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코앞에 두고도 그토록 멀리 돌고 돌다니
60. 기적적 만남
신문사 취재부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한기자가 갑자기 아연실색 하면서 의자에 털썩 등을 기대었다. 컴퓨터 모니터가 화면에 꽉 들어차면서 지방 신문 톱기사가 클로즈업 되었다.
'어제 Y읍의 한 가정집에서 가스폭발로 두 사람이 사망했다.'
'경찰은 부주의에 의한 가스누출사고라고 밝혔다.'
한기자는 양팔을 크로스로 엇갈리게 잡으며 가슴을 웅크렸다.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뱅뱅 도는 것 같았다.
'내가 그 두 사람의 행방을 찾기도 전에…이미 저승으로 가다니……. 이건 우연한 사고사가 아니야.
부산에 있던 한 놈이 갑자기 찾아온 순간을 기가 막히게 포착했다? 아냐 우연이 아냐,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커! 이젠 나에게까지 손을 뻗는 건 아닐까 모르겠네.
흥! 그렇다고 지레 겁먹고 여기에서 포기할 순 없지.
누가 이기나 갈 때까지 가보자구!'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한가지는 어제 부장이 지시한 사항에 대한 취재를 위하여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수사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친 수사요원과 눈인사를 나누다가 차대장에게 안부 인사를 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다.
차대장과 잠시 일상적인 인사말이 오가고 나서 한기자가 수사대의 최근 실적에 대해 문의했다.
"대장님! 여태 끙끙대던 사건들이 이렇게 속속 해결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무슨 비결이 있나요?"
"하하! 수가 다 있지. 근데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하네. 만일 그게 새 나가면 우리 밥줄이 끊길 수도 있으니까."
"에이 그래도 문제 안 되는 범위 내에서 귀띔만 해주시지요!"
"글쎄 꼭 무슨 비결이 있었기보다는 우리 수사요원들의 역량이 강화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하하!"
차대장은 짐짓 최근의 공들을 부하 요원들에게 돌렸다.
"그거야 대장님께서 지휘능력이 띄어난 덕분 아닙니까?"
차대장이 손사래를 치면서 적극 부정했다. 그러면서 얘기의 초점을 돌렸다. 최근 한기자의 취재로 불거져 나온 불유괴수에 대한 얘기를 주제삼아 한동안 의견을 나누었다.
한기자가 차대장 방에서 꽤 시간을 보낸 뒤 그의 방에서 나와 장팀장 자리로 향했다. 때마침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장팀장 자리로 향하던 가리은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한기자는 '새로 온 신참인가?'라고 하면서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번쩍 그의 눈에서 번개가 쳤다.
돌아서서 가리은을 바라보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자 가리은이 의아해 하면서 되물었다.
"저 말입니까?"
한기자의 눈은 가리은의 이마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예! 잠시면 됩니다."
가리은을 앞세워 나가면서 한기자가 다시 물었다.
"혹시 가리은씨 아닙니까?"
이 질문에 가리은의 당혹감이 더욱 커졌다.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제 이름을? 저는 전혀 모르는 분인데……."
한기자의 머릿속에서 한 영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수퍼에서 주인아주머니가 한기자를 보면서 '갸 이름이 가리은이었지유 아마?'라고 말하는 모습.'
"우리 어디 장소를 옮겨 얘기 좀 합시다. 지금, 괜찮죠?"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오면서 한기자가 적당한 장소가 없는지 두리번거리자, 가리은이 휴게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에 남아 있던 오경사와 일부 수사요원들이 한기자가 가리은과 함께 나가자 갸우뚱하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고 있었다.
휴게실로 들어가 커피를 가지고 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한기자가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드디어 찾았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나두고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으니 나 원 참!"
가리은이 자신을 지칭한다는 것을 짐작은 하면서도 의외의 인물이 계속 이상한 이야기를 하니 당혹감이 풀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뭐를 찾아요?"
한기자가 그런 마음을 헤아린다는 듯이 가리은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차근하게 말을 이었다.
"언제부터 여기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수사대 분들은 웬만하면 다 아는데 오늘 초면이라."
가리은은 자신의 위치가 애매하여 쑥스러웠다.
"저~~~ 정식 직원 아닙니다. 말하자면 비정규이라고나 할까요?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얼마 안 되었어요."
"혹시 애린원이라고 알아요?"
뜬금없는 질문에 가리은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거기는 어떻게?"
"그러면 형 이름이 라온이라는 것도 기억해요?"
"형이 있었기는 했지만 제가 너무 어릴 때라 확실하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요."
"가리은씨! 아니 진짜 이름은 유가온이지, 그리고 가온씨의 형은 유라온이고."
"제 본 이름이 가온이라고요. 정말 그럴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계속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기자가 비로서 자세한 얘기를 풀어 놓았다.
"나에게 형이 당신을 찾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여태 찾아 다녔는데~~~이렇게 우연히 만날 줄이야."
그러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다.
"나는 한누리 신문사의 기자요. 형은 미국 특파원으로 가 있을 처음 만났고……."
가온이 명함을 보다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윤경위가 얘기하던 한기자님이시구나! 그럼 형은 아직도 미국에 있나요?"
"젬트리 사건 알죠? 그걸 형이 만들어 낸 거예요"
"아 맞아요! 미국 이름은 사이먼 우드뱅크, 한국 이름은 유라온박사라 했어요. 그러나 형이 그런 괴물을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저는 형이 혹이나 실수라도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건 마음속으로 굳게 느껴요. 제가 얼마나 형을 기다렸는데요."
"맞아요! 형은 제대로 된 환경정화식물을 만들었는데 누군가 엉뚱하게 조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건이 나고 나서 행방불명되었어요."
"나도 형이 자기 잘못을 나 몰라라 하고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라진 데에는 분명 무슨 연유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가온! 당신이 형님을 찾아내야 합니다.
다음에 보다 자세한 얘기를 해줄 테니 일단은 가온씨만 알고 있어요."
"얘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
가온은 전에 윤경위가 물어보던 유령 메일이 한기자가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한기자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가온은 그냥 되었다고만 하고 말을 맺었다.
한기자는 다시 수사대사무실로 돌아와서 마침 자리에 앉아 있는 장팀장과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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