면서 이것저것 둘러보았다. 손을 떼어 턱을 받치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메일 발송시간이 오후 10시였다. 그렇다면 1년 전에 행방불명 됐다는 유박사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간접 증명인 셈이었다. 그는 그러면 지금껏 어디에 있다가 지금 메일을 보낸 걸까?

한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지금 시점에 메일이 자동 발송되도록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럴 가능여부는 전문가에게 확인해 보면 알 것이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에 집중했다. 거기에는 라온의 처절한 사연이 영상처럼 흐르면서 마치 라온이 직접 얘기하는 것처럼 한기자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이 메일이 한기자님에게 도달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보냅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그의 인생역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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