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당초는 경제성 높은 중금속정화기술의 개발이 목적이었건만..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54회))

by 허슬똑띠 2022. 9. 16.
반응형

 

젬트리(GEM Tree) 탄생 비화

 

61. 형이 숨겨놓은 비밀(계속)

 

'젬트리를 개발하는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돌아 오는건 협박뿐이었고.

젬트리가 괴물로 변하여 그걸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라고 해서 이제 그 것도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은 확실하네요.

중요한 건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이 사실을 알릴 방법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이젠… 나의 마지막 소망은… 나만을 위하여 버려두고 간 동생 가온을 찾아 형이 겁쟁이가 아님을 알려 주는 것뿐입니다.

그 아이를 지켜 주지 못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가온의 특징으로는 정면으로 보았을 때 얼굴 오른편 이마부분에 검은 사마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가온을 꼭 찾아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가온을 찾게 되면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형의 잘못을 용서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전해주십시오.'

 

메일을 읽다 말고 가온이 자신의 이마를 더듬어 보았다.

왼쪽부분 이마와 머리와의 경계부분에 분명 검은 사마귀가 있었다.

이마를 더듬더듬하면서 한동안 멍하니 컴퓨터만 바라보던 그의 두 눈에 어느새 커다란 방울이 맺히더니 쉴 새 없이 흘러 내렸다.

'한 번도 잊어 본 적 없는 형이야! 언젠가는 나를 찾아오리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행방을 모를 수도 있을 거라 걱정했었는데.

그래, 형도 나를 찾아 지금까지 헤매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이미 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가온의 머릿속에서는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가온의 어릴 적 기억의 편린들이었다.

'고아원의 모습, 소다미의 죽음과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는 모습, 세운상가 구두닦이와 컴퓨터 가게 모습들.'

가온이 눈물을 닦으며 그 자료를 매조지 했다.

'아무튼 형도 대단하다. 이게 메일로 전송되는 것이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눈치 채고 이 자료를 분석해낼 수 있으리라고 형은 생각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희망이 맞아 떨어졌네! 내가 이것을 알아냈으니.

그 형에 그 아우인가? 이 문서를 일단 내 파일에 저장하자. 그리고 다시 원상태로 복구시켜 놓자. 어차피 지금 이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려보았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까.’

 

62. 라온의 회상 (젬트리와 햇빛 광선포)

 

10개월전 엠그룹 파이토엔지니어링 연구소의 브리핑실에는 바야흐로 세기의 발명품인 젬트리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주요 인물은 다 앉아 있었다. 조정균회장, 조용희고문, 박병흔소장이다.

그들의 옆쪽 연단에는 유라온 박사가 서있고 뒤편에 있는 연구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서서히 중앙의 스크린이 밝아 오면서 '파이토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라온은 아주 어릴 적 아버지의 공장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라온이 가온과 함께 아버지의 차를 타고 무수한 공장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사이사이에는 굴뚝들이 높게 솟아 있는 경인지역 공업단지 내를 가고 있다.

그날은 아마도 휴일이었기 때문에 화물차량의 왕래가 아주 적은 듯하다.

공장에 도착해서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마당 한편에 설치된 저수조로 간다.

그 저수조는 두 개로 나뉘었는데 위편에 설치된 것에는 연결된 파이프에서 시커먼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바로 옆의 저수조 표면에는 여러 수생식물들로 뒤덮여 있는데 그 사이로 나타나는 물은 깨끗해 보인다. 그 주변에서 그것들을 가리키며 라온이 아직 어린 동생 가온과 함께 신기한 듯 바라보는데 그 옆에 있는 남자가 그것이 부레옥잠과 개구리밥들이라는 식물이며 이들이 중금속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키가 크고 잘 생긴 30대 초반의 남자인데 그들의 아빠인 유진이었다.

 

유라온 박사가 스크린을 바라보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중금속은 생체에 유해하므로 미량일지라도 주의해야 합니다. 카드늄은 이타이이타이병의 주범이었고 미나마타병의 발병원인은 메틸 수은화합물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중금속의 폐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환경공해를 저비용으로 해소한다는 것 즉, 경제성 높은 중금속정화기술의 개발이 본 연구의 목표입니다.

여기에는 별다른 정제과정 없이 즉각 원재료로 사용 가능한 다량의 재생 중금속을 얻을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따라옵니다."

스크린에 여러 중금속의 모습이 펼쳐지면서 라온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는 카드뮴, 수은, 세레늄, 크롬 그리고 니켈 등 대표 중금속 20종을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이 들 금속에 잘 반응하는 특정식물들에게 고농도로 그리고 대용량으로 농축시킬 수 있도록 유전자변이 조작 작업을 시행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식물들에서 수액을 추출하여 한 용기에 넣고 다른 용액을 주입하는 장면으로 넘어갈 때 잠시 사람들을 둘러보는 라온.

"다음 과정은 이들 개별 식물들을 한 종의 식물이 되도록 융합하는 과정입니다.

먼저 개별 식물들이 다른 중금속의 기본 성질도 배척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도록 조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융합 후에도 자연스럽게 광물합성작용을 수행함으로써 흡착시킨 중금속을 종류별로 배출해 내도록 하는 것이지요."

 

화면에 여러 가지 화학기호가 가득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부분이 화합물질을 적용했을 경우 반응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전 작업을 한 다음 모두가 하나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해서 형성한 식물의 유전자에다 다른 식물보다 몇 배나 강한 흡수력을 가진 나무의 뿌리유전자를 변형하여 접목시켰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무모를 육종해냈습니다."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 그룹 임원들을 바라보며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까지 변종 개발된 것들은 특정 중금속 한 가지를 다량 농축시키는 다년생 식물들뿐입니다.

그러나 이 나무는 한꺼번에 다양한 종류의 중금속을 몇 배나 더 많이 농축시킬 뿐만 아니라 즉시 정화할 수 있는 나무형태입니다.

또한 수명도 30년 이상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년생 정화식물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작은 나무 모 하나가 스크린에 나타나 커가면서 거대한 나무로 변하는 장면이 전개되었다.

"따라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강력한 환경공해방지를 가능케 하며, 더 나아가 부수적으로 얻는 중금속의 가치까지 감안한다면 그 가치는 배 이상 커진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는 나름대로 이 나무를 GEM Tree라 이름 지었습니다. GEM은 Giant Environment Management(거대 환경 관리)라는 말의 약자인데 gem 즉 보석이라는 말뜻과도 일치합니다.

GEM Tree는 보석과도 같은 다양한 금속결정체를 저희들에게 선물하니까요.

그럼 이제 그 실물을 직접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