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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근친상간이 일어나는 원인은 유전자적 흔적 때문일까? (아찌<제18회>)

by 허슬똑띠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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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36. 교수연구실 / 

대학교 교수 연구실.

한가람이 그의 친구인 유라온의 연구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가람 누군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시원스럽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한 것도 없어.

유라온 허허! 천하의 한가람도 그런 고민을 다할 때가 있는가?

한가람 언뜻 옛날 생각이 나데~~ 사실 나는 그 동안 신문기사로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네. 그것 가지고 신문기자로서의 자격을 논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야.

유라온 자네도 참 대단하네. 그런데 자네의 성격으로 보아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그건 그렇고 어떤 사연인지 들어나 보자고.

한가람 거의 30년이 지났고 만. 나도 한참 때라 그랬는지 하여튼 참 묘하게 끌려드는 바람에 인연을 맺은 건데...... (잠시 회상에 잠기듯)

남편을 죽인 한 부인이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고 있었는데, 그 부인을 보는 순간 어떤 강렬한 느낌이 오더라고. 담당형사한테 사건의 전말은 대강 들었지만 뭔가 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어. 그래서 그 여인의 집에 까지 가서 현장을 직접 확인했는데 나의 느낌이 맞았다는 걸 확신했지.

유라온 보통 필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래서 자네의 특이한 육감이 결국 일을 벌렸고?

한가람 (입가에 실 같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 그럼 셈인 것 같아. 그래 데스크에는 내 느낌을 반영해서 기사 원고를 제출했지 뭐.

'정신병을 앓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칼을 들고 자기의 딸에게 대드는 바람에 그를 말리는 과정에서 남편을 살해하게 되었다'라고.

그런데 오히려 특종이 되어 버린 거야. 다른 신문에서는 사건 전말에 대해 확실한 내용을 내지 못했으니.(웃음)유라온 (같이 웃으며) 육감에 의한 소설이 히트를 친 셈 이고만. 그러나 자네가 그 정도 이야기 가지고 비밀이라고 하진 않을 것 같은데……

한가람 (끄덕) 자네도, 남 말 속의 진의를 캐치하는 감이 빠른 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아. 그래, 그 사건은 이후에 전개될 한 인간의 불행을 예고하는 전초전이었지.

유라온 (흥미로운 듯) 흐음. 여기서부터는 전혀 감이 안 오는데?

한가람 근친상간으로 태어나서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젊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야. 내가 기자 신분이지만 모든 허물을 덮어주었기 때문에 지금껏 아무런 얘기가 없었던 거지.

유라온 근친상간이라? 이것은 아주 원초적인 얘기인데, 성경의 아담과 이브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지.

아담은 자신의 갈빗대에서 만들어진 이브와 한 쌍이 되었는데 이는 자신의 딸과 결혼하였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런데 어떤 상황이 벌어진 건가?

한가람 딸이 아버지의 아이를 낳았어. 그러니 그 아이의 촌수는 아주 복잡 미묘하게 되었지. 그 부인이 남편을 죽인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지.

유라온 그러한 사실을 그 친구 자신이 알고 있나?

한가람 사실, 그것 때문에 그 친구 할머니는 남편을 죽이고 나서도 왜 죽였는지 일절 입에서 꺼내지 않았더랬어.

참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딸, 그러니 이 친구 엄마이지. 애 엄마 역시 어느 누구에게도 입 벙긋하지 않았지. 그래서 그 애의 인생은 별 탈 없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네만~~~

유라온 왜?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한가람 이 녀석이 제 엄마 일기를 보고 알아내 버렸지 뭔가. 그래서 자살 기도까지 했지. 그 뒤 내가 세뇌교육을 시켜 마음을 다잡아 놓아서 지금은 많이 진정되었지만~~~

유라온 그나마 다행이구만. 이제는 많이 단련이 되어서 자기가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면서 나갈 수 있는 나이 아닌가?

한가람 (한숨) 그렇기는 하지만 마치 폭탄과 같지 뭐.

유라온 흠~~ 그 경우처럼 근친상간의 피해자는 거의 대부분 딸이 더라고.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거기에서 생겨난 생명들이란 말이야.

한가람 그래 맞아, 이 친구가 바로 그런 경우이지.

유라온 이런 근친상간은 심리적인 측면에서나 정신발달 상태에서 볼 때 아주 원시적인 행태를 띠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어.

한가람 근대에 들어와서 도덕적으로 터부시 되었고......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문화권에서이든 1촌간의 상간은 없어졌지. 심지어 동물의 세계에서도 그런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어디서 들은 얘긴데, 말의 경우 어미가 자기가 낳은 새끼를 알고 있는 경우 절대 교미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유라온 맞아. 이것은 우리 인류의 영원한 금기가 되어야 해.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욱더 1촌간의 근친상간이 사람들에게 쇼킹하게 받아들여지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독특한 행태의 심리적 측면이라고 말한 거야.

한가람 나는 다른 관점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주 오래 전부터 수천 년간 이어진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자손들이 얼마나 많았겠어.

그러다 보니 이들의 핏속에 남아있는 이러한 유전자적 흔적 때문에 아직도 종종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하고 말이야.

유라온 타당성이 있는 얘기이네. 자네 말마따나 원초적 친부상간이나 친모상간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할 때부터 인간의 피 속에 내려왔다고 할 수 있지. 다만 그 당시는 인간종족의 번성이 필요한 시기였으니까 하나님께서 묵인하셨다고 생각돼.

그러나 그 이후 성경에서는 근친상간을 강력 금하고 있지.

한가람 그런 가르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 한편으로는, 인간 스스로가 이성적으로 성숙해지면서 근친혼을 금하는 현재 사회의 기틀을 이루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장구한 세월에 걸쳐 내려온 흔적을 100% 말끔하게 없앨 수도 없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자연히 그 흔적이 잔상을 남기는 거고.

유라온 문제라면 그게 문제겠지.

한가람 또 한 가지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이세들에게 출생의 비밀을 지켜주면 아무 탈 없이 자라련만 그게 또 쉽지 않은 것 같아. 워낙 그런 걸 밝히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야.

유라온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켜지는 비밀이 어디 있겠어? 대부분 전혀 엉뚱한 데서 터지더라니까!

한가람 맞아! 이 친구의 경우도,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이 아이를 위해 할머니가 비밀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허사가 된 거지.

그 뒤로 이 친구는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게 되어 버린 거야.

유라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고 비이성적인 것 에 대한 억제력으로 무장하는데 간간히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 들이 문제란 말이야.

한가람 예외 없는 것은 없다고는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폐해를 과연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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