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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어째든 그런 건 싫어요. 싫은 건 정말 싫은 거예요. (아찌<제23회>)

by 허슬똑띠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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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49. 공원 주변 / 새벽

 

아직도 어둠에 싸인 공원 부근.

연신 파랗고 빨간 불빛을 휘돌려 보내는 경찰 순찰차의 경광등이 멀리서 보이더니 서서히 공원 쪽으로 다가온다.

화면에 가깝게 다가오다가 공원 부근에 세워져 있는 고급 스포츠카를 발견하고는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춘다.

정복 경찰 두 사람이 내려서 조심스럽게 차로 접근한다.

차에 다가가서 내부를 살펴보나 썬팅이 강하게 되어 있고 유리에 습기가 차 뿌옇기 때문에 옆 창으로는 분간할 수 없다.

경관 한 사람이 정면으로 가서 확인한다. 그곳도 마찬가지로 습기가 차있으나 후레쉬를 비쳐보며 자세히 살펴본다.

이리저리 살피던 그의 눈에 긴장의 빛이 서린다.

그의 눈으로 보이는, 뒷좌석에 누어있는 남자의 모습. 움직임이 없다.

차 뒷문 양편에 한 사람씩 위치를 잡고 차문을 열어 본다.

다행히 문이 잠겨 있지 않다. 누어있는 남자를 흔들어 보나 응답이 없다.

무전기로 긴급 연락하는 경찰관.

 

(Cut to)

병원 응급실 내부.

산소마스크를 쓰고 링거를 팔에 꽂은 빨장의 모습.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빨장 그냥 술 먹고 잠든 건데 왜 그러죠?

간호사 밀폐된 좁은 차 안에서 있다 보면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할 수가 있어요. 다행히 경찰관님이 일찍 발견해서 살아난 겁니다.

빨장 (혼잣말) 허 내참, 이거 원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바로 그 꼴인가.

 

 

S#50. 은행 앞 / 늦은 저녁

 

어둠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은행 앞.

소다미가 건물 출입문을 나서는데, 모습이 매우 익은 사람이 앞을 가로 막는다. 그를 바로 보니 빨장이다.

그 시간 건물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소다미는 그의 팔을 잡아끌면서 빠른 걸음으로 건물에서 멀어져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보도로 향한다.

 

소다미 (의아해 하며) 아까는 병원이라고 하더니 벌써 퇴원했어요?

오토바이는요?

빨장 (표정 없이) 오토바이는 며칠 전 사고 나서 수리 중이야.

네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잠시 기절했었을 뿐이야. 나도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그리 강하지 않은가 보더라.

이번 일로 나 스스로 자신에 대해 실망했다.

소다미 내가 오빠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게 뭐 있다고~~~아무튼 나 때문이었다면 미안해요. 전혀 그럴 마음은 아니었어. 그러나 생각해봐요. 나는 아직도 어린 애란 말이에요.

빨장 네 마음속에 아직도 그 자식이 자리 잡고 있어 그렇다는 거 다 안다. 네가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너의 표정에 다 나타나 있어.

소다미 또 같은 얘기. 참! 그 아저씨 만나 뭐라고 막 해댔다고 했지요? 남자로서 그건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빨장 네가 망설이니까 그러는 거야. 그러니 상대방에게 경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다미 (갑갑해 하며) 어째든 그런 건 싫어요. 싫은 건 정말 싫은 거예요.

 

이 말을 남기고 소다미가 마침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에 급하게 올라탄다.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밀다 마는 빨장.

우두커니 서서 손으로 입술을 만지며 그녀가 탄 버스가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빨장의 표정이 착잡해 진다.

 

빨장 (독백)참 나 이거, 그러기는 치사해서 참고 있었는데…… 저게 계속 그런다면 말을 해 말아?

 

 

S#51. 은행 - 시장 / 이른 아침

 

은행 건물 1층 홀.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하고 있고 경비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건물 내부를 체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이반이 나와 출입문으로 걸어간다.

곧바로 다른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소다미가 지갑을 들고 나와 급하게 출입문을 향하다가 멈칫한다.

이반이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가 갸웃하더니 돌아서서 다시 들어온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따라가던 소다미가 이반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한다.

이반의 표정 역시 어리둥절하면서도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면서 그녀와 나란히 문밖으로 나간다.

 

이반 (앞만 보며)무슨 일 있어?

소다미 (이반을 바라보며) 아찌는요?

이반 (그제야 소다미를 바라보며) 어제 회식하면서 술을 많이 마셨더니 아침을 못 먹겠더라고. 그래서 해장을 하려고.

그런데, 지갑을 들고 나온 거 보니까 뭘 사려고 나온 거 같은데~~~

소다미 (우물쭈물)저, 양말을 사야 되요.

이반 (궁금) 무슨 양말?

소다미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 부행장님이 아직 술이 덜 깨셨나 봐요. 글쎄 양말을 한쪽만 신고 오신 거예요. 그래서 양말을 사러 가는 중이에요. 그런데 어디 가서 후딱 살 수 있는지…….

 

그러자 이반이 소다미의 손을 잡고 길가방향으로 급하게 간다.

그리고는 지나치는 택시에게 손을 흔든다.

 

(Cut to)

남대문 재래시장. 새벽 장이 끝나고 대부분 가게 문을 닫은 상태.

이반이 소다미와 이리저리 시장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드디어 문을 연 가게가 나타난다. 다행이라는 표정의 소다미.

계산을 치르고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는 두 사람.

이반이 다시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골목으로 이끌고 간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해장국을 시킨다. 두 사람이 함께 해장국을 먹는데 소다미가 '참 맛있네요. 이런 데서 이런 해장국을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에요.'라고 한다.

소다미의 말을 듣고 있는 이반의 얼굴에는 행복한 감정이 넘친다.

 

(Cut to)

돌아오는 택시 안.

소다미가 이반의 손을 꼭 잡으며 그를 바라보고 미소 짓는다.

이반도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짓는다.

 

이반 정말 오랜만에 보는 쏘냐의 미소야.

소다미 (쑥스러운) 정말 미안해요.

 

소다미의 손을 더욱 꼭 잡는 이반의 얼굴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가득하다.

택시기사의 백미러가 화면에 크게 확대된다. 거기에 비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 그것을 바라보는 기사의 얼굴에도 푸근한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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